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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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행정수도 헌재 결정에 대한 비평


김상겸 교수(동국대 헌법학)


헌법재판소는 21일 신행정수도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8:1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3개월만에 신속한 결정을 내림으로서 수도이전과 관련된 분쟁을 조기에 종식시켜 사회적 평화를 추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헌법수호기관으로서 헌법재판소는 헌법적 평화를 위하여 노력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번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결정을 내리는데 3가지의 의견이 있었다는 것을 밝혔다.


첫 번째는 재판관 7인의 견해로 한 국가의 수도에 관한 사항은 헌법적 사항으로 법률로서 수도이전을 정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보는 것이다. 현행헌법은 명문으로 수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수도에 관한 문제가 헌법문제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으나, 오랜 역사 속에서 한 국가권력과 작용의 중심지로서의 수도에 관한 문제는 헌법적 사항일 수밖에 없으며, 그런 점에서 명문의 규정이 없다면 관습헌법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도이전의 문제는 헌법사항으로 현행 헌법 제130조에 의한 헌법개정절차를 밟아서 결정할 사항이며, 그 결정과정에서 주권자인 국민의 투표권 행사를 통하여 결정되기 때문에 신행정수도특별법은 헌법의 규정을 위반하였고 국민의 투표권을 침해한 위헌법률이라 본 것이다.


두 번째 의견은 다른 관점에서 신행정수도특별법이 위헌이라고 보았는데, 수도이전의 문제는 불문헌법에 해당하는 사항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의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헌법 제72조에 의하여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고 보았다. 헌법 제72조가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한 정책에 대하여 대통령의 재량에 의한 국민투표부의권을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이 규정은 단순히 국민투표에 대한 대통령의 재량권의 행사만이 아니라 국가의 중요한 정책에 대하여 당연히 국민이 참여하여 결정해야 할 투표권도 함께 도출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수도이전의 문제는 국가의 중요한 정책으로 국민의 투표권 행사 없이 법률로 시행하는 것은 국민의 투표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이다.


마지막으로 각하의견을 낸 재판관은 수도에 관한 사항은 현행헌법에서 명문규정을 찾아볼 수 없고, 수도와 관련된 사항은 국민의 합의 속에서 결정될 수 있는 사항이기 때문에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의하여 법률로서 가능하다고 보았다. 나아가 성문헌법국가인 우리의 경우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된 사항이 아니라면 그 중요성 때문에 불문헌법의 틀 속에서 관습헌법을 인정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고, 설혹 인정하더라도 성문헌법의 효력을 넘어설 수 없는 보충적 효력밖에 없기 때문에 헌법규정에 의하여 입법권을 행사하여 제정한 신행정수도특별법은 위헌이 아니라는 견해를 피력하였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결정에 있어서 핵심은 관습헌법의 인정여부라고 할 수 있다. 성문헌법국가인 우리에게 관습헌법은 상당히 생소한 용어이기 때문에 관습헌법이란 무엇인지, 관습헌법을 인정한다면 그 효력을 어디까지 부여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원래 관습헌법은 헌법사항에 관한 관례나 선례를 말하는 것이며, 구체적으로는 성문헌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가의 정치조직이나 제도 등에 관련된 내용이 법전화하지 않고 관습이나 선례의 총체로서 제도화하여 형성되는 규범으로 불문헌법국가의 법적 존재형식이고 인식자료이다. 관습헌법은 불문헌법국가인 영국이나 영국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미국에서 인정되어 온 개념이다. 관습헌법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보통 미국의 위헌법률심사제를 들고 있다. 미국의 위헌법률심사제는 헌법에 규정되지 않은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민과 국가기관이 뚜렷한 법적 확신을 갖고 연방대법원에 의하여 만들어진 제도의 헌법적 효력을 인정하여 오늘날까지 헌법에 명문규정 없이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에서 보듯이 우리 현행헌법에는 명문으로 수도에 관한 규정이 없다. 그렇지만 헌법재판소는 수도에 관한 사항은 성문헌법에 규정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것으로 불문헌법의 일종인 관습헌법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수도에 관하여 헌법이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수도의 의미나 역사성, 그 내용을 고려할 때 충분히 헌법에 해당하는 사항이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헌법재판소는 관습헌법을 헌법적 사항으로서 수도에 대한 논거로 삼고 있다. 그와 함께 성문헌법국가에서 헌법은 그 내용이 추상적이며 모든 것을 담을 수 없기 때문에 관습헌법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헌법재판소의 견해에는 법리상의 문제가 있다. 성문헌법을 갖고 있는 국가에서 관습헌법을 인정하더라도 그 효력은 어디까지나 성문헌법의 보충적 효력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 헌법은 관습헌법에 대한 근거를 전혀 마련하고 있지 않다.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이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수도의 중요성 때문에 관습헌법으로서 인정하더라도 어디까지나 관습헌법으로서 보충적 효력을 가질 뿐 성문헌법과 동등한 효력을 가질 수 없다. 우리 헌법에서 수도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한 관습헌법에 해당하는 사항에 대하여 성문헌법상의 성문헌법과 동등한 개정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은 법체계와 법리에 맞지 않는 것이라 생각된다. 수도문제가 헌법적 사항이라는 것과 헌법개정절차를 밟아야만 가능한 사항이라는 것은 별개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해석은 헌법의 통일성원칙을 벗어난 것이라 생각된다.


여하튼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신행정수도특별법은 효력을 상실하였다. 그러나 이로 인한 후유증은 적지 않으리라 본다. 이번 사건이 헌법재판소에 제기되기까지 행정부는 너무 국민의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추진한 것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여야는 동 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당리당략에 의하여 법의 시행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도외시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졌다. 헌법이 헌법재판소에게 이러한 권한을 주고 있는 이상 우리 모두가 이에 승복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사건으로 책임을 통감하여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을 하지말고 흩어진 민심을 수습하면서 국가의 장래를 위하여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0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