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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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박병원 前차관 취업 승인은 우연의 일치?

김건호 경제정책국 부장


언론보도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접하셨겠지만 최근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사기업체 취업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나 대상 업체와 관련된 정부부서에서 일했던 공직자들이 잇달아 회장직에 응모하면서 많은 말들을 낳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지난 3월2일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우리금융회장 후보로 나선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차관과 하이닉스 사장 후보로 나선 김종갑 전 산업자원부 차관에 대한 취업승인 여부를 가리는 회의를 열었습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을 보면 부적절한 영향력 행사를 막기 위해 4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경우 퇴직 뒤 2년 이내에 영리 사기업체에 재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직무관련성이 전혀 없다는 ‘취업확인’을 받거나 직무관련성이 있더라도 특별한 예외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재취업에 문제가 없다는 ‘취업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번 회의는 지난 2월21일 공직자윤리위원회 회의에서 박병원 차관의 ‘취업확인’ 심사결과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결정되어서 다시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심의하는 ‘취업승인’을 결정하기 위해 열린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회의 결과는 ‘취업 승인’이었습니다. “업무관련성은 있지만 오해를 살 만한 사안에 직접 관련된 적은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이와 관련 경실련은 지난 4일 취업 승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논평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오해를 살만한 사안’이 되는지 참으로 알 길이 없고, 이와 관련한 법제도상의 허점도 이야기할 수 있겠고 대안도 이야기해볼 수 있겠지만, 이 글에서는 이번 논평을 준비하면서 겪었던 몇 가지 ‘우연의 일치’에 대해서만 적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우연은 공직자윤리위원회 회의 일정에 관한 것인데요. 사실 경실련에서는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열리기 전 ‘취업승인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이를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2월28일 오후에 행정자치부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회의 일정을 담당하는 분께 문의 전화를 했었습니다.


대답은 “회의 일정은 안 잡혔으며, 언제 잡힐지도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3월중에 열리는 것은 확실하지 않겠느냐”고 다시 물었더니 “그것마저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담당자의 대답이었습니다. 회의는 앞에서 언급한대로 바로 이틀 뒤인, 3.1절을 감안한다면 바로 업무일 다음날에 개최되었습니다.


‘일정을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숨겼다’는 험악한 상상을 일단 배제한다면 가능성은 두 가지입니다. 담당자가 업무에 소홀해서 전혀 일정을 관리하지 못했다거나 아니면 전화 통화 이후에 갑자기 일정이 생겼다는 것이겠지요. 글쎄요. 공직자윤리위원회 회의는 엄연히 행정자치부 차관이 참여하는 회의인데 그런 식으로 일정이 잡힐 수도 있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우연히 이번 회의만 그렇게 된 것이겠지요.


두 번째 우연은 회의 개최 시점과 이와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회의는 3월2일 금요일 오후 5시 반에 열렸는데요. 보통 언론사에서는 편집을 위해 마감시한을 전날 오후 2시 전후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그 전에까지는 내용이 나와야 기사를 쓰고, 편집을 해서 다음날 나올 신문을 만드는 작업으로까지 가는 것이지요.


제가 언론사에서 일하는 사람이었고, 이 내용을 꼭 지면이나 방송에 반영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가정하면 정말 죽을 맛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의 결과는 아무리 빨라야 금요일 저녁에나 나오니 다음날 내보내지는 못할 것이고, 다음날인 토요일에 기사를 써도 월요일자 지면에나 나오니(일요일은 신문이 쉬죠) 쉽게 말하면 ‘알고도 못쓰는’ 타이밍이 되는 것이죠. 설마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그런 것을 다 따져서 일정을 잡았겠습니까. 이 또한 우연의 일치겠지요.


마지막은 좀 ‘진지한’ 우연입니다. 지난 2월21일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은 ‘2007년 업무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 중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바로 공직자윤리법과 관련한 내용입니다. 한마디로 퇴직 공직자들의 취업제한 규정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금년 3월까지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업체 취업실태 일제조사를 실시하여 적발되는 위법취업자는 모두 해임 등 엄중 조치할 계획이며
○ 아울러, 현행 취업제한제도의 실효성 문제와 관련 ‘취업제한 대상 업체의 범위’, ‘업무관련성 판단기준’ 등 그동안 제기되었던 제도적인 문제점에 대하여 학계․시민단체․이해관계자 등 각계의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거쳐 개선방안을 마련 금년 중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어쩌면 열흘 전에 이번 공직자윤리위원회 회의 결과를 예측이나 한 듯 이렇게 딱 집어서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도 개선이야 하반기까지 추진한다고 치더라도, 일단 이번 박병원, 김종갑 전 차관의 경우에 대해서만 이라도 조사를 실시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박병원 전 차관의 경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공모에 나선 순간부터 ‘정부 내정설’과 ‘낙하산 인사’라는 말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회장을 뽑는 절차는 ‘우리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회장후보 공모 및 추천 -> 주주총회 -> 이사회 확정’이라는 공모제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실제로는 재경부와 청와대가 인선을 좌지우지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공모와 면접을 통해 응모한 후보 중 3명을 재경부에 추천하고, 청와대가 이 중에서 후보를 선정하여 다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최종 후보를 통보하는 식이죠.


우리금융지주 회장 공모에 나선 다른 후보들의 경우를 볼까요. 임기 3년 동안 자산을 100조원 가량 늘린 황영기 현 우리금융회장은 후보에조차 들지 못한 채 면접에서 탈락했습니다. 우리금융지주 수석부회장 출신으로 박병원 전 차관과 회장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전광우 딜로이트컨설팅 회장은 선임절차가 한창 진행되던 2월27일 갑자기 정부가 국제금융대사로 임명하면서 후보에서 자동 탈락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걸림돌로 여겨졌던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승인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전광석화같이 3일 후에 바로 결정되었습니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 모든 것이 우연의 일치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우연의 일치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이야기한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것밖에 되지 않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