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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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부자가 돈안써 문제?그것이 허구인 이유




홍종학 교수


(경원대 경제학과,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


지난 2년간의 내수침체가 설비투자와 소비의 부진 탓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경제의 취약점을 지적하면서 설비투자부진과 좌파적 정책, 반기업정서를 연결시켜 마치 대기업이 투자를 줄인 듯이 선전한 것은 거짓이었음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전선동은 대성공을 거두어 여기저기서 재벌에게 특혜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난무하였고 그 결과 많은 친재벌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한 것에 대해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 바 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취약점인 소비 부진과 관련한 왜곡을 밝히고자 한다.

역시 소비와 관련해서도 노무현정부의 좌파정책과 그것이 촉발한 반부자정서로 인해 부자들이 움츠러들었고, 그 결과 소비를 줄이는 바람에 전반적인 소비가 줄어들었다는 주장들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이른바 부자들의 소비가 살아나야 경기가 회복된다는 부자소비론이다. 다양한 인사들이 돌아가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주장하는 통에 의문의 여지는 없어보였다. 금년 초에 다소 소비가 살아나자 부자들이 소비를 하기 시작했다는 기사들이 거의 모든 신문과 방송을 장식한 것을 보면, 부자들이 소비를 줄여 전반적인 소비가 부진했다는 신화는 부정할 수 없는 진리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 난무하는 경제 현실


그러나 조금만 상식이 있다면 정부가 마음에 안 들어서 부자들이 소비를 줄인다는 것은 논리적 타당성이 없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부자들이 진정 좌파정책을 두려워한다면 소비를 늘릴 것이라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이 높다. 좌파 정부가 세금을 올리는 등의 이유로 재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면 소비를 더하거나, 아니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릴 것이라는 것이 더 합리적인 예측일 것이다.

그런데 필자의 앞선 글(2005.3.17 재경부가 날려버린 18천억 원의 비밀-오마이뉴스 홍종학칼럼)에서 밝힌 대로 정부는 지난 2년간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할 정도였기 때문에 부자들이 재산을 해외에 도피시키는 것이 거시경제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실제로 최근 불법적으로 해외부동산을 취득한 경우가 많았음에도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해 앞으로는 자금유출이 문제가 될 수 있다
.)

물론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소비를 줄일 수도 있다. 과시적 소비에 대한 국민들의 적개심이 매우 크다면, 그런 시선을 두려워해서 소비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의 사정을 본다면 그런 정도로 무분별하게 부자에 대한 적개심이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중국에서는 일본에 대한 적대감으로 인해 일제 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도 일고 일제 자동차를 훼손하였다는 소식이 들리는 반면, 강남을 휘젓고 다니는 일제 자동차에 대해 돌팔매질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그렇게 냉정한 우리 국민들이 부자들의 소비에 대해서 적개심을 표출한다는 주장은 근거를 찾기 어렵다
.

이렇듯 비논리적인 주장이 마치 사실인 양 확대되는 한국의 현실은 매우 후진적이고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제의 진단이 잘못되면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백화점 담당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근거로 마치 부자들만이 소비를 줄인 것같은 인상을 주는 보도가 꽤 많았다
.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실제로 부자들은 반응했다


그런데 필자는 이런저런 경제자료를 검토하다가 실제로 부자들이 노무현정부의 출범에 대해 경계심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자료를 발견했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통계 중에 소비자동향조사라는 것이 있는데, 그 중에서 생활형편전망 항목을 보면 월소득 300만원 이상 고소득자들이 노무현정부가 출범한 2003 1분기에 갑자기 비관적 전망을 한 것이다. 그 이전에는 고소득자들의 생활형편전망지수가 저소득자들에 비해 높다가 갑자기 제일 낮은 지수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이 지수는 곧 2분기가 되자 정상으로 돌아와, 다시 저소득층에 비해 높은 수치로 돌아온다.

노무현정부의 출범에 대해 원래 경계심을 보였던 부자들이 노무현정부가 보수적인 내각을 구성하고 정책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자 곧 정상적인 전망으로 돌아왔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분기의 변화만으로는 통계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저 재미삼아 추론해 본 정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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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소비가 줄어들었다


지난 2년간의 소비가 줄어든 것은 부자들만이 아니었다. 모든 소득계층에걸쳐 소비의 부진현상을 보였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도시근로자가계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사가구의 소득을 10등급으로 분류한 것을 상위 30%와 중위 40%, 하위 30%로 재구성하여 <그림 1>을 도출하였다.

외환위기 이후 고소득층의 소비가 더 빠르게 회복하였다가 2001년 이후에는 하위 30%의 소비가 다소 빠르게 증가하였다. 하위 30% 계층의 2004년도 소비의 증가율이 둔화되었지만 전반적인 흐름에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자들의 경우 1999년부터 시작된 소비증가율 둔화가 2003년까지 지속되다가 2004년에는 회복조짐을 보이므로, 노무현정부의 정책과 연관하여 부자들이 소비를 줄였다는 증거 역시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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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소득계층별 소비지출 증가율(자료:통계청)










ⓒ2005 자료=통계청



평균소비성향 100% 넘어선 저소득층의 적자가 문제다

그런데 필자는 통계청의 자료를 분석하다가 매우 흥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소득계층을 막론하고 평균소비성향이 매우 안정적이라는 점이다. 다음의 <그림2>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평균소비성향은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으로 소비지출액을 나눈 비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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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소득계층별 평균소비성향 추이(자료:통계청)










ⓒ2005 자료=통계청



경제학을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조금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림1>에서 소비증가율이 최근 줄어들었음에도 평균소비성향이 안정적인 이유는 지면관계상 생략한 처분가능소득의 증가비율이 소비증가비율과 거의 유사하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소득이 높을수록 평균소비성향이 낮다는 경제이론에 잘 부합하며, 특히 고소득층의 경우에는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에 큰 변화없이 평균소비성향이 60%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도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다소 소비를 줄였으나, 경제가 안정을 되찾은 후에는 다시 정상적인 소비로 돌아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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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
년도에 중위 40%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지만 하위 30% 계층의 평균소비성향이 증가하는 것이 눈에 띈다. 양 계층 모두 1999년도에 평균소비성향이 높아지고 그 이후 중위계층은 80% 수준에서 그리고 하위계층은 100%가 조금 넘는 수준에서 정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그림만으로는 구체적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외환위기로 인해 소비행태에 구조적 변화가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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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적인 것은 하위 30%의 평균소비성향인데, 외환위기 이전 90% 내외이던 것이 외환위기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100%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저소득층이 계속 적자상태이며 따라서 부채가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상태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기 때문에 저소득층은 현재 매우 위태로운 상황임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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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의 현실은 더욱 참담하다


투자에 있어서 중소기업의 투자부진이 문제의 핵심이었음에도 대기업의 투자부진을 침소봉대한 것은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 소비에 있어서도 부자나 저소득층이나 모두 소비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음에도 부자들의 소비부진만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제는 빚을 내어 소비를 하고 있는 저소득층의 상황이다. 양극화로 인해 실질소득이 낮아진 저소득층은 빚을 얻어 소비를 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앞으로도 소비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다.

반면 저소득층의 소득이 증가하면 증가한 소득의 거의 대부분이 소비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소비부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저소득층의 소득, 특히 처분가능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된다. 반면 부자들이 평균소비성향 60%에서 크게 벗어나리라고는 기대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부자들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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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의 자료는 도시근로자의 2인 이상 가구를 조사한 것이다. 직장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직장이 없는 저소득층은 이 통계조사에 잡히지 않는다. 저소득층은 대부분 통계사각지역에 놓여 있어, 정부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 현황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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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일반적인 가계를 조사한 노동연구원의 자료를 확인한 결과 저소득층의 현실은 더욱 더 참담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적인 양극화와 카드 빚 및 가계부채 거품 붕괴로 인한 저소득층 몰락의 문제는 현재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부자들의 소비 운운하는 정책당국자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한심하기 그지 없었다. 저 참담한 저소득층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노무현정부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묻고 싶다. (5.31)


*이 칼럼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