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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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의료분쟁조정법 시급히 제정해야

김태현 사회정책국장


최근 40대 남자가 사랑니와 이로 인해 전이된 목의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진 사고가 있었다. 올해 초에는 대전지역의 한 대학병원에서 위암 환자와 갑상선 환자가 서로 뒤바뀌어 수술이 이뤄진데 이어 또 다른 대학병원에서는 수술 뒤에야 암세포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봉합시술을 한 사고가 있었다. 이렇게 언론을 통해 알려진 대표적인 사고 외에도 의료사고는 한 해 수만 건에 이르는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의해 피해구제가 접수된 건수가 2000년 450건에서 2004년 885건, 2005년 1093건으로 6년 사이 142% 늘었다고 한다. 문제는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당사자 간의 문제로 치부하여 고스란히 피해를 감수하거나 환자와 의료인간의 소모적인 분쟁 속에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지금과 같이 의료사고에 대한 아무런 책임과 보상절차가 없는 불합리한 상황은 소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의료소송건수 매년 36% 증가


현재 의료소송 건수는 2000년 738건에서 2004년 1124건으로 늘고 연평균 증가율이 36%를 넘고 있다. 최근 4년간 미제건수도 매년 누적되고 있다. 그러나 의료소송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원고 승소율이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의료과정은 고도의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며 의료기법도 의사 재량에 달려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 같은 이유로 의료행위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환자의 경우 의료인의 과실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러한 문제로 최근에는 의료 사고 발생 시 환자의 특이체질 등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의료 행위를 한 측이 과실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는 판례 경향을 보이고 있다.


남은 문제는 소송에 의존하더라도 수년간 진행되는 지난한 법적 공방은 당사자는 물론 의료인 역시 많은 심적 고통과 경제적 손실의 이중고를 겪게 한다. 1심 판결에만 2년 반이 걸리며 대법원 판결까지 평균 6년 정도 걸리는 의료소송은 양자모두 잃을 것이 많은 사건이다. 따라서 의료사고해결과정에서 또 다른 제2의 피해와 고통이 방치되지 않기 위해서는 의료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의 마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지금까지 의료분쟁 조정에 관한 법률은 1989년 이후 6차례나 발의됐다. 하지만 의료행위 과실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을 의료계에 지우는 등의 의료사고 피해를 구제하는 법안은 이번 17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제출됐다. 작년 국회에서 의료사고피해구제법 발의가 이뤄졌고, 시민단체에서도 같은 취지의 법률을 청원했다.


분명한 것은 그간의 자력구제에 의존해온 의료분쟁 해결방식에 종지부를 찍는 것은 비단 의료사고 피해자뿐 만 아니라, 의료인의 입장에서도 꼭 필요한 일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무도 의료사고를 고의로 원하지 않으며 생계를 놔두고 병원과 싸우거나 시위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 피해자를 난동자로 몰아가고 의사를 파렴치한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결국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신속한 법안 처리 희망


이제 의료인과 환자 양측의 권익을 위해, 법으로 해결하기 이전에 분쟁을 적절하게 조정하고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전예방은 물론 의사의 책임소재와 사후에도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는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 이 글은 9월26일 내일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