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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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판교에 투기판 만들어놓고 투기 조사하겠다고?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 운동본부장


– 2006년 집값 폭등,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 투기세력은 정부가 집값을 잡을 의지가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 강남, 분당 등은 면적으로는 2%라지만 가격으론 40~50%다.
– 판교를 투기판으로 만든 건 바로 정부다.
– 판교 임대아파트는 국민 혈세 낭비되는 ‘무늬만 임대아파트’다.
– 1100만 원 판교분양가 실제원가는 평당 500만 원에 불과하다.


매년 반복되는 판교발 집값 폭등


2006년 3월 대한민국은 또다시 부동산가격 폭등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초부터 불기 시작한 이 광풍은 판교 주변인 분양, 용인과 강남 지역의 아파트값을 1억 이상 폭등시키고 있다.


연간 소득이 평균 3000~4000만 원인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러한 소식에 울화가 치밀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집 있는 사람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불과 몇 주 만에 1억 이상이 뛰고 있는데 혹시 판 다음에 급등하면 어떻게 하나 전전긍긍이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인 곳에서는 온통 부동산 이야기뿐이다. 벌써 이런 상황이 3~4년을 흐르고 있다. 어째서 매년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것인가.


 8.31대책은 개발업자에게 준 선물보따리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3년 동안 전쟁을 해서라도 부동산값을 잡겠다고 수십 차례 약속했다. 지난해 6월에는 참여정부 최고위층이 매주 모여 8.31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대책의 핵심 내용은 결국 개발업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었다. 대다수 국민이 지지하는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 도입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 없었다. 대신 송파, 김포 신도시와 같이 개발업자를 위한 선물 보따리는 잔뜩 풀어놓았다.


 그나마 참여정부가 자랑으로 내세우고 있는 보유세 강화도 실은 애초 목표인 실효세율 1%를 포기한 것이다. 그나마 소비자를 위해 마련했다는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도 생색만 냈을 뿐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8.31대책 실패는 이미 예견됐던 일


 하지만 이미 8.31대책의 실패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8.31대책이 발표되던 날. 5개 부처 장관은 국민 앞에서 이제는 투기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비장한 각오로 직을 걸고 2003년 10.29 이전으로 부동산가격을 낮출 거라고 약속했다.


 당시 미디어다음 등 일부 매체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언론은 정부의 발표대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보도를 했다. 하지만, 경실련과 나는 8.31 대책으로 부동산가격이 안정되기는커녕 또다시 폭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8.31대책의 실패는 전적으로 참여정부의 책임이다. 8.31대책 관련 법안은 한나라당이 국회를 비운 사이 정부 원안대로 통과됐다.


 8.31대책이 발표됐지만 수십 년 동안 각종 부동산정책에 익숙한 투기세력과 개발업자들은 정부와 대통령이 집값을 잡을 의지가 전혀 없다는 걸 금방 감지하고 또다시 투기에 가세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잡힌다고?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것


 강남지역에서 부동산을 거래했거나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8.31대책이 거의 효과 없는 대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정부에서는 8.31대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하반기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다.


 8.31대책 발표 직후부터 강남에서는 투자설명회란 명분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부동산 투기’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 수많은 종합일간지와 경제지들은 투자전략이라는 명분으로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집값을 잡겠다고 말해봤자 강남 아줌마들은 그것이 말뿐이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안다. 정부가 ‘세금 1000만 원 내도 비싼 집 살래.’하고 으름장을 놔봤자 소용없다. ‘세금 1000만원 내도 사놓기만 하면 1억이 뜁니다.’라고 설명해주는 자칭 부동산 투자전문가는 지천에 널렸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분양을 코에 앞둔 판교 신도시다. 건국 이래 최대의 투기장이 될 것이 분명한 판교신도시에 대해 건교부는 애초 뭐라고 했는가. 철저한 개발이익 환수장치가 마련됐기 때문에 아무 문제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이 말을 믿을 사람이 과연 몇 이나 있을까. 청와대에 있는 일부 극소수 사람 빼고는 이 말을 믿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심지어 주공도 믿지 않는다. ‘판교 당첨되면 얼마나 벌까요?’ 물어보니 주공이 이랬단다. ‘33평짜리만 당첨돼도 1억 6000만 원은 법니다.’


 투기판 만들어놓고 투기혐의 조사하겠다고?


 건교부는 판교에 청약 광풍이 불 것이 확실하자 무엇이 무서운지 모델하우스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짓지도 않은 아파트를 수억 원에 팔면서 모델하우스도 보여주지 않다니. 판교는 사기만 하면 무조건 대박이니까 모델하우스를 볼 필요조차 없다는 말인가?


 국세청은 판교 당첨자 전원에 대해 투기혐의가 있는지 조사한다는데 이것은 또 무슨 코미디인가. 투기판을 만든 게 정부인데 그 투기판에 들어왔다고 투기혐의를 조사하겠다는 말인가? 당첨만 되면 몇억씩 남는다는 걸 알려준 게 바로 참여정부다.
 
2004년 여름 나와 경실련은 공공아파트 분양원가공개운동과 민간아파트 후분양제 도입 등  분양 가격 거품의 실체와 공기업 문제, 정부정책의 문제를 지적하며 국민과 소비자를 위한 정책대안을 제시했다. 
 


당시 경제부총리, 건교부장관 등은 국민이 주인인 공기업의 원가공개는 시장원리에 반한다며 국민요구를 묵살했다. 뒤이어 여당 정책책임자와 위원장 등은 자신들이 4월 총선 당시 제시했던 공약도 무시하고 원가공개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다며 개발업자 논리를 대변했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공기업도 장사인데 원리에 맞지 않다.”라고 자신이 불과 2개월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했던 발언을 뒤집었다. 분양원가공개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정부와 여당은 99년 분양가 자율화 이전 정책인 원가연동제라는 미봉책을 공공택지에만 적용한다고 반에 반쪽짜리 대책을 제시했다.


 8.31 대책 주역에게 포상을? 오히려 파면해야


 이 정책의 첫 시험 무대가 판교였다. 그런데 지금 판교는 어떤 상태인가.


 현재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판교 분양가는 민간 1200만 원, 주공 1100만 원에 분양한다고 한다. 결국 당첨만 되면 3억 정도의 시세차액이 생긴다. 이 3억 시세차익 때문에 9000가구를 분양하는데 200만 명이 몰려드는 것이다.


 분양 후 199만 명은 어차피 떨어질 것이다. 떨어진 사람들은 또 아파트 분양시장을 찾아다닐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아파트 시세와 분양가격은 계속 폭등할 것이다.


 강남 집값 잡겠다며 판교개발을 시작했지만 판교 때문에 오히려 강남과 주변 집값이 폭등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던 8.31 부동산 대책은 실패했다. 그럼에도, 8.31대책 주역들은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 훈장과 포상을 주고받고 있다.


 이들이 훈장, 포상을 받은 지 한 달 만에 아파트가격은 다시 폭등하고 있다. 이들에게 박수를 쳐줄 국민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8.31의 주역들은 정말 모르고 있을까?


 8.31 대책이 나오기 하루 전날 경실련과 나는 “8.31 대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8.31 대책이 나오자 건설업체와 이익단체들은 당장 환영 성명을 냈다. 8.31 대책의 실패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국민은 지난해 3월에 있었던 집값 폭등 사태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판교 분양을 코앞에 두고 있었고 주변 집값은 몇 주 사이에 1억 원이 뛸 만큼 폭등세를 보이고 있었다.


 정부는 그때도 그랬다. 전체적으로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국지적인 지역에서 불안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이다.


 8.31 대책을 만든 주역들은 요즘 ‘지금 집값이 오르는 건 전체의 2%’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집값이 폭등하는 강남과 분당지역 등은 면적으로는 전 국토의 1~2% 라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미디어다음과 경실련이 함께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가격의 40~50% 가격이 그 지역에 몰려있다. 강남과 분당의 아파트를 다 팔면 나머지 지역의 아파트를 다 살 수 있을 정도다. 그 40~50%가 3년간 2-3배 폭등하고 있음에도 이 현상을 2%의 문제라고 보는 안이하게 생각하는 청와대 참모들이 있는 한 집값은 계속 뛸 것이다. 


 판교 분양가격, 무엇이 문제인가?


 판교 아파트를 짓는 원가는 평당 550만 원 정도 밖에 안 된다. 땅값 원가는 200만 원대, 건물가격은 350만 원 수준이다. 30평형 아파트라면 한 채에 1억 5000만 원 꼴이다. 이를 팔지 말고 정부가 소유하고 있으면 국민과 국가가 모두 부자가 된다.


 이것을 주변 시세의 반값인 분양가 1100~1200만 원 판다는 것은 당첨자만 3~4억 원의 시세 차익을 얻는다는 것이다.


 2003년에 정부가 농사짓던 땅을 강제로 수용할 때 정부는 판교 아파트 분양가를 처음에는 평당 600만 원, 2003년 6월 토지보상을 할 때에는 750~800만 원에 결정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판교를 개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2002년 ‘강남 집값이 뛰고 있는데 판교는 강남처럼 입지가 좋은 곳이니 싼값에 공급을 늘려 강남 집값을 낮춰 주겠다.’며 개발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어떤가. 강남은 강남대로, 판교주변은 모두 뛰고 있다. 실제 주변시세가 2000만원인데 분양가가 1100만 원이라는 건 절반밖에 안 되는 거다. 그러니까 9000가구 분양에 200만 명이 몰리는 것 아닌가?


 누구를 위한 판교인가


 판교에 건설되는 약 30%는 임대아파트다. 하지만 실제로는 5년 후에 분양전환 가능한 무늬만 임대아파트다. 이름만 임대 아파트라고 지어놓았을 뿐이지 사실상 5년 후에 분양되는 개발업자를 위한 아파트다.


 왜 개발업자의 배만 불리는 무늬만 임대아파트에 국민의 혈세를 들여야 하는가. 순박하게 농사짓고 살던 농민의 땅을 강제로 빼앗은 목적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서였으니 이름뿐인 임대아파트를 조금이라도 짓는 시늉을 한 것 아닌가?


 판교 32평 아파트의 임대료는 보증금 2억 3000만원에 월세 40만 원선이다. 이런 정도라면 임대의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한다.


 2004년 서울시는 상암 신도시에 분양했던 아파트 원가가 700만 원대라고 발표했다. 상암 신도시는 서울 한복판이고 판교는 경기도다. 판교는 본래 농사를 짓던 농지이기 때문에 그곳에 정부가 아파트를 지으면 500만 원대면 충분하다. 이를 냉큼 팔아 개발업자와 투기세력의 배를 불리지 말고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사용하라는 요구가 그렇게 부당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