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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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본사의 우월적 지위로 인한 불공정 거래와 횡포

작년 말, 치킨가맹점으로 익히 알려져 있는 ‘비비큐’의 한 가맹점주가 일방적으로 폐점 당한 사건이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무리하게 판촉을 요구받으면서도 본사의 횡포가 두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사들이던 판촉물을 더 이상 강요받을 수 없던 점주들이 협의회를 결성하면서 시작됐다. 점주들은 급기야 판촉물 중단을 요구하며 맞섰고 본사는 ‘괘씸죄’를 적용하여 계약해지를 본보기로 화답(?)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일은 단지 본사의 눈 밖에 난 탓만이 아니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일 만큼 본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를 부려도 점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실상에 있다. 숱한 불공정행위 뿐만 아니라 무자격 가맹본부로 인해 가맹금 조차 일방적으로 떼여도 사적계약이라는 이유로 방치해 온 것이 바로 프랜차이즈 업계의 일반적인 관행처럼 인식돼 왔다.


편의점과 같이 삼성, GS, SK, 롯데 등 대기업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가맹본부도 다른 중소프랜차이즈 본부와 상황이 다르지 않다. 오히려 대기업의 외형적 성장으로 포장되어 있을 뿐 그 이면에는 법과 체계로부터 아무것도 보호받지 못하는 가맹점주들의 피해와 고통이 가려져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경실련에서는 2005년에 불공정한 가맹사업거래의 문제를 제기하며 편의점 불공정약관을 공정위에 고발 조치하였다. 모든 가맹사업의 거래관계가 약관을 통해 이루어짐에도 약관이 가맹본부에게는 유리한 반면 가맹 점주에게는 불리하거나 가혹하게 작성되어 분쟁의 시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 본사의 우월적 지위로 인해 발생하는 불공정거래행위가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어 이 역시 고발조치하고, 이후부터 가맹본부의 부당한 횡포로부터 가맹사업자의 피해를 줄이고 최소한의 공정거래가 가능하도록 보호 장치를 담을 수 있는 관련법의 개정을 통한 법적 근거 마련에 주력해 왔다.
 
그러던 중 정부에서는 지난해 3월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입법 발의하고 국회에 제출하였다.  정부 입법안에는 그동안 수차례의 문제제기를 통해 제기했던 가맹사업의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공정한 가맹사업 거래 활성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정부가 입법안을 국회에 넘기기까지 가맹본부의 극심한 압력으로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적어도 2월 임시국회에서는 법안 통과가 확실시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법안심사 소위에 안건상정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법안심사 소위에 소속된 한나라당 위원의 의지가 실려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전문위원들의 주변에 업계의 로비가 극심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무엇이 진실인지 정확한 확인이야 어렵겠지만 적어도 국회가 프랜차이즈 업계의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다. 전문위원들의 검토보고서에는 가맹본부의 지위와 입장만을 옹호하며 다수의 가맹사업자의 피해는 외면하고 있어 지금과 같은 분위기로 법 개정이 되어서도 안 될 것이지만 이러다 물 건너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가맹사업법 개정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러면 법 개정의 방향과 내용은 어떠해야 하는지 간략히 살펴보자.


우선, 대표적인 법 개정사안은 동일상권 내 직영점 및 유사가맹점 설치를 금지하여야 한다. 현재는 가맹 점주들이 수년간 고생해 자기 상권을 확보하더라도 가맹본부가 같은 상권 내에 직영점을 설치하거나 유사가맹점 허가를 내줘도 이를 규제할 방법이 전혀 없다. 상권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데 가맹본부를 전적으로 신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과 같이 가맹본부가 법인만 달리하면 같은 종류의 가맹업을 여러 개 가질 수 있는 상황에서는 유사가맹점이 비슷한 상권 안에 들어와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맹 점주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둘,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갱신을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여 가맹본부의 일방적 횡포로부터 가맹사업자를 보호해야 한다. 현행 체제하에서는 가맹계약 종료 시 가맹본부가 일방적으로 가맹계약을 거절하여 그동안 노력해서 일구어놓은 삶의 터전을 부당하게 빼앗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뿐만 아니라 투자한 자본조차 회수가 불가능한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


셋, 가맹금 반환 청구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가맹본부의 허위과장광고로 인한 피해는 기간에 상관없이 반드시 가맹금을 반환하도록 하여 허위광고로 인한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에는 가맹본부가 허위과장에 의해 가맹계약을 체결하였을 경우에 가맹금 반환이 가능한 기간을 가맹계약 체결일로부터 2개월 이내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가맹계약 이후 2개월이 지난 후에 허위과장 광고 여부를 알았을 경우에는 가맹금 반환을 요구할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   


넷, 가맹점사업자도 단체를 결성할 권리가 있다. 이제까지 가맹본부의 횡포와 정부의 외면으로부터 스스로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가맹점사업자 모임이나 단체를 구성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그때마다 가맹본부는 이를 방해하거나 불이익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단체 결성은 헌법상 보장된 결사의 자유이자 가맹본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으로부터 최소 권리를 보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다섯, 무자격 가맹본부로 인한 피해를 줄여야 한다. 가맹사업의 핵심은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가맹희망자에게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제대로 된 가맹본부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자격 가맹본부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정보공개서 등록 제도를 도입하거나 가맹본부 등록제 혹은 가맹금 예치 등의 방식을 통해 무자격 가맹본부로부터 가맹점사업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앞으로 유통시장에서 프랜차이즈 방식의 가맹사업은 전 분야를 막론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가맹사업을 사적계약이라는 이유로 방치하는 사이 우리사회가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프랜차이즈 창업에서 피해야 할 7가지 가맹본부 유형을 내놓았다. 객관적 근거가 없는 고수익 보장 등으로 유혹하는 가맹본부의 말만 그대로 믿지 말고 반드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수치 자료를 서면으로 받으라는 내용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칙에 앞서 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가맹사업체계의 근간이 될 관련 법 개정을 통해 공정한 가맹사업 거래의 체계와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더 이상 불공정한 가맹사업으로 피해와 고통받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국회가 법 개정에 박차를 가할 것을 간곡히 바란다.  


(김태현 사회정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