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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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엉터리 8·31 대책, 그러나 희망을 보았다

8·31 부동산 대책은 한마디로 엉터리다. ‘아니, 강남의 집값이 이렇게 떨어지고 있는데, 엉터리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금방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후후, 그렇게 성공적인 부동산대책이 나왔다면 왜 참여정부의 지지도는 하루가 다르게 떨어질까? 아마 그들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엉터리 정책


필자는 처음부터 이것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한 사항이므로,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높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을 정책담당자들에게 피력한 바 있다. 국민들에게 부동산투기가 영원히 종식될 것이라는 희망을 주어 지지도를 높이고, 국민들의 지지도를 기반으로 차근차근 정책을 집행해 나가면서 희망을 현실화시킬 때만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힘주어 강조했었다. 그것이 바로 국민을 위하고 참여정부도 성공하는 유일한 길이었다고 필자는 지금도 확신한다. 그리고 그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정책대안도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저버리고 말았다.


실제로 8·31대책은 많은 대책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대책의 가지 수만 놓고 볼 때는 아마 2%정도 부족한 대책일 것이다. 그러나 그 2%의 부족이 바로 국민과 건설족의 이해상충, 근로소득자와 불로소득자의 이해상충,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의 이해상충을 해결하는 데 있어 커다란 철학적 차이를 의미하기 때문에 8·31대책은 엉터리 정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뒤돌아 앉은 야당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였다. 필자는 한나라당이 진정 국민들을 위한 시장경제를 주장한다면 미국식 부동산대책을 채택하라고 제안하였다. 미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주택을 투기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면서 동시에 근로소득자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지원대책을 일관성있게 주장한다면 국민의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미국식 시장경제 논리조차 부정한다면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시장경제원리란 도대체 어느 혹성의 시장경제를 의미한단 말인가?


다른 야당의 정책들은 잘 알려지지도 않았거니와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데도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부동산문제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단체 사이에 놓여있는 큰 골은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 안타까왔다.


그렇게 엉터리 부동산 대책이 마련되었다. 그마저도 국회 논의과정에서 더 망가질 것이다. 이제 엉터리대책에 대해서는 그만 논의하기로 한다. 그러나 필자는 커다란 희망을 보았다. 언젠가는 그 희망이 현실이 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희망찾기 1, 우리는 배웠다


정책 발표까지 2달여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부동산 문제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접할 수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많이 배웠다.


처음에 주택의 토지와 건물을 분리하여 건물만 분양하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의 주장을 접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상적인 이론적 논의에 불과하다고 치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영연방 국가에서는 일반화된 방식이며 최근 공단을 개발하는 중국에서도 이러한 방식이 채택되고 있음이 알려지면서, 이제 국민을 위한 부동산대책으로 가능한 방식임을 알게 되었다.


아울러 세계 각국에서는 각자 특색있는 주택정책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많은 임대주택을 통해서, 또는 정부의 직접적 주택공급을 통해서, 또는 조세나 금융정책의 적절한 조합을 통해 안정적 주택 공급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모든 정책의 목표는 국민들의 복지였지, 한국의 관료들처럼 건설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주택정책을 펴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8.31대책이 얼마나 절묘하게 그런 합리적 정책들을 비켜가고 있는지도 잘 알게 되었다.


희망찾기 2, 주택은 투자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주택을 보는 세 가지 시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투자와 투기는 구분이 힘들기 때문에 주택의 무제한 소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자주 접했다. 그렇게 무제한의 소유를 인정하는 것을 정상적인 수요라고 전제한 후 그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 주택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당연하고, 이것이 시장경제원리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 관료와 정치인, 학자들이 많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그런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필자는 알 수 없다. 그들이 그리고 있는 자본주의의 모습에 섬뜩함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두 번째 유형은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고 1가구 1주택 이상 소유하는 경우에는 투기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것은 어찌보면 1가구 1주택주의를 주장하는 것 같아 보였는데, 실제 정책은 크게 달랐다. 자기들이 임의로 정하는 투기지역에 주택을 추가로 보유하는 경우를 투기로 정의하고, 따라서 주택가격이 안정되어 건설경기가 위축될 것 같으면 언제든 투기지역을 해제하고 다시 투기붐을 일으킬 만반의 준비를 갖춘 주장임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이야기하는 ‘하늘이 두 쪽이 나도 가격을 안정시키는 부동산정책’이며 ‘헌법보다 바꾸기 어려운 부동산정책’의 모습임에 절망하게 되었다.


세 번째로 필자는 주택이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나 스스로 주택을 보유하여 차익을 기대하는 심리를 버리지 않는다면, 즉 ‘내 안의 투기심리’를 잠재울 수 없다면 우리 사회의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은 감동적이었다. 주택에 시장경제 원리를 적용하는 것은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일 뿐이지, 투자의 수단이 주된 역할이 아니라는 이 논의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 논의를 통해서 외국의 주택정책의 핵심을 이해할 수 있다. 주택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거주의 수단이라는 주장을 접하면서, 필자는 이제 비로소 우리사회에서 영원히 부동산 투기를 잡을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희망찾기 3, 1가구 1주택에 중과세하라는 중산층이 있다


강남에 아파트를 한 채씩 가지고 있는 젊은 엘리트들이 1가구 1주택에도 중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항구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잡을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1가구 1주택에 중과세하라는 주장은 시민단체에서도 조세저항을 고려하고 논의의 초점을 흐린다는 의미에서 채택하지 않은 주장이다.


1가구 1주택 중과세 주장은 바로 주택이 투자의 수단으로 변질되어서는 안된다는 인식의 결과이다. 내 주택가격을 높인 후 내 자식에게만 물려주어 잘 살게 하겠다는 천민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기꺼이 중과세를 받아들여 미래세대 모두에게 건전한 경제를 물려주겠다는 의지의 산물이다. 어차피 한 채 가지고 있는 집의 가격이 오르나 떨어지나 큰 의미가 없으며, 이 정책을 통해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실제 세금 부담은 크게 증가하지 않게 된다는 논리적 뒷받침으로 인해 강고한 토대를 갖춘 주장이다. 정부가 일관되게 정책만 집행해 준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들에게서 한국 자본주의 발전의 토대를 발견하게 된다.


희망찾기 4, 성실한 납세자를 위한 주택정책


성실하게 세금 내는 근로소득자는 평생 벌어봐야 집 한 채 구하기 힘든데, 변변하게 소득세도 내지 않는 투기꾼들이 수십억 아파트에 사는 자본주의의 모습은 극복되어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근로 소득을 확인하지 않은 채 아무에게나 고급아파트를 값싸게 공급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투기꾼을 위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저소득층은 임대주택이나 주거비 지원을 통해 지원하면 된다. 서구가 프로테스탄티즘을 통해 건전한 자본주의의 근본을 세웠음을 기억해야 한다.


필자는 세금, 의료보험료, 국민연금 열심히 내는 사람에게 소득에 맞게 값싼 아파트를 공급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소득에 맞춰 내는 세금을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고 자기자금에 대해서는 철저한 자금원천을 추적하는 손쉬운 정책으로 달성할 수 목표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불로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정책이 부수되어야 한다. 이런 필자의 제안이 널리 퍼질 때 주택 분야를 넘어, 우리 경제 발전의 초석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희망찾기 5, 쟁취할 목표는 정해졌다


많은 논의의 결과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이라는 어려운 개념도 널리 알려졌다. 근로자 평균 연봉 대비 주택가격이 몇 배나 되는가이다. 한국이 단연코 높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주택가격이 높으니 보유세율을 높이면 안된다는 주장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연봉의 2배 정도 되는 주택가격을 정상가격으로 보았다. 소득의 1/3정도를 저축한다고 했을 때, 그래도 6년정도 걸려야 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 다시 5-6년 열심히 저축하면 더 큰 주택으로 옮겨갈 수 있는 경제를 추구한 것이다.


평균적으로 주택가격이 연봉의 5배 이내가 되어야 정상적인 경제의 모습으로 보인다. 1/3의 소득을 저축했을 때 15년이 걸려야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고, 조금 더 절약하면 10년 정도로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목표는 명확하다. 현재 주택가격의 30~50%는 하락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쟁취해야 할 목표다. 그 목표를 쟁취해야 만이, 그날을 하루속히 앞당긴 후에야 비로소 한국경제는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50%~100% 주택 값을 올려놓고, 10% 가격 떨어지니 가격이 안정되었다고 호들갑떠는 그들의 주장과 크게 대비되지 않을 수 없다.


* 이 글은 10월4일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