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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시사포커스(1)] 고위공직자 부동산 재산공개, 원칙 없는 반쪽자리 공개
20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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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9년 7,8월호 – 시사포커스(1)]

고위공직자 부동산 재산 공개, 원칙 없는 반쪽짜리 공개!

부동산 재산신고 기준, 실거래가로 해야 한다.

 
서휘원 정책실 간사 hwseo@ccej.or.kr

현재 고위공직자 재산신고·공개제도는 ‘원칙 없는 반쪽짜리 공개 제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부동산 재산 공개 제도는 ‘고위공직자의 축소 신고를 눈감아주는 축소신고제도’이다. 최근 경실련의 분석 결과, 고위공직자 대부분이 그들의 부동산 재산을 공시지가·공시가격으로 신고해 실거래가(시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게다가 공직자들의 재산신고가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꾀해야 할 인사혁신처가 오히려 최초 공직자에 한해서만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부동산 재산을 신고토록 하는 등 투명한 공직자 재산공개를 가로막고 있음도 드러났다. 현재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는 원칙 없는 반쪽짜리 공개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부동산 재산신고 기준을 실거래가로
해야 한다.

고위공직자 부동산 공개 재산, 시세의 절반밖에 안 돼

지난 7월 5일, 경실련은 부동산 이해충돌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토부와 부동산 재산 신고·공개제도를 담당하는 인사혁신처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재산 공개 내역을 분석했다. 부동산 재산을 분석한 것은 우리나라 재산 중 부동산 재산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및 산하기관’ 1급 이상 30명의 부동산 재산을 분석한 결과, 1인당 부동산 신고가액은 평균 12억 4,607만 원이었으나, 시세는 21억 5,981만 원으로 나타났다. 1인당 신고가액과 시세 차이가 9억 1,374만 원으로, 신고가액은 시세의 57.7%에 불과했다. ‘인사혁신처’의 1급 이상의 공무원 7명의 경우 1인당 부동산 신고가액은 10억 2,040만 원이었으나, 시세는 19억 5,928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신고가액과 시세 차이가 9억 3,888만 원으로, 신고가액은 시세의 52.1%에 불과했다.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비중도 신고기준 73%였지만, 시세 기준은 83%였다.

1993년에도 문제시된 고위공직자 부동산 재산 신고 기준

1993년 2월 27일 김영삼 대통령이 자진하여 본인의 재산을 공개하며, 당정 고위 인사에 대한 재산공개 방침을 세웠다. 이로써 1993년 3월 18일에는 국무위원들과 청와대 수석 비서관들의 재산이, 3월 22일에는 민자당 의원과 당무위원들의 재산이 공개됐다.

하지만 이러한 재산공개 과정에서 고위 인사들의 도덕성 및 공개된 재산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적지 않은 수의 공직자들이 재산 관련 비리 의혹에 휩싸였으며, 상당수의 공직자가 주택, 토지 등 부동산을 시가보다 훨씬 적은 공시지가나 과세표준액을 기준으로, 재산액을 고의로 낮추어 공개했다는 언론의 지적이 있었다. 또 적지 않은 공직자들이 무연고지역에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가족 명의의 부동산도 많은 것으로 드러나 사실상 부동산투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번졌다.

당시 <경실련> 유종성 정책실장은 “재산공개가 원칙도 없고 감사원의 실사도 거치지 않아 반쪽공개라는 느낌이 들고 액수가 터무니없이 적어 진실성을 믿기 어렵다”라며, 신고내용에 대한 진실성을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의 재산공개는 단순한 공개에 의미를 둘 것이 아니라 재산증식 과정에 대해 공정한 실사를 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동아일보, 1993년 3월 19일,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실사 없는 공개 시민 의문).

고위공직자 재산신고·공개제도가 눈감아주고 있는 부동산 재산 축소공개

김영삼 대통령의 자진 재산공개 이후 쏟아지는 관심 속에서 1993년 6월 11일, 공직자윤리법 전면개정이 이루어졌다. 개정안에는 재산공개의 제도화와 공직자윤리위에 재산심사권 부여 등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4급 이상 등록 및 1급 이상 공개 의무화가 이루어지면서, 경실련이 주장했던 6급 이상 등록 및 3급 이상 공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실질적 심사권 등의 내용 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경실련은 2005년에 공직자 재산공개 실태를 분석 발표하며 재산 형성과정 소명 의무화, 부동산 재산의 실거래가 기준 신고, 고지거부 조항 폐지 등을 요구했다. 이후 2006년 부동산 실거래 신고 의무화 및 실거래가 공개가 이루어졌고, 같은 해 12월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되어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기준도 공시가격 또는 실거래가 공개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많은 고위공직자가 공시가격으로 신고를 해나갔다.

결국, 1993년 공직자 재산공개제도의 본격화 이후 지금까지 재산축소 공개가 계속되어온 셈이다. 김영삼 정부 시기를 재연하듯, 문재인 정부 이후 집값 상승으로 공직자들의 재산공개가 시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언론 보도로 공직자들의 재산관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그제야 행안부는 2018년 6월 시행령을 개정, 공시가격과 실거래가 중 높은 금액을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이를 감독하고 심사해야 할 인사혁신처는 오히려 재산의 영속성 우려를 들먹이며, 조문에도 없는 시행령 제·개정 이유와 브리핑 자료에 ‘최초 신고자에 한하여 적용한다’라는 추가 설명을 내놓았다. 또한,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실거래가는 취득가격을 의미하는 것이지 시가가 아니다’라는 법취지에 위배 되는 해석으로 시세와 동떨어진 가격신고를 정당화시켰다.

고위공직자 재산신고·공개제도 어떻게 개선되어야하나?

이처럼 고위공직자들이 관련 법과 달리 실거래가가 아닌 낮게 조작된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재산을 신고하고 있으나, 인사혁신처는 이러한 부동산 재산 축소공개제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문재인 정부는 당장 불공정한 공시가격이 아닌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재산을 다시 신고하고 제대로 신고를 했는지 철저히 심사함으로써 정확한 재산공개를 유도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의 투명성을 높이고, 부정축재를 방지하기 위한 공직자윤리법 개정도 이루어져야 한다. △재산등록을 공시가격과 실거래가 모두를 신고토록 의무화하고(제4조 등록재산 가액 산정방법), △재산신고 시 해당 재산의 취득 일자·취득경위·소득원 등 재산형성 과정을 의무적으로 심사하도록 하고(제8조 등록사항의 심사), △직계존비속의 고지거부를 불가능하게 해 재산 은닉의 통로를 차단해야 한다(제12조 성실등록 의무). 불공정한 공시가격 개선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관련 법 개정 없이도 국토부와 인사혁신처의 의지만 있으면 실거래가 기준 신고가 가능해지고 정확한 재산공개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가 개선책으로 내놓은 공시가격 혹은 실거래가 중 높은 가격으로 신고하도록 한 시행령에 따라 기존의 공직자들도 신고하도록 소급 적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