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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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Overview] 대통령의 정책 의지와 건교부

박병옥 경실련 사무총장


 


1. 은평 뉴타운의 분양가 발표


지난 9월 18일, 은평 뉴타운 아파트의 분양가가 발표되자, 공영개발 방식을 내세우고도 주변 아파트시세보다도 높은 분양가에 비판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공개된 원가도 검증이 불가능했고, 얼핏 보기에도 신뢰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


은평뉴타운의 고분양가에 대한 비판여론이 비등하자 그동안 경실련의 끈질긴 주장과 노력에도 원가공개 불가의 입장을 고수해온 열린우리당이 은평뉴타운의 분양원가를 검증하겠다고 나섰으며, 서울시의 대책발표 하루 전인 24일에는 김근태 당의장이 은평뉴타운을 방문하여 서울시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러한 여당의 행보에 대해 은평뉴타운 분양가를 정치쟁점화하여 그간 참여정부의 주택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을 서울시의 정책실패로 초점을 이동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부 언론들은 ‘공영개발’방식이 ‘고분양가’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를 뒤집으면, 공기업이 나서지 말고 민간 개발업자들에게 맡기라는 것이 된다. 분양가 자율화 이후 민간개발업자들에 의해 지속되어온 ‘신규아파트 고분양가 -> 주변 아파트값 상승 -> 신규아파트 고분양가 책정’의 악순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물론 서울시의 공영개발이 제대로 된 공영개발 방식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고분양가의 원인을 ‘잘못된’ 개발 방식이 아니라 ‘공영개발’ 그 자체에 기인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이들이 공영개발을 원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2. 오세훈 서울시장의 후분양제 도입 발표


사회적 비판여론이 드세게 일어나자 일주일 후인 25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80%공정이 완료된 시점에서 후분양하고,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원가검증위원회를 통해 원가를 검증받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장기적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입찰제도의 개선, 직접시공제 도입 등의 방안들을 검토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서울시의 대책은 선의를 가지고 본다면, 그간 철저하게 공급자위주로 왜곡된 주택시장을 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아파트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는 비판을 일시 회피하기 위해 분양시점을 1년여 늦춘 것에 다름 아니라는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오세훈 시장의 진의가 무엇인지는 1년 후 은평뉴타운 아파트의 분양가가 어느 수준에서 책정되고, 얼마나 진실되게 분양원가를 공개ㆍ검증할 것인지, 그리고 발생한 수익을 어디에 투입할 것인지 등에 의해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장기과제로 제시된 주택정책의 방향이 어떻게 결정될 것인지에 의해서도 입증될 것이다.


서울시의 이번 대책 발표에 시민들의 관심은 다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해 쏠렸다. 일단 건교부는 별거 아니라는 대범한(?) 반응을 보였지만, 이와 달리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매우 곤혹스런 상황에 직면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를 계기로 정말로 국민이 원하는 주택정책을 제시할 것인지, 여전히 개발업자들의 주장만을 계속해서 되풀이할 것인지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서울시의 대책에 대해 일부언론들은 ‘후분양제의 문제점’을 들고 나오면서 우려섞인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금융비용이 상승하고, 공급물량이 줄어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며,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서민들의 비용마련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경실련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이들은 후분양제가 민간부문으로까지 급속히 확대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현재의 선분양제도가 가져다주는 이익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서울시의 이번 대책을 놓고 우리사회의 정치적 및 경제적 행위주체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또다시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대다수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꿈이 더 멀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시민들의 감시와 행동이 필요하다.


3. 노무현 대통령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수용


노무현 대통령은 9월 28일, MBC 100분 토론에서 “분양원가 공개가 거역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이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본인이 동의해서라기보다 시민들이 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대통령의 인식이 너무나도 답답하고, 지난 8.31.조치 때와 같이 좋은 기회들을 다 놓쳐버리고 이제야 수용하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지만, 어찌됐든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수용한 것은 긍정적이다.


그렇다면, 이제 모든 아파트의 분양원가가 시원하게 공개되고 그 결과로 아파트값이 하향안정화의 길에 접어들게 되는 것인가? 속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그동안 대통령의 정책의지가 건설교통부의 관료들에 의해 뒤틀려온 사례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발언 직후 건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당과 정부 관계부처, 민간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업계 등”이 참여하는 가칭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원가공개와 검증 및 보완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앞으로 6-8개월 후” 실제 시행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교부는 주택정책에 대한 비판이 일어나면 일단 버티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위원회부터 만든다. 각계각층의 참여라는 미명하에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그룹과 관료들이 위원회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토론은 평행선을 이어가고, 주어진 회수의 회의가 끝나면 건교부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책대안을 합의라는 이름으로 내어놓는다. 실제로 건교부는 원가공개 요구에 대해 분양원가연동제를 내놓았고, 건축비심의위원회를 통해 표준건축비를 아무런 합리적 근거없이 두배에 가깝게 인상하는 결과를 내어놓았었다.


 6-8개월은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시간벌기로 활용될 수 있다. 여기에 국회에서의 법안개정에 필요한 시간까지 감안하고, 더욱이 내년 하반기가 대통령선거로 정상적인 국회운영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과연 참여정부 임기내에 분양원가 공개가 실시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래서 경실련은 대통령의 원가공개 의지가 또다시 건교부 관료들에 의해 왜곡되고 뒤틀리게 될 것을 염려한다.


건교부는 또한 후분양제도는 기존의 로드맵에 따라 그냥 그대로 거북이걸음 하겠다는 방침만을 재확인했다. 또한 원가공개로 인해 주택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빌미로 또다시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공영개발의 전면도입이나 투기적 개발이익의 환수장치 개선 등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없이 말이다.


결론적으로 건교부의 생각은 “분양원가 공개는 그때 가봐야 알 일이고, 원가공개에 대한 우려를 핑계로 또다시 공급이나 왕창 늘리자”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국민들의 감시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2006. 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