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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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이야기] [인터뷰] 화분안죽이기실천시민연합을 만나다
20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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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9년 7,8월호 – 우리들이야기(2)]

화분안죽이기실천시민연합을 만나다!

 

정리 이성윤 회원미디어국 간사 pain2c@ccej.or.kr

 
수많은 촛불의 열망이 광화문을 가득 메웠던 2016년, 그 안에는 재밌는 깃발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경실련의 깃발과 꼭 닮은 화실련이라는 깃발도 있었는데요. 3년이 지난 지금도 집회 현장에서 화실련의 깃발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특별히 올해로 3년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화실련과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Q. 우선, 독자분들에게 화실련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경실련 여러분, 화실련 여러분, 반갑습니다.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월간 경실련 지면에 초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화실련은 2016년 11월, 촛불집회의 물결과 함께 창립한 시민 연합입니다. 살려야 할 화분이 있다면, 차마 지키지 못한 화분이 있었다면, 우리 모두가 화분안죽이기실천시민연합, 화실련입니다. 어느 화분이든 허무하게 죽지 않는 세상. 그런 세상을 함께 만들어갑니다.

Q. 2016년 촛불집회에는 ‘천하제일 깃발 대회’라고 할 만큼 다양한 깃발들이 나왔습니다. 당시에 같이 사진을 찍었던 기억도 나는데요. 화실련 깃발을 들고, 나오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이름을 화실련으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100만 명이 모였던 3차 촛불집회(2016.11.12.)에 등장했던 ‘장수풍뎅이연구회’ 깃발이 촛불집회를 수놓은 무수한 ‘아무 깃발’을 싹 틔운 씨앗이 되었습니다. 당시 집회 이후, 트위터를 중심으로 없을 법하면서도 어딘가 있을지도 모를 단체 깃발을 저마다 상상해보는 놀이가 한바탕 이어졌습니다. 온라인 공간의 전면실세인 고양이를 중심으로 ‘민주묘총’, ‘범야옹연대’, 이어서 ‘전국고양이노동조합’ 등이 앞서 나왔고, 당시 어용집회 비용지원 등 전방위 정권유착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하던 전경련을 딴 ‘전견련’도 이에 맞서 등장했습니다. 이어서 ‘국경없는 어항회’, ‘범깡총연대’, ‘허물없는 세상’, ‘얼룩말 연구회’ 등 다른 종도 깃발 아래 모였습니다. ‘무도본방사수위원회’, ‘마법소녀노동조합’, ‘전국디바협회’ 등 좋아하는 대중문화 요소를 모티브로 삼은 깃발이나, ‘고산병 연구회’, ‘한국주사맞기캠페인운동본부’ 등 당시 시국을 풍자하는 깃발도 등장했습니다.

여러 단체가 ‘나라가 평안해야 동물들도 평안하다’는 기치로 등장한 한편, 약간 마이너한 허전함이 들었습니다. ‘화분의 여러 화초도 반려 생물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옛적에 폭정이 횡행할 때 ‘민초’의 울분을 일러 ‘산천초목이 분노한다’는 표현을 흔히 쓰이기도 했다는데,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역시 산천초목을 분노케 할 정도로 가관이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산천초목의 분노 또한 똑똑히 보여주기 위해 ‘화분안죽이기실천시민연합’이 2016년 11월 14일에 창립되었습니다. 한국 사회를 위해 오래 힘써온 시민단체 중 진지하면서도 장황한 이름이 돋보이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이미지를 패러디하여 상징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Q. 당시에 참신한 깃발들도 많이 나오고, 혼자 나오신 분들이 그 깃발들에 모여서 함께 다니기도 하는 모습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풍경이었는데요. 실제로 깃발을 들었던 분의 입장에서 보면 그러한 풍경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A. “깃발 내려!”하는 볼멘소리로 대표되는 ‘집회현장의 정치 혐오’, ‘순수 시민 콤플렉스’가 무색해진 순간이었습니다. 아무 깃발이 점차 거리로 나오고, 깃발과 섞여 함께 광장 위를 부유하기 시작했습니다. 7차 촛불집회(2016.12.10.) 즈음, 각지에서 나온 아무 깃발이 광화문 광장에 여럿 모여서 큰 대오를 이루어 행진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고, ‘혼자 온 사람들’이기도 했지만 말없이 형성한 유대감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아무 깃발을 보면 환호했고, 서로 깃발 이름을 부르며 합류해 인파를 이루었습니다. 아무 깃발과 함께한 시민들과 기수단은 진지한 히어로 만화, < 왓치맨>의 음울한 배경에 등장인물로는 코미디 만화, <킥애스>의 DIY 히어로를 슬쩍 데려 놓은 모습 같기도 했습니다. 당시의 묘한 연대감은 다시 찾기 어려울 듯합니다.

7차 촛불집회는 5차 페미존이 열린 날이기도 합니다. 광화문 지하 광장에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농성이 진행 중이었고, 이순신 동상 앞에는 세월호 광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항의하는 예술인 농성장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곳곳에서는 사전 집회 형식으로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모여 다양한 집회를 이어갔습니다. 10차 촛불집회(2017.12.31.) 때에는 본집회 전후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만두노총 새우만두노조가 함께 주최한 ‘아무 깃발 대잔치’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서울역 일대에서는 ‘계엄이 답’이라며 ‘관변’ 맞불 집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광장은 ‘대의’ 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심사와 의제가 넘나들고, 이웃한 수십만의 ‘나’를 확인하는 공간이었습니다. 2016년 여름, 이화여대에서의 투쟁과, 같은 해 겨울, 약 20주에 이르는 2016-2017 촛불집회 시기는 한국 사람들이 민주시민으로써 쌓아온 최후의 저력이 무엇이었는가를 눈앞에서 직접 확인한 때였습니다. 2017년 3월, 본무대에서 마주 본 수십만 시민들의 모습은 잊지 못할 겁니다. 전국 각지의 집회 현장에서 힘써주신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 국민 행동 및 연대 단체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Q. 사실 촛불집회 당시에만 스쳐 지나가는 깃발일 줄 알았는데 요즘도 집회 현장에서 화실련 깃발이 보여서 아주 반갑습니다. 화실련이라는 이름으로 계속해서 활동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A. 2016-2017 촛불집회 당시에는 깃발을 들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랐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정권 퇴진을 이루길 촛불시민 모두가 염원했으니까요. 노란 리본 휘장과 2m 길이 깃발을 5m짜리 깃대에 매달고 집회에 참여하는 일은 물리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힘든 일입니다. 아무 깃발과 함께 다른 집회 경험을 자아냈지만, 동시에 다른 곤란함도 따랐습니다. 많은 아무 깃발이 촛불집회 이후로 자취를 감춘 직접적인 이유가 아닐까 짐작합니다.

촛불집회는 승리 선언과 화려한 폭죽과 함께 끝이 났지만, 촛불집회를 통해 확인한 우리 사회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변화를 위한 행동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고요. 화실련 깃발을 비롯한 아무 깃발을 만난다면, 승리의 경험을 상기하고, 기운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 촛불집회가 벌써 3년이 되어갑니다. 그동안 정권도 바뀌었고, 국정 농단 수사도 진행되고,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촛불 이후, 우리 사회는 조금 더 나아졌다다고 생각하시나요?

A. 국정 농단의 주역들이 내려오고 나서야, 세월호가 물 위로 올라왔고, 광장에서 물 대포와 경찰 차벽이 사라졌습니다. 하마터면 우리가 광화문 광장에서 육군 9공수여단과 30사단 장갑차에 깔릴 뻔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새 대통령이 당선되었고, 다른 전임 대통령 2인은 주소지가 바뀌었습니다.

국정 농단으로 무너져 내린 곳곳을 수습하는 일만으로도 힘에 부친다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제자리로 돌아왔을 뿐인 데도 대단한 진전인 것처럼 감탄하고 그쳐버리는 모습은 아쉽습니다. 새 헌정까지 상상했던, ‘촛불 혁명’이라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 1,600만 여 명의 시민의 노력이 다시 미완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듭니다. 이는 화실련 깃발을 내리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입니다.

탄핵 인용 선고 후 8개월, 촛불 1주년 집회 현장에 참여했지만, 마음껏 기뻐할 수 없었습니다. 군부독재 세력의 ‘세습 왕조’에 분통을 터뜨리던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몇 개월 새 나서서 ‘어용’을 자처했습니다. 지난겨울 집회 현장에서 민주공화국의 회복을 바란 게 아니라 새 왕의 도래를 기다린 것뿐이었나 하는 허탈함 또한 우리의 몫이었습니다.

‘꽃길’만 걸어서 마법처럼 적폐가 청산된다면 좋겠지만, 불가능한 일입니다. 국정 농단의 주조연과 그 후예 세력의 치열한 훼방을 감안하더라도 현 정권은 적폐 청산 및 사회 개혁 의지를 그보다 더 빠르게 잃어가는 듯 보입니다. 특히 노동, 고용 분야의 퇴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최근 ‘버닝썬’으로 대표되는 권력유착 사건, 경찰, 검찰과 마약, 유흥업소 카르텔 진상 규명에는 사실상 손을 놓은 듯 보입니다. 2016-2017년의 촛불이 또 하나의 미완 혁명으로 끝나버리지 않도록 경실련과 화실련 여러분 모두 조금씩 힘을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Q. 화실련은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실 계획인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화실련이 바라는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요?

A. 화실련은 올해로 3주년이 됩니다. 앞으로도 종종 집회 현장에서 화실련을 만나실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가깝게는 화실련 창립 3주년을 기념할 만한 새 기념 굿즈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지면을 빌어 지난 시간 화실련 기념 굿즈를 통해 화실련을 후원해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화실련이 지치지 않고 남아있을 수 있었습니다.

화실련은 어느 화분이든 허무하게 죽지 않는 세상, 함께 민주공화국을 피워가는 사회가 되길 희망합니다. 살려야 할 화분이 있다면, 차마 지키지 못한 화분이 있었다면, 누구나 화분안죽이기실천시민연합입니다. 화실련 외에도 집회 현장을 찾는 아무 깃발들이 아직 남아있고, 새로이 아무 깃발을 드는 기수 분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집회 현장에서 만나는 아무 깃발 모두에게 많은 성원 바랍니다.

Q. 경실련이 올해로 30주년이 되었습니다. 경실련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경실련의 30주년을 축하합니다. 경실련은 잘 드러나지 않는 의제를 폭넓게, 꼼꼼하게 챙겨왔다는 신뢰가 있습니다. 디테일이 강한 시민단체로 한국 사회에서 꾸준히 역할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경제정의, 사회정의 실현으로 적폐 없는 사회를 향해 우리 함께 나아갑시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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