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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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책임지지 않는 관료, 관치금융과 모피아의 부활

박완기 경실련 정책실장


최근 경제관료들의 부적절한 행태를 보여주는 두 가지 사건이 여론의 집중적 관심을 받고 있다. 며칠 전 감사원이 외환은행이 불법매각 되었다고 최종 결론내리고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취소와 관련공무원들에 대한 징계를 권고했다. 한편 최근 재정경제부 출신 고위관료들이 한국주택금융공사 · 중소기업은행 등 재정경제부 산하 금융 공공기관장은 물론, 정부가 최대지분을 가진 우리금융지주의 회장에 내정 또는 임명되었다.


일견 달라 보이는 이 두 가지 사건을 관통하는 것은 왜곡된 금융감독체계를 악용하여 책임은 지지 않고 영향력만 넓혀가는 고위 경제관료들의 왜곡된 행태이다. 법을 어기면서까지 저지른 정책실패로 국민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던 고위관료가 책임을 지기는커녕 승승장구하고, 퇴직한 이후에도 무분별한 재취업으로 사익을 추구하고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잘못된 관료들의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때다.


외환은행 불법매각 책임자들의 고속승진, 관료들은 책임지지 않는다.


12일 감사원은 2003년 외환은행 매각작업이 금융당국과 외환은행 경영진이 부실을 지나치게 부풀린 채 부당하게 강행한 ‘불법매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에 대한 직권취소를 포함한 ‘적정조치’를 마련할 것을 금감위에 요청했다. 또한 매각업무를 부적절하게 처리한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 및 수출입은행 등에 기관주의를 촉구하고 당시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으로 불법매각 과정에 깊이 관여하여 부당하게 처리한 김석동 현재경부 제1차관을 비롯한 11명에 대해서도 주의 조치하였다.


이러한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대해 ‘몸통을 밝히지 못했다, 징계시효가 지났다고 관련자들에게 주의를 촉구한 것은 너무 가벼운 처벌이다. 금감위에 즉각적인 시정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글에서는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한 세부적 평가는 논외로 한다. 다만 외환은행 불법매각에 관련되어 책임이 인정된 고위관료들이 불법행위까지 동원된 정책실패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고 있는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감사원이 외환은행 매각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했다며 주의를 촉구했던 공직자 중 대표적 고위관료 2명의 행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03년 당시 금감원 감독정책1국의 김석동 국장은 외환은행 불법매각의 주역인 변양호 前국장의 뒤를 이어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으로 승진한 후 금융정보분석원장, 재경부차관보, 금감위 부위원장을 거쳐 올해 초 재경부 1차관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양천식 당시 금감위 상임위원 역시 금감위 부위원장, 증권선물거래소 위원장을 거쳐 한국수출입은행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국내굴지의 외환은행을 불법으로 외국의 사모펀드에게 매각하여 국민경제에 심각한 폐해를 미치고 국부를 유출하여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국회, 감사원, 검찰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이를 비웃듯 당사자들은 고속승진으로 영화를 누리고 있었다.


그 결과 검찰의 참고인중지와 감사원의 주의를 받은 김석동씨는 재경부차관으로서 감사원 권고에 따라 ‘은행법 개정과 재경부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관리책임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재경부를 대표해 금감위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여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에 대한 직권취소 여부를 다뤄야’ 할 처지이다. 또한 감사원 주의를 받은 양천식씨는 수출입은행장으로서 ‘수출입은행에 손해를 끼친 외환은행 경영진과 모건스탠리 등 관련자들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손해회복 방안을 마련‘하라는 감사원의 통보를 이행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외환은행 불법매각의 당사자들이 외환은행 불법매각의 사후처리를 맡아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명백한 불법행위로 인한 정책실패에도 책임을 지기는커녕 승진을 거듭하는 고위 관료들의 잘못된 행태를 뻔히 놔둔 채 어떻게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를 얘기하고 중하위 공직자들의 청렴과 윤리를 말할 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재경부 고위관료들의 금융 공공기관 장악, ‘모피아’에 의한 관치금융이 부활하는가?


그동안 재경부 출신들의 산하기관 장악을 일컫는 이른바 ‘모피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져왔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경부 고위관료들이 바로 산하 금융기관에 재취업함으로써 금융기관은 정책당국에, 정책당국은 금융기관에 각각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출범 초기의 참여정부는 공공기관에 대한 ‘모피아 독식’을 차단하고자 몇몇 유의미한 인사선임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임기 말에 도달한 지금, ‘모피아의 부활’은 엄연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표1> 재경부 산하 금융관련 공공기관장 중 재경부 출신 현황

















































재경부 산하 공공기관(금융)


대 표


비고


주요 경력


한국산업은행


김창록 총재



재경부 경제협력국장


한국수출입은행


양천식 은행장



재경부 국제금융심의관


한국주택금융공사


유재한 사장


신임


재경부 정책홍보관리실장


중소기업은행


강권석 은행장


최근 연임


구 재경원 보험제도과 과장


신용보증기금


김규복 이사장



재경부 기획관리실장


기술보증기금


한이헌 이사장



구 경제기획원 차관


국가(예보) 최대주주 사기업체





우리금융지주


박병원 회장
(후보확정)


신임


재경부 제1차관


<표1>에서 보듯 최근 진행된 한국주택금융공사장, 기업은행장,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모두 前재경부 고위관료들이 임명되었다. 이로써 금융관련 산하기관장이 거의 재경부 출신 관료들로 채워졌다. 여기에 대한 일부 예외로는,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 등의 협동조합과 예금보험공사 정도가 있을 뿐이다. 예보의 경우 초대 사장부터 4대까지는 재경부 출신의 수장을 두었으나 여론의 비판에 밀려 2005년 처음으로 비관료출신 사장이 취임했다.


이러한 결과는, 국민의 세금으로 설립․운영되는 금융 산하기관의 수장직과 공적자금 투입으로 정부가 대주주가 된 금융기관의 수장직이 소위 고위 경제 관료들의 재취업자리로 전락했다는 세간의 비판이 충분한 근거가 있음을 잘 보여준다.  


끈끈하게 맺어진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의 결합, ‘무늬만 독립된 금융감독기구’


현행 금융감독체계는 재경부 · 금융감독위원회 · 금융감독원으로 3원화된 구조를 취하고 있다. 단일 감독기구에 의해 운영되어야 할 통합감독체계를 이들 세 공공기관이 관장하고 있으니 감독기능의 기관 간 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고, 문제가 생기는 경우 책임소재를 가리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세 기관이 서로 협력 · 견제하기를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외환은행의 불법 매각, 카드 대란 등에서도 드러났듯이 정부의 거시경제정책에 대해 시장의 건전성을 책임지는 감독 당국이 적절한 제어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으며, 각 기관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마저 보여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왜곡된 금융감독 체계의 핵심에는 바로 경제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해나가는 경제 관료들이 이를 감독하는 기구에까지 진출하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즉 재경부에 의한 금융감독의 지배가 재취업과 전관예우 등으로 대표되는 강력한 인적결합으로 보장되고 있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금융감독기관은 정치성을 철저히 배제한 채 독립적으로 금융 감독 고유의 업무를 추진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한 중립적인 인사구성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표2>에서 보듯 2005년 11월 현재 금감위 3급 이상 공무원이 모두 재경부 출신이다. 또한 2007년 현재 4인의 역대 금감위원장, 8인의 상임위원 전원이 재경부 출신이다. 이처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경부 출신 관료들로 고위직이 채워진 금융 감독기구가 재경부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금융 감독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외환은행이 불법매각이 실현되었던 것도 바로 이와 같이 왜곡된 금융감독체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표2>금융감독위원회 사무국 재직관료의 직급 구분과 경력특징(2005.11.1 현재)


































직급


총원


재경부 출신


구성비


2급


4


4


100%


3급


3


3


100%


4급


13


8


61.5%


5급


28


4


14.3%


총계


48


19


39.6%


자료: 『한국 금융감독 개편론』(김홍범, 서울대학교출판부, 2006), p.138의 <보론표 1>

관료개혁 없이는 우리사회의 희망도 없어


최근 논란이 된 외환은행의 불법매각과 고위 관료들의 무분별한 재취업, 낙하산 인사는 관료개혁 없이 우리사회의 희망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관료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근본적 제도개혁이 추진되어야 할 때다.


먼저 정책실패 사례에 대해 관료들에게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카드사태, 부동산투기와 집값폭등, 바다이야기 사태 등 잘못된 정부의 정책으로 시민들이 큰 고통을 겪어도 책임지는 관료는 없는 상태는 바뀌어야 한다. 특히 검찰과 감사원 감사결과 불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외환은행 매각사건부터 관련된 관료들부터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김석동 차관 등 불법매각 당사자들의 자진사퇴 등 책임있는 행동이 요구되며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을 경우 경질, 해임 등 정부차원의 인사조치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명백한 불법행위가 없었다 하더라도 국민들에게 심각한 폐해를 전가한 정책실패 사례에 대해서도 인사 불이익 등 엄격히 책임을 물어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직자상을 되찾아야 한다.


둘째, 고위관료들의 무분별한 재취업으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현재 유명무실한 상태에 놓여있는 공직자윤리법과 기관장 공모제를 제 모습으로 돌려놓는 것이 요구된다. 박병원 전 재경부 차관이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확정되는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공직자윤리법은 직무연관성이 밀접한 고위관료의 재취업을 오히려 절차상으로 보장해주는 거수기로, 회장 공모제는 정부의 입김을 은폐하는 있으나마나한 절차로 각각 전락해버렸다. 따라서 ‘적재적소’라는 도입 초기의 취지를 되살려 공모제를 실효성 있게 정착시켜야 하며, 직무연관성이 있을 경우 재취업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공직자윤리법이 전면 개정되어야 한다.


셋째, 금융감독당국은 재경부의 일상적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감독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 금감위와 금감원을 통합하여 전문성 · 중립성 · 책임성을 확립한 공적 민간 통합감독기구로 개편하는 등 근본적 대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카드사태, 외환은행 불법매각 사태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왜곡된 금융감독체계를 고수한다면 한국경제에 심각한 폐해를 초래하는 부작용은 지속적으로 반복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등 공직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개혁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고위공직자들의 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설립된 국가청렴위원회가 제 기능을 담당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 된지 오래다. 조사권도 없는 국가청렴위원회가 아니라 조사권을 가진 독립된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의 설립으로 공직부패를 근절해야 한다.


 관료개혁 없이는 공직기강 확립도,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성 회복도, 우리사회의 희망도 기대하기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