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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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칼럼] 이자제한법 부활은 돌팔이 처방

권영준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장(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만약 고혈압 환자에게 혈압이 높으니 대동맥을 묶고 피를 적게 보내라는 처방을 내린다면 이는 사람 죽이는 돌팔이 의사인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돌팔이 경제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다름 아닌 법무부에 의한 이자제한법 부활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금융현장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금감원)이나 금융법을 만드는 재경부가 자기할 바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생긴 것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서민들에게 은행의 문턱이 한없이 높은 현실에서 악덕 사채업자들은 연 평균 223%까지의 고금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정의감을 갖고 있는 법무부가 98년 외환위기 당시 IMF 처방의 일환으로 고금리정책을 펴기 위해 폐지된 이자제한법(최고금리 연 40%로 제한)의 부활을 도모하고 있다.


본질은 서민들을 고리대금업자로부터 보호하자는 선량한 취지이기 때문에 반대할 명분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는 혈압이 높다고 피를 적게 보내면 될 거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 서민금융의 이용현실을 진단해 볼 때 동법 부활의 효과는 오히려 현실과 동떨어진 역기능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우려된다.


이미 현재도 대부업법에 의하면 서민들이 이용하는 대부업체의 대출금리는 연 66%로 제한되어 있는데 실질적으로 지켜지지 않고, 미등록 대부업체의 난립과 아울러 신체포기각서 등과 같은 각종 반윤리적인 고금리갈취 수법으로 서민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왜 이런 현실이 벌어질까? 재경부가 대부업법을 제정할 당시에 실질적으로는 금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대부업체를 감독하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주 관리·감독관청을 금감원으로 지정하지 않고 금융전문성이 전무한 지방자치단체로 떠 넘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감원에서는 대부업체를 금융기관이라기보다는 제도권내의 사채업자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일반 서민들은 대출광고와 금융·캐피탈이라는 이름만 보고 공신력 높은 금융기관이라고 인식하는 엄청난 괴리가 있다.


금융은 원래 정보의 비대칭성이 매우 높은 산업이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가 감독의 생명인데, 전문성있는 금감원은 관심 밖이고 전문성없는 지자체는 사후약방문 격인 감독시늉만 내는 서민금융의 현장 속에서, 무턱대고 최고이자 한도만 40%로 낮춘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법


보다 무서운 주먹이라는 현실을 척결하지 못할 경우, 법무부가 부활시키는 이자제한법이 명분으로는 서민들을 돕는 것처럼 보여도 실질로는 오히려 현재 연 66%의 최고 한도내에서 등록된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신용등급의 서민들 상당수를 미등록 사채업자들의 호구(虎口)속으로 밀어 넣어 각종 기형적 괴롭힘을 당하게 할 확률이 너무 높다.


따라서 진정 동반성장과 양극화해소를 정체성으로 하는 참여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자제한법이라는 그럴 듯한 속빈 강정보다는 다음과 같은 대안을 통해 더욱 서민속으로 다가가는 실사구시적 서민금융정책을 펼쳐야 한다.


첫째, 현재 형식적인 신고위주로 되어 있는 금감원의 대 서민금융감독 협의체계를 총체적으로 개혁해서 감독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해야 하는 바, 이는 대부업법을 개정하여 지방자치단체 감독이 아닌 금감원의 적극적 감독체계로 바꿔서 일벌백계의 감독원리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금감원에서는 비용과 인원이라는 허울 좋은 핑계로 기피하지만, 선진감독당국이 인원과 비용이 많아서 서민금융을 효율적으로 감독하는 것이 아님은 그들이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둘째, 저등급 신용의 서민들과 신용불량자 갱생목적으로 설립된 신용회복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취약계층 서민들을 전담하는 본격적인 선진국형 대안금융기관(Micro Credit)을 설립해서 서민금융의 새 장을 열어야 한다. 최근 대기업들이 공언하는 사회공헌기금과 금융기관의 출연금을 재원으로 복지적 대출전문 서민금융기관의 설립을 적극 추진할 때이다.


* 이 글은 6월 19일 한국일보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