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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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한미FTA, 대통령부터 통상관료들 거짓말로 일관”

–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논평할 가치도 없어 –


경실련 공동대표인 상지대 김성훈 총장은 한미FTA협상과 관련 대통령부터 통상관료들이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성훈 총장은 29일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 막판 타결을 앞두고 있는 한미FTA 협상은 “대답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가는 협상”이라며 졸속협상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최종 쟁점 가운데 하나인 쌀 문제에 대해 “쌀은 2004년 WTO 다자간 협상을 통해 끝난 문제라며 애당초 협상대상 품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기하는 것 미국 쪽에선 엄포용이고 우리 쪽에선 쌀을 지켰다는 생색용으로 쇼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업이나 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김성훈 총장은 “2002년 대선 때는 농업 문제나 쌀 문제는 시장경제 문제로만 풀 수 없다고 해놓고 5년이 지난 지금, 전혀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말은 종잡을 수 없고, 시간만 지나면 앞뒤가 달라지기 때문에 논평할 가치가 없다”며 혹평을 했다.


김성훈 총장은 국회비준과정에서 이 문제를 바로잡으면 된다는 정치권에 대해 “정부와 언론이 국제신인도가 어쩌니까 비준해야 한다고 나오면 스르르 넘어가는 게 국회의원들 아니냐”며 국회에 기대할 것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이하 방송 내용 #####


▶ 진행 : 신율 (명지대 교수/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 출연 : 김성훈 상지대 총장 (경실련 공동대표, 전 농림부 장관)


– 현재까지의 협상을 평가한다면?


경실련은 닷새 전에 미국 의회가 TPA 권한을 연장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해서 23일자로 현재 TPA 시한이라고 말하는 내일까지 타결을 서두르지 말라는 성명서를 낸 바 있다. 이건 이미 두 달 전부터 논의됐던 것이다. 미국 사정 때문에 TPA를 연장하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따라서 이제까지 정부가 협상시한 안에 타결하지 않으면 어려워질 것이라고 핑계를 대면서 졸속으로 양보에 양보를 거듭했는데, 정부가 스스로 속았거나 속였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 지금까지의 협상은 졸속협상이다?


대답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가는 협상이다.


– 농업이나 자동차 부분이 막판 쟁점이 되고, 빅딜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도 이미 예상됐던 건가?


쌀은 2004년에 WTO 재협상을 통해 미국과 여섯 개의 나라와 한국이 밥상용 쌀까지 수입하기로 결정됐고, 2006년부터 수입되고 있기 때문에 다시 쌀 문제를 재협상하려면 WTO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여섯 개의 나라와도 다시 협상을 해야 한다. 따라서 애당초 쌀은 협상대상 품목이 아니다. 그런데도 계속 쌀 문제를 얘기하는 건 미국 쪽에서는 엄포용이고, 우리 쪽에서는 쌀은 지켰다는 생색용으로 쇼를 하는 것이다.


– 쇠고기 문제는?


5월에 국제수역법에서 광우병에 대한 어떤 판정이 나올지도 모르는데, 미국 측에서는 벌써부터 ‘긍정적인 답이 나올 테니 그에 맞춰서 서면으로 수입을 개방한다고 약속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쇠고기 관세를 철폐하라는데, 우리나라에서 한우는 우리 민족 고유의 혼이다. 우루과이라운드 등 여러 협상 등에서 지켜온 쇠고기를 어떻게 단번에 내놓으라고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내놓겠다고 하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 얼마 전에 노무현 대통령은 ‘농업도 시장 밖에 있을 수 없다. 구조조정을 위해 한미FTA라는 충격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때 전국의 농업 경영인들을 모아놓고 ‘농업 문제나 쌀 문제는 시장경제 문제로만 풀 수 없다. 환경이나 다원적인 기능 등 여러 가지 관점에서 농민 문제를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경제에 넣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런 분이 5년이 지난 지금, 전혀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주에 ‘국가실익 위주로 하겠다. TPA 시한에 쫓기지 않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는 ‘낮은 수준이라도 하겠다’고 나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은 종잡을 수 없고, 시간만 지나면 앞뒤가 달라지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논평할 가치가 없다.


– 아직도 많은 국민은 한미FTA가 체결됐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를 잘 모르고 있는데?


우리나라 주류 언론에서 그에 대해 제대로 말한 적이 없고, 우리 정부는 구체적인 예상 손익을 발표한 적이 없다. 미국 측에서는 한미FTA가 체결되면 80조원 정도 이익이 된다고 나오고 있는데, 우리는 그런 숫자도 없다. 실체도 없고 내용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일본과 중국의 샌드위치 신세에서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한미FTA밖에 없다’고 하는데, 오히려 더 빨리 망하자는 말로밖에는 분석되지 않는다.


– 정치권에서도 한미FTA에 대한 입장을 수시로 바꾸고 있는데?


한나라당이나 뉴라이트의 경우 만약 정권을 잡는다면 앞으로 자신들이 똥을 치워야 하는 사람들인데, 무엇이 무엇인지를 종잡지 못한 채 미국이라는 말만 들어가면 무조건 찬성해야 한다고 착각하고 있다. 이건 좌파냐 우파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이익의 문제이며, 국가 장래의 문제고, 모든 경제체제나 제도에 관련된 문제다. 농업에 한정해서 본다면 우리는 6.25 이후 미국 농산물이 들어와서 밀과 조, 옥수수, 목화가 다 없어지고, 콩이나 보리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농업은 한번 무너지면 영원히 무너지기 때문에 미국이 호주나 멕시코와 FTA를 맺을 땐 미국이 농업을 지키려고 전전긍긍했다. 그런데 한국에 대해서는 미국 농업이 강하니까 여기에는 시장경제를 도입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제는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모든 결과는 앞으로 정권을 잡는 쪽에서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다. 이 피해는 앞으로 10년, 100년에 걸쳐서 계속 나타날 것이다.


– 국회비준 절차가 남아있는데?


항상 잘못된 걸 확정해놓고, 그 다음에 정부와 언론이 국제신인도가 어쩌니까 비준해야 한다고 나오면 스르르 넘어가는 게 우리 국회의원들 아닌가. 미국 국회의원들은 협상 주도권을 가지고 시작할 때부터 체결할 때까지 보고받고 간섭하고 지시하는데, 우리 국회는 완전히 들러리 조직이다. 협상 체결권과 비준권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회가 언제 한번 제대로 역할을 했었나. 그래서 통상절차법을 만들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다들 오불관언하고 있다.


– ‘한미FTA가 북핵문제 해결이나 한미동맹과 맞바꾼 것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


전혀 관계가 없는 건데, 한미FTA에서 워낙 실익이 없고 계속 당하기만 하니까 거기다 안보를 갖다 붙이는 것이다. 북핵회담과 한미FTA가 어떤 관계가 있나. 정말 궁하다보니 별소리가 다 나온다. 경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


–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 문제는 다음 정권에 넘어가서 청문회라도 열려야 할 것이다. 워낙 준비 없이 졸속으로 시작했고, 거짓말투성이로 국민을 농락하고 있고, 정치권은 자기들은 관계없는 것처럼 팔짱끼고 있고, 언론은 무조건 밀어붙이면서 한미FTA를 반대하면 좌파나 반미이고 찬성하면 우파라면서 이분법으로만 구분하고 있어서 나라의 장래가 심히 걱정이다.


– 한덕수 총리내정자는 청문회에서 ‘2003년부터 한미FTA를 철저히 준비해왔다’고 했는데?


거짓말이다. 그건 같이 근무했던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이나 정태인 씨가 이미 증언하고 있다. 이번 통상교섭본부장인 김현종 씨가 ‘2005년 9월에 노무현 대통령이 유럽과 중미를 순방할 때 어느 호텔에서 서비스 사업을 이렇게 해야 우리가 선진화될 수 있다고 대통령을 설득해서 대통령이 넘어갔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무리 늦춰 잡아야 2005년 9월에 노무현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2006년 1월 18일에 대통령이 연두회견을 할 때 한미FTA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무슨 준비를 해왔다는 건가.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국민의정부 초기에 한덕수 씨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있을 때 한미FTA의 전신인 한미BIT를 추진하려다가 4대 선결조건 때문에 무참히 깨졌던 1998년부터 준비했다고 해야지. 왜 자기 혼자 꿈꾸던 이야기를 가지고 그런 식으로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번 한미FTA와 관련해서는 대통령부터 모든 통상 관련자들이 거짓말로만 일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