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CCEJ 칼럼] ‘최저가 낙찰제’는 그런 게 아닙니다

연간 50조원의 공공 공사 예산을 다루는 국가계약법령의 실무담당인 재경부 회계제도과 장훈기 과장은 지난 11일 국정브리핑 기고를 통해 “최저가 낙찰제 확대시행 유보로 인한 예산낭비가 연간 10조원에 이른다는 경실련의 주장은 2배 이상 과다 계상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러한 입장은 경실련 주장이 엉터리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으며, 더군다나 참여정부의 국정과제에 대한 약속이행 촉구를 소모적인 논쟁으로 폄하하고 있어 심히 안타까울 뿐이다.


경실련은 그 동안 정부의 약속대로 2006년부터 모든 공공 공사에 대한 최저가낙찰제(이하 ‘가격경쟁방식’) 이행을 촉구해왔다.


자꾸만 미뤄지는 가격경쟁방식 도입… 애초 약속은 누가 어겼나


IMF 이후 정부는 건설시장의 위기의식을 반영하여 건설경쟁력 강화방안에 대하여 고민을 하였고, 그 결과 가격경쟁방식의 과감한 도입을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우선 그간 가격경쟁방식 단계적 이행원칙을 천명한 약 속일정을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2000년 8월 30일 ‘건설업 경쟁력 강화 방안’
– 이행 보증증권 제출이 의무화되는 최저가낙찰제 적용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
– 2002년 ‘500억원 이상’, 2003년 ‘100억원 이상 공사’. 100억 미만 공사에 대한 최저가낙찰제 도입여부는 건설보증시장의 성숙도 등을 감안하여 2004년 검토.


2003년 7월 16일 정부 공사 입찰제도 개선- 최저가낙찰제 도입 등
– 경쟁력 강화와 투명성 제고 및 예산낭비 요소 제거를 위하여 최저가 낙찰제를 과감히 도입하고,
– 최저가낙찰제 시행결과를 감안하여 원칙적으로 2005년 1월부터는 공사비 100억원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2006년부터 모든 공사에 대하여 최저가 낙찰제를 확대시행해 나갈 계획.


이 내용은 건설경쟁력강화와 예산절감을 위하여, 드디어 대통령의 지시로 일정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약속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5년전부터 약속된 일정이 겨우 2차례만 이행되어 고작 1.6조원의 예산절감효과 밖에 달성하지 못하였고, 이러한 약속 불이행의 결과로 전체 예산절감 가능규모 10조원 중 나머지 9조원 가량이 고스란히 낭비됐다.


약속 일정과 실제이행정도를 정리하면 다음 표와 같다.














































구 분


2001. 1.


2002. 1.


2003. 1.


2004. 1.


2005. 1.


2006. 1.


국민의정부


약속일정


1,000억원
이상


500억원 이상


100억원 이상


모든 공사




이행여부


이행


불이행


불이행


불이행




참여정부


약속일정





500억원 이상


100억원 이상


모든 공사


이행여부





이행


불이행


불이행확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가격경쟁방식의 단계적 확대가 원칙이었고, 즉각적 시행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하여 단계적 추진일정을 명시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국고를 담당하는 정책관료는 느닷없이 “정책변수를 종합하여 확대해 나가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수년동안 혈세낭비를 방치하고 말았고, 더군다나 자신들이 임의로 축소 계산한 예산낭비 규모인 4.9조원에 대해서 어떠한 책임있는 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재경부는 이익단체장이 장관 교체(거의 매해) 때마다 하는 정책건의와 덤핑입찰, 부실시공, 건설경기 위축을 이유로, 대통령이 국민과 약속한 가격경쟁방식 확대일정을 유보시켰다. 과연 이러한 주장이 맞는지 알아보자.


선진국들은 더 싸게 더 좋게 만들 궁리를 하고 있다


먼저 단순히 낙찰율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 무조건 덤핑입찰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건설비용구조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왜냐하면 공공 공사의 예산은 부풀려진 품셈과 엉터리 원가산정방식으로 인하여 2배 가까이 부풀려져 있으므로, 가격경쟁방식의 평균낙찰율 60%에서도 현장관리비와 적정이윤을 취하고 있고 직접 시공도 하지 않기 때문에 덤핑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두 번째로 가격경쟁방식으로 수주한 공사에서 부실시공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이는 해당기관장들의 국정감사등에 대한 서면답변서에도 나타나 있는 사실이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구포열차붕괴, 팔당대교,신행주대교,성수대교붕괴, 대구지하철폭발 사건들은 오히려 낙찰율이 90%가 넘는 공사였음을 보면, 부실시공은 낮은 낙찰율 때문이 아니라 계약후 공사중에 감리, 감독의 불철저함이 근본 원인임을 알 수 있다.


다만 경실련은 감리자를 매수하여 부실시공을 할 우려를 해소하기 위하여 감리 강화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경부의 형식적인 법령 조항으로 인하여 실제 적용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세 번째로 재경부 공무원의 주장처럼 건설경기가 위축되는 일은 없다. 다만 폭리구조가 사라짐으로 인한 건설업주들의 금단현상이 발생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가격경쟁방식을 통하여 절감된 예산으로 더 많은 공공 공사를 수행할 수 있으므로, 건설경기가 활성화될 것이고 실제 건설노동자들의 일거리는 더 많아 지게 된다.


지금 미국, 영국, 독일 등과 같은 선진국들은 어떻게 하면 건축물을 더 싸게 더 빨리 더 튼튼하게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고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비싼 시설물은 물류비용 증가와 경쟁력 약화의 악순환을 가져온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IMF 이후 잊었던 위기의식을 다잡아서 ‘글로벌 스탠다드’인 가격경쟁방식을 국익을 위해서 과감히 도입하고 동시에 선진국 진입과 기술개발, 생산성향상 등을 위하여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안타깝지만 선진국의 꿈을 버려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끝으로 정부에 가격경쟁방식의 약속이행을 거듭 촉구한다.


신영철(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 전문위원)


* 이 글은 12월 16일,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