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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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4대 사회보험통합, 합리적 방안 제시해야 할때

김태현 경실련 사회정책국장


지난 6월, 경실련에서는 1주일이라는 촉박한 시한을 두고 긴급하게 토론회가 준비되었다. 수개월간 국회에서 잠자고 있던 4대 사회보험 부과징수 업무를 통합하여 국세청 산하 징수공단을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 법안이 긴급하게 처리될 수 있다는 다급함 때문이었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의 적용․징수업무 통합을 추진하기로 확정하고 2009년 도입을 목표로 사회보험료 징수공단을 신설하는 법률제정안을 국회에 제출, 현재 재경위 소위에 계류되어 있다.


토론회 당일, 이러한 주제의 긴급성과 민감함으로 200석의 자리를 꽉 채운 참석자들의 관심과 달리 정작 법률안을 제출한 정부 측의 책임 있는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정부 측의 토론회 참석을 위해 끈질긴 설득의 과정을 거쳤지만, 법안을 제출한 재경부와 통합업무를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무조정실 사회보험적용징수통합추진기획단이 서로에게 토론회 참석의 책임을 떠넘기다 국회 일정을 이유로 결국 개최 시간 3시간 전에 불참을 알려왔다. 토론회 참석여부를 둘러싼 길고 지루한 공방의 끝의 허무함 때문이 아니더라도 실로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4대 사회보험제도의 낭비, 중복요인을 제거하고 효율성을 증대시키겠다고 추진하는 국세청 산하에 신설할 징수공단이 오히려 비효율을 낳을 수 있는 우려와 부작용의 목소리를 그대로 두고 추진될 경우 필연적으로 정부와 노조 간의 갈등이 예고되는 것은 불 보듯 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가입자의 편익을 증대하는 방안으로 설계되었는지 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사회에는 사회보험의 역할과 관련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제기되었다. 산재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순으로 사회보험이 제도간 연계성 없이 각기 도입되어 4대사회보험으로 정립된 이후 사회보험비용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 해소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특히 사회보험을 관리하는 3개 공단은 동일한 대상자에 대한 유사한 보험료 징수업무를 중복적으로 수행해 왔다. 3개 관리공단이 개별적으로 처리하는 기존의 방식은 중복업무로서 관리비가 과다하게 소요될 뿐만 아니라, 보험료를 납입하는 기업과 가입자 입장에서도 불편하여 보험료 징수업무의 통합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근거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4대 사회보험 적용 징수체계의 통합은 사회보험 업무의 낭비와 중복요인을 제거하여 관리운영비 경감 등 비효율적인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혁과제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2008년 이후 노인요양보험 등의 사회보험 제도 확대에 따른 신규 인력수요 증가가 예상되어 시기적으로도 필요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렇게 정책적 개선의 당위성도 있고 사회보험제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왜 정부의 사회보험통합법안이 순항하지 못하고 반목을 사고 있는 것일까.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사회보험 관리운영 개혁이 장기간 어려울 수 있는데도 말이다.


현재의 문제는 4대 사회보험 적용징수 업무를 통합하여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대의명분에 가려, 정부 통합 안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정부 내의 이해관계가 제대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대표적으로, 그동안 정부 방안이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 진행되어 왔다는 점이 신뢰를 잃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988년에는 전체를 통합하는 사회보험청 모델이 정부에서 제시되었다가, 복지부와 노동부로 이원화하는 2+2 형태로 결론이 났다. 그러던 것이 참여정부에 와서는 2005년 국무회의를 통해 선 업무표준화 후 징수조직 개편을 골자로 하는 보험료 부과․징수기준 일원화방안으로 의결되었으나  그 다음해에 현재의 방안으로 또 바꾸었다.


뿐만 아니라, 징수공단이 보험료의 적용·징수업무만 단순하게 위탁받아서는 제도간의 차이나 중복 업무를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보험료 부과는 다른 부처에서 하고 통합공단은 업무 위탁만 받아서는 형평성 문제를 개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세청 산하에 별도의 보험공단을 신설하는 문제가 크다. 정부안은 이미 3개의 사회보험 관련 공단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존 인원감축은 없으면서 5천명이 넘는 또 다른 공단을 만들어 업무를 위탁한다는 것인데, 이는 어쩌면 국세청이 바로 징수해도 될 일을 전국에 지사를 새로이 두는 등의 엄청난 설립비용은 물론이고 공단 조직만 하나 더 늘리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말로는 관리 효율화를 주장하면서 비용효율성에 한계가 있는 방안을 택하는 모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문제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듯이 징수업무를 건강보험공단으로 일원화하자는 주장을 합리화시키는 것일 수는 없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부과징수와 현금 급여는 함께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공단에 몰아주는 것 역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현재 상황은 정부 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참여정부는 인수위의 사회보험 부과징수 업무 일원화라는 과제를 달성하면서 보건복지부와 노동부는 산하의 공단 조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고 국세청은 EITC 도입을 위한 새로운 징수공단 조직을 확보할 수 있다. 당연히 기존 공단에는 인력감축이 없을 것이고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 어느 곳도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 정작 국민들에게 돌아올 실익은 아무것도 분명하지 않은 상태, 바로 이것이 현재 추진되는 정부안의 문제인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정부의 사회보험 적용징수 통합 안에 대해 객관적인 관점에서 분석하여, 좀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징수기능의 효율화를 위한 가능성을 찾아보고, 또한 법안에서 사회적 논쟁을 유발시킨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 모색이 필요하다. 정부와 노조 모두 각자의 주장에서 한걸음 물러나 무엇이 사회보험 발전에서 합리적인 방안이 될 것인지 미래적 관점에서 효율적이고 객관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