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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2019 재벌개혁] 재벌체제 개혁을 위한 을들의 만민공동회
20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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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9년 7,8월호 – 2019 재벌개혁1]

재벌체제 개혁을 위한 을들의 만민공동회

오세형 재벌개혁본부 팀장 ohoh@ccej.or.kr

지난 6월 11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재벌체제 개혁을 위한 을들의 만민공동회(이하 만민공동회)’가 개최되었다. 민주노총을 비롯해 경실련 등 시민단체와 갑질로 인해 피해를 본 많은 시민이 함께 모여 재벌체제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구조적인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공유하여 재벌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는 자리였다.

 
광장에는 재벌개혁이나 을들의 피해 사례를 고발하는 다양한 홍보부스들이 설치되었다. 제화 노동자 노조 권리 보장 대책위원회는 백화점 수수료 인하를 주장하였다. 높은 백화점 수수료로 인해 제화 노동자들의 적정한 임금이 지켜지지 못하는 부분을 알리려 하였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는 제로페이 활성화를 홍보했다.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 환우 모임(보암모)는 재벌보험사 암보험금 미지급 횡포를 알리고 이러한 갑질이 반복되지 않도록 운동에 힘을 모아달라고 하였다.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는 상황에서 적정한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 재벌보험사와 싸우기까지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설명하였다. 재벌특혜 대우조선 매각 저지 전국대책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 매각 반대와 현대중공업 분할 반대를 주장하였다. 조선산업구조조정 등의 의미라기보다 재벌 세습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였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이마트 지부는 경영실패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정용진OUT을 주장하였다.
 
경실련은 재벌의 경제력·집중력 해소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부스를 설치해 운영했다. 시민들에게 재벌이란 문어발식 확장성과 족벌성, 거대 자본성 등을 본질로 하는 총수(동일인)가 있는 계열회사들(동일인이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대규모 기업집단)로, 이로 인해 기술탈취, 일감몰아주기, 황제경영, 수직계열화 등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재벌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징벌적 손해배상과 디스커버리 제도, 은산분리 강화, 불법 경영 승계 근절, 지주회사 체제 유도, 기업단위 지정 출자단계 제한, 수직계열화 억제 등이 시급함을 홍보하였다. 정치와 경제는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재벌개혁이 이루어지려면 정치가 바뀌어야 하고, 정치가 바뀌려면 선거제도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필요성도 홍보했다. 그동안 정치는 재벌개혁에 실패했고, 재벌개혁에 있어서는 거대 정당들이 별반 큰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소수정당들이 국회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민공동회 참여 단체들의 부스 홍보와 함께 이어진 주요 행사는 시민들이 재벌체제의 문제점을 알고 개혁의 시급성을 공감하는 원탁회의였다. 박상인 경실련 정책위원장의 기조 발제로 시작되었다. 박상인 정책위원장은 “한국 재벌들은 통제되지 않는 경제권력을 이용해 재벌 중심의 사회·경제적 구조를 만들고, 초법적으로 사익을 편취하고 있다”며, 재벌체제 개혁의 시급성을 알렸다. 대기업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 사익 추구 등을 언급하며 “재벌개혁을 통해 한국 사회·경제가 가진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겠지만 재벌개혁을 하지 않으면 고질적인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출자구조 제한을 통한 경제력 집중 해소, 구조적 금산분리, 일감 몰아주기 금지, 가맹점·대리점 사업자의 협상력 강화, 단체협약 권리 보장 등을 재벌체제 개혁을 위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끝으로, 광장에 모인 시민들에게 “제2의 촛불 시민운동과 같은 개혁 연대를 통해 재벌개혁과 새로운 (경제)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발제 이후에 만민공동회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오픈채팅창에서 질문과 응답이 오가기도 했다. “2018년 기준 4대 재벌 총수의 평균 그룹 소유 지분은 약 몇 %일까요?”라는 질문에 1-10%(145명), 1% 이하(39명), 10-20%(38명) 순으로 응답했다. 참여자들은 4대 총수의 평균 그룹 소유 지분이 평균 0.8%에 지나지 않는다는 정답을 듣고 놀라워하기도 하였다. 재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참여자들은 1위로 정경유착(146명),  2위 사내유보금 950조 원(98명), 3위 노동 착취(87명), 4위 갑질(79명), 5위 불공정거래(76명) 등을 선택했다. 재벌 문제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문제로는  1위 노동 탄압을 통한 이윤 축적(135명), 2위 경제력 집중과 독과점(107명), 3위 불법 경영 승계(75명), 4위 총수 일가 사익편취(71명), 5위 불공정거래(62명)가 꼽혔다.

이어진 토론은 ‘재벌개혁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을 주제로 진행됐다. 원탁회의에서 재벌개혁의 시급한 과제로 가장 많이 지적된 것은 정경유착, 이재용 부회장 재구속, 경제력 집중, 재벌 갑질, 정치개혁 등이었다. 전관예우 근절, 재벌 감시 공공기관 설립, 금융감독원 정상화, 재벌개혁을 위한 관련 법 제·개정등도 언급되었다.

6월 초여름 햇볕 아래서 더위를 견뎌야 하기도 했지만,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투박한 듯 거친 생각과 발언들도 있었으나, 약자로서 을로서 재벌과 갑들의 갑질에 당한 설움에서 비롯된 절규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이러한 국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경제구조개혁을 통한 재벌의 경제력 집중 해소, 중소 벤처기업들의 경쟁력 강화, 부동산 거품의 제거, 소득 및 자산 격차 완화 등으로 경제 회복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들의 열망에 응답하지 않는 정부와 여당은 다가오는 내년 총선에서 제2의 촛불시민운동의 매서운 평가를 받게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