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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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대통령이여, 정녕 국민의 절규를 듣지 못하는가?

  
홍종학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 필자의 지난번 칼럼에 대해 어느 독자께서 외국의 사례를 좀 더 설명해 달라는 당부를 하였다. 정부가 종합대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의 부동산정책과 비교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필자가 아는 범위 내에서 간략하게 외국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근로소득자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부동산 정책


각국 사례를 비교하기 전에 먼저 부동산 정책의 목표에 대해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정책의 주 대상은 근로소득자가 되어야 한다. 열심히 일을 하는 근로소득자가 주택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사업자가 땅값 걱정 없이 장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것이다.


주택정책만 한정해 보자. 한 마디로 말하자면, 열심히 일해서 두툼한 월급봉투 들고 집에 들어서는 가장이 무능하다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뚝방촌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간 일하면, 노부모 모시고 살 수 있는 번듯한 집 한 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 주택정책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각 국의 부동산정책, 특히 주택정책을 비교할 때 각국에서 이러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펴는가를 주목하면서, 현재 정부에서 논의하고 있는 정책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 예측 가능한 내집 마련, 건설비용보다 싸게 분양


싱가포르 주택정책의 특징은 뛰어난 예측가능성에 있다. 근로소득자가 자신의 소득에 비추어서 몇 년 후에 그에 맞는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지 예측이 가능하다.


싱가포르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주택을 건설했고, 저소득층에게는 능력에 맞는 임대료를 부과하는 ‘응능응익’ 원칙에 의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한편, 일반 국민들에게는 자가 주택의 보유를 촉진하기 위해 50년대부터 각종 혜택을 부여해 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봉의 2배 수준에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건설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분양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 차액은 정부가 예산에서 부담한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싱가포르에서는 2000년 기준으로 85%의 국민이 정부의 주택개발청에서 공급한 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다.


한편에서 정부가 싼 값에 공급한 주택이 투기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생애에 걸쳐 2회만 주택개발청 주택 구입이 허용되고, 5년의 의무거주기간이 부과된다. 그 이전에 매각하는 경우에는 주택개발청에 분양가격으로 환매해야 한다. 두 번째로 분양받은 주택은 5년이 지나도 주택개발청이 지정하는 가격에 환매해야 한다.


싱가포르에서 투기는 원천적으로 봉쇄되었다. 민간에서 공급되는 일부의 주택에서 투기가 발생하더라도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특히 1980년대 이후에는 높아진 기대수준을 반영하여 주택개발청이 중대형 평형의 아파트를 공급하고 있으므로, 근로소득자들은 그야말로 마음편히 직장에 종사할 수 있다.


올바른 공영개발정책을 통해 영원히 싱가포르 국민들은 영원히 부동산투기로부터 해방된 것이다. (싱가포르 주택정책과 관련한 자료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자료를 참조하였다.)


[미국] 주택은 신성부가침의 권리, 높은 보유세로 투기 억제


미국의 주택정책을 연구하면서 필자는 미국인들이 임금과 주택에 대해서는 신성불가침의 권리를 인정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택의 경우 압류에 제한이 가해지는데, 텍사스의 경우에는 100만불(한화로 10억 원이 넘는 액수) 한도 내에서 주택 1채에 대해서는 채무자에게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법률에는 ‘Anti-deficiency law’라는 것이 있어서, 1주택 소유자가 담보대출을 받았다가 주택가격이 대출액 밑으로 하락하더라도 금융기관은 추가적인 채권을 청구하지 못한다. 주택가격이 급격히 하락할 때의 위험은 모두 채권금융기관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 법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소비자 보호법이다.


미국 주택정책의 특징은 근로소득자만을 위한 모기지론 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없는 사람은 모기지론을 받을 수 없고, 통상 소득 1/3 이내에서 모기지론의 원리금을 갚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한 가구가 여러 주택을 소유하려는 투기수요는 철저히 억제된다. 반면 정부가 모기지론 이자에 대해서 세금혜택을 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미국 근로자나 사업자들은 안정된 수입이 확보되면 주택을 구입한다.


세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사업자는 소득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모기지론을 받을 수 없다. 탈세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효과도 발휘한다.


또한 미국의 보유세는 대단히 높다. 거래세는 낮지만 부동산 중개료나 모기지론 알선료 등 주택 거래비용도 대단히 높다. 이래저래 주택을 이용한 투기는 철저히 억제되고 있다.


주민들이 스스로 투기와 관련 없는 주택 소유자들에 대한 법률을 만든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캘리포니아 주민발의법 13’이 바로 그것인데, 장기보유자들에게 세를 감면해주고 55세 이상의 은퇴자들에게는 이주시에도 혜택이 지속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이 주민발의법을 개선하여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여러 주에서 일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도 주택가격이 많이 오른 사실을 빗대 한국의 거품을 정당화하려는 시도가 있으나, 이는 정확한 비교가 아니다.


미국에서 이미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대다수의 근로소득자들은 이자율이 내린 탓에 모기지론의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든 혜택을 받았다. 새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이자율 인하효과와 주택가격 상승효과가 상쇄되어 주택구입의 부담이 늘어난 정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거품이 붕괴되더라도 일반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충격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약하게 된다.


실수요자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모기지론 제도와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조세제도를 통해 근로소득자에게 유리한 권리설정을 한 연후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한 것이다. 대공황 이후 근로소득자들에게 안락한 집을 제공하겠다는 개혁 대통령 루즈벨트의 노력은 분명 결실을 얻었다. 미국의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마치 자유방임적 주택시장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은 유감스럽다.


[유럽] 총 주택의 20~30%는 싼 가격의 공공임대주택


유럽에서는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통해 근로소득자에 대한 안정적 주거를 보장하고 있다. 총 주택의 20~30%에 달하는 주택을 공공의 보유로 싼 가격에 임대하고 있기 때문에, 투기가 발붙이기 어렵다.


일반 근로소득자의 입장에서 주거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주택은 투기의 대상이 아닐 뿐 아니라 소유할 필요도 없으며, 그야말로 실수요자가 주거를 위해 필요로 하고 정부가 그 필요를 충족해야 하는 공적인 재화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인들이 여유로운 삶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국가적 정책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이렇듯 싱가포르, 미국, 유럽은 모두 근로소득자들이 투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안전지대를 구축해 놓고 있다. 이미 수십 년간 이런 정책을 취해 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 설사 일부 지역에서 투기 열풍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회적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우리 국민들도 그런 혜택을 누릴 자격이 있다


정답은 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의 정답이 있다. 싱가포르식, 미국식, 영국식, 네덜란드식, 독일식 등등 각 국에서 성공적인 투기억제책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경실련에서 주장하는 공공임대주택의 활성화 방안은 유럽식 방식이다. 훌륭한 하나의 대안이다. 임대주택을 관리하는 비효율성 문제만 효과적으로 대처한다면, 영원토록 우리나라의 투기를 억제할 수 있는 효과적 방안이 될 수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싱가포르식과 미국식을 조합한 방식을 선호한다. 공공택지에 싸게 건설한 주택을 무주택자에게 전매제한 규제와 함께 공급하는 방식이다. 물론 여기에는 중대형 아파트도 포함된다. 동시에 철저하게 소득에 입각한 모기지론만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이 대출의 이자에 대해 소득공제혜택을 높이는 방식이다.


현재 가격의 절반 수준에 대거 양질의 아파트를 무주택자에게 공급하는 것을 상상해 보라. 당장 내일부터 근로소득자들은 어깨 펴고 살 수 있다. 우리의 미래 세대들 역시 아무 걱정 없이 하는 일에 열중할 수 있다. 소득 수준에 맞춰 언제쯤이면 주택을 구입할 수 있을지 예측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일정표를 마련하면 된다.


이 방식은 이미 오른 주택가격을 급속히 안정시킬 수 있으며, 불안한 근로소득자의 심리를 안정시키는데 다른 정책보다 더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 투기꾼을 위한 공영개발… 정답을 비켜나가는 현란한 기교


필자는 ‘하늘이 두 쪽이 나더라도 집값을 잡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고무되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이런 방식의 우수성을 떠들고 돌아다녔다. 우리 국민들도 싱가포르, 미국, 유럽인들이 누리는 권리를 향유할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외면했다. 각국의 효과적인 주택정책의 장단점을 따져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기껏 예전의 원가연동제와 채권입찰제로 돌아가겠다는 정책을 내놓았을 뿐이다. 우리 모두는 지난 몇 년간 실험용 쥐가 되어 강남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것을 보면 가슴 졸이며 살았다. 강남 일대의 투기꾼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 분양가 자율제를 주장했던 관료들과 정치인들 그 누구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더욱 가관인 것은 싸게 공급하는 주택을 다시 강남의 투기수익자들에게 주겠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결국 누가 판교의 중대형에 들어가겠는가? 아마 대부분 강남 일대에서 막대한 투기이익을 챙긴 사람들과 그 가족들일 것이다. 언제나 이익을 보는 것은 그들인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미국에서 유럽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답이 도처에 있음에도 그런 정답을 기묘하게 비켜나가는 정책당국자들의 기교가 현란하다. 차라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라.


참여정부여, 진정 엉터리 부동산대책으로 경제를 망치려는가?


대통령이여, 정녕 국민의 절규를 듣지 못하는가?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