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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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한국판 뉴딜정책과 재벌도시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 운동본부장


경제위기를 빌미로 각종 개발사업과 기업도시 건설이 제시되고 있다. 정부 여당은 재벌들에게 혈세를 퍼주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노후에 사용할 연기금까지 퍼주고 그것도 모자라 국민에게 위임받은 공권력, 행정권 그리고 국토개발권을 몽땅 바치겠다고 나서고 있다.


참여정부는 아예 ‘재벌정부’로 가려고 하는가


정말 딱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 과거 독재정권이 국민을 속이면서 활용했던 각종 건설사업권 제공과 부동산 부양책도 이처럼 노골적인 특혜정책은 아니었다. 도대체 얼마나 준비가 되지 않았고 얼마나 사람을 가려 사용할 능력이 없기에 이토록 한심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쏟아내고 있는가? 보수언론이 경제위기론을 조장하고, 재벌집단의 대변기관인 전경련이 보수언론을 통하여 요구사항을 발표하면 즉각적으로 이에 반응하는 허수아비 경제수장과 집권여당 그리고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도대체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알고 이러는가?


집권 1년이 조금 넘은 시점까지 개혁은커녕 세대간, 계층간 갈등과 빈부격차 확대만 방치하며 그 원인을 소수정당탓으로 돌린 것이 참여정부의 모습이었다. 과반수 의석을 획득한 지금 미적미적거리며 개혁로드맵만 그리던 청와대의 참모진과 각종 위원회는 집권 1년이 넘도록 보수언론, 야당과 경제위기론과 색깔논쟁만 일삼더니 급기야는 재벌기업과 경제관료를 넘나든 경제수장을 임명하였다. 이제 참여정부는 재벌과 밀월관계를 넘어 모든 정책과 제도수립에 대해 재벌대변단체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모든 공권력과 행정권한을 재벌에게 넘겨주려 하는가


이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공권력(도시독점개발권과 토지강제수용권 등)까지 재벌에 넘겨 재벌이 원하는 곳에 ‘재벌왕국’을 건설하게끔 방치하고 있다. 기업도시 건설을 빌미로 농민의 농사짓던 땅과 국유지 등을 재벌이 강제로 수용하여 땅장사, 집장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각종 개발권과 분양권을 팔아넘겨 개발이익을 몽땅 챙기도록 해 주겠다고 하고 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에서도 이렇게 드러내놓고 특혜를 주거나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공권력까지 재벌에게 바치려고 하지는 않았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대한민국의 모든 공권력과 행정권을 재벌과 재벌대변단체에게 넘겨주는 것이 어떠한가?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진 것은 과거 족벌 재벌과 부패와 독재만 일삼던 군사독재자의 결합 그리고 관치금융, 허수아비 경제관료들의 무능함으로 발생한 것이다.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재벌에게 한국의 경제를 몽땅 떠넘기자는 뜻인가? 국내 투자대상을 찾지 못해 해외로 자금을 빼돌릴 수밖에 없다는 재벌의 공갈 때문인가?


기업도시, 막대한 개발이익을 챙기기 위한 그럴듯한 포장에 불과하다


건교부 등이 발표한 기업도시사업은 한마디로 현재 제대로 된 개발이익환수장치가 없음을 악용하여 개발이익을 챙기려는 발상일 뿐이다. 기껏해야 전자제품 생산기업이 과거 땅투기를 통해 계열기업을 늘리고 개발이익을 많이 얻었던 경험을 살려, 도시개발권을 확보하여 개발이익을 챙기려는 의도를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한 발상일 뿐이다.


올해 초 삼성전자가 아산에 조성하겠다고 제안한 택지개발사업권 신청은 고속철도 개통과 행정수도 이전 등 각종 개발사업을 통해 엄청난 개발이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발 빠르게 사업권을 확보하려는 시도였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전경련은 언론에 기업도시라는 신조어를 퍼뜨려 왔으며 부동산투기를 넘어 도시개발사업 독점권을 요구해왔다.  무능하고 부패했던 전직경제관료 그리고 일부 언론들이 이에 편승하면서 기업도시를 추진하면 국가적으로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듯 여론을 호도해 왔다.


우리나라에는 중앙부처 산하에 토지공사, 주택공사, 수자원공사 등 오랜 동안 도시개발사업을 수행했던 공기업이 존재하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도시개발공사라는 공기업이 만들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기업에게 도시개발사업권을 통째로 넘겨주려는 정부와 집권여당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이 자신의 무능함을 도시와 택지개발 등 각종개발사업을 재벌급건설업자에게 특혜를 부여하여 경제문제를 해결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무모한 건설경기 부양, 우리 경제에 득이 되지 않는다


도시와 건설투자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발상은 이제 구시대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각종 개발사업과 건설사업을 통해 일시적으로 비정규 일용노무자의 일자리는 만들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도 건설일용직의 일자리는 넘쳐나고 있고 건설현장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이 부족하여 외국에서 건설인력을 데려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무분별한 도시개발과 과도한 건설, 주택경기부양은 자칫 수십만 명의 외국인 불법체류자 문제가 발생시킬 수 있다. 국민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지식근로자의 일자리다. 건설경기 부양으로 만들어진 일시적인 일용직일자리가 우리경제의 근본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무모한 건설경기 부양은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높다. 최근 경실련이 조사하여 발표한 택지개발사업 분석결과 개발이익은 수도권의 경우 택지개발지구 한곳에서 약 2조원대의 개발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에 도시개발권과 택지개발사업까지 허용할 경우 오히려 토지가격과 주택가격을 상승시킬 것이고, 주변 부동산 가격을 동반 상승시킬 것이다. 


사실 대기업들은 수도권에 공장부지와 산업단지 확보를 원한다. 기업생산으로 이익이 없더라도 땅값상승으로 이익이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수도권의 땅값은 너무 올랐다. 수도권에 땅을 많이 가지고 있는 기업은 경제활동보다는 땅의 용도변경을 통한 부동산 매각에 보다 관심이 많거나 공장부지에 아파트 등 주택과 상가를 지어 이윤을 얻고 싶어 한다. 행정수도이전과 고속철 개통 등으로 충청권까지 부동산투기로 들썩거리는 지금, 이들은 충청권으로 공장과 시설을 이전하여 또 다시 땅장사를 하려고 할 것이다. 기업도시 정책은 서울과 수도권의 집중화 등의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토 균형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꼭 필요한 도시를 개발하겠다면 우선 국토의 균형잡힌 개발계획과 중장기적인 개발계획을 결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 계획을 토대로 도시개발을 시행해야 하며, 만일 개발자금이 부족하여 민간자본을 필요로 하다면 공기업과 민간기업, 외국기업까지 모두를 초청하여 사업내용을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을 통하여 개발사업자를 선정해야할 것이다. 또한 개발을 통한 개발이익은 국가가 환수한다는 것을 전제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업자를 선발해야 한다.


정말 정부는 자금이 부족해서 기업도시를 만들려고 하고 있는가? 그 수많은 예산을 투입한 공기업을 믿을 수 없어서 기업을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인가? 일자리창출이 이러한 방법 외에는 없기 때문인가? 정부여당은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 하고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 (2004년 11월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