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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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건설족과 투기꾼만을 위한 저금리

 



홍종학 교수


(경원대 경제학과,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점과 양극화 현상에 대해 주의깊게 관찰해 온 학자들은 현재의 경기부진을 해소하는데 저금리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오히려 부동산 가격 폭등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해 경제의 장기적 건전성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경부는 집요하게 금리인하를 요구했고, 금융통화위원회는 지속적으로 금리를 내렸다. 광풍처럼 불어닥친 부동산 가격 폭등 현상에 서민들은 넋을 잃고 있는데 그들은 여전히 여유롭다. IMF사태로부터 이어진 카드사태, 가계부채 문제, 부동산 폭등, 양극화 심화에 이어 또 어떤 재앙이 찾아올지 두려울 뿐이다.


 


경기부양효과 없는 금리인하를 지속한 재경부와 금통위


 


2001년 2월 5%였던 콜금리는 2002년 한차례의 인상을 제외하고 총 8차례가 인하되어 현재의 3.25% 수준까지 내렸지만, 경기부양효과는 크지 않았다. 특히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2003년 이후에 소비와 투자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 계속 확인되었음에도 재경부는 지속적으로 저금리를 요구했고 그 요구에 맞춰 금융통화위원회는 계속 콜금리를 내렸다.


 


경기가 나쁠 때 금리를 낮추는 금융정책을 써야 한다는 것은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적 원리이다. 그러나 경제학 교과서는 단순히 그 결과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금리를 낮추었을 때 어떤 전파 경로(Transmission Mechanism)를 따라 경기를 부양시키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치고 있다. 금리를 낮추면 기업의 투자가 늘고 소비가 증가하는 교과서의 이론이 항상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리는 투자의 기회비용이므로 투자에 영향을 미친다.


 


소비의 경우에는 첫째, 자산가격이 상승하여 부(wealth)를 증대시키고 이에 따라 소비가 늘어나는 자산효과, 둘째, 금리가 낮아 저축대신에 소비를 하는 대체효과로 인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반면에 이자수익이 줄어들어 소득을 감소시키는 세 번째의 소득효과에 의해 소비가 줄어들 수도 있다. 소득효과가 매우 크거나 아니면 다른 전파경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금융정책은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교과서의 가르침, 실제로 제로 금리하에서 불황이 지속된 일본의 교훈은 한국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중소기업의 투자를 증가시키지 못하는 저금


 


필자가 집요하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설비투자를 구분하고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비를 구분하여 그 특징적 현상을 밝힌 것은 경기부양을 위한 전통적인 거시정책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함이다. 지금은 거시적 정책 대신에 미시적 정책, 특히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을 써야하는데도 과거의 방식만을 고집하는 정책당국자들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함이다.


 


지난 2년간 대기업의 투자는 크게 증가하였지만 이는 이자율과 큰 관련없이 증가한 것이다. 이들 대기업들은 막대한 내부유보자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금리인하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많은 중소기업이 금리를 불문하고 대출을 받고자 하나 여의치 않기 때문에 정부의 보증에 의존하고 있다. 은행에서 대출을 해주는 대신 보험에 가입하라고 강요해도 어쩔 수 없이 응해야 하는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콜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인하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금리를 인하해도 직접적인 투자 증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고, 실제로 중소기업의 경우 투자가 감소하였다. 현재 한국경제는 금리를 낮춰도 투자 증대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도, 재경부와 한국은행은 왜 투자가 증가하지 않는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저금리는 소비를 줄이고 있다


 


2004년 10월 실시된 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금리인하에 따라 소비를 감소시킨다는 응답은 14.6%에 달한 반면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증가시킨다는 응답은 4.9%, 대출상환부담이 줄어 소비를 증가시킨다는 응답은 3.7%에 불과했다. 영향이 없다는 대답이 75.8였으며 소득계층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2005년 4월 발표된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도 최근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최근에는 자산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으며, 대체효과보다는 소득감소효과가 커서 소비 증대효과가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저소득층이 자금을 빌리는 대부업법 상 최고금리는 66%이다. 최근 열렸던 국회 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대부업 시장에서 저소득층이 부담하는 평균금리는 100%가 넘는다고 한다. 불법대부업자까지 포함한 일부 자료는 200%가 넘는다는 추계도 보고된 바 있다. 저소득층의 참담한 현실에 다시 경악한 바 있다. 상호저축은행에서 가까스로 자금을 빌리거나 카드수수료를 부담해가며 자금을 융통하는 차상위계층까지도 3.25%라는 콜금리는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콜금리 인하는 서민들의 대출금리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못했다고 보아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왜 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추었을까?


 


저금리는 주택담보대출 급증의 원인


 


저금리는 가장 직접적으로 담보대출에 영향을 미쳤다. 은행들은 담보액만 충분하다면 상환을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되므로 자신들의 자금조달비용 이상만 된다면 담보대출을 증가시키게 마련이다. 콜금리 인하와 함께 담보대출 금리가 동반 하락하며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하였다. 저금리가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시장이 되었다.  


 


노무현 정부 들어 주택의 보유비용을 높이겠다고 보유세를 높이는 정책을 추진했고, 좌파정책이라는 비난까지 들어가며 엄청난 논란을 빚어 가며 올린 보유세가 기껏해야 0.1%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또 다른 주택의 보유비용인 이자율의 인하는 0.25% 씩 무려 4차례나 거듭되었다. 한편에서는 온갖 규제완화와 동시에 저금리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켜 건설족을 도와주고 투기꾼들에게 싼 자금을 무제한으로 공급하면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구호만 반복하는 노무현 정부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저금리


 


저금리는 자산가격을 상승시키기 때문에 부자들의 재산을 증식시키는 반면 저소득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증폭시킨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 놀라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중산층의 부담을 증가시킨다. 결국 거품이 지속되거나 아니면 거품이 꺼지거나 결국 불안정한 경제는 양극화를 확대시키게 된다. 빈부격차를 줄이겠다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까지 만든 노무현 정부지만 저금리의 양극화 확대 효과에 대해 논의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서는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단순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경기부양 효과는 없으면서 부동산 가격만 올리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저금리, 그런데도 저금리는 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재경부, 부동산가격은 자신들이 책임질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금융통화위원회, 이런 한국경제의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경기부양이 되면 좋고 안되면 자산가격이라도 상승시켜야 한다는 안이한 자세가 아니었을까?


 


재경부와 한국은행은 지금이라도 저금리의 경기부양효과와 부작용을 밝혀야 한다. 금리를 낮추면 경기가 부양된다는 경제원론의 내용만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음을 깨달아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경제현실을 – 재경부와 한국은행의 경제왜곡을 포함해서 –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때다. 순박하고 불쌍한 국민은 언제나 깨어날 것인가? (2005.6.13)


 


*이 칼럼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