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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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김태현의 TV를 말한다]그들만의 잔치,연말 시상식

매년 한 해를 총 결산하는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연기대상, 가요대상 시상식이 줄을 잇는다. 그것도 각 방송사별로 비슷한 시간대에 무슨 상인지도 기억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상과 수상자를 무대위로 올리기 여념이 없다. 시청자들은 그들의 들러리가 되어 자신이 기대했던 배우나 가수가 수상하기를 한편으로 기대하며 브라운관으로 모여든다. 하지만 매년 불거져왔던 것처럼 올해도 시상식과 관련한 비판이 여기저기 터져 나오고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원래 ‘상’의 기준이라는 것이 객관식 시험문제를 푸는 것처럼 정확한 답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수상자격을 놓고 누가 적절한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합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지 않다. 그래서 매년 시상식을 개최하는 것이나 이에 따른 비판이 이루어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2003년 방송대상 시상식을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는 그 어느 해 보다 수위가 높다.




그 포문은 ‘대중문화 아이콘’, ‘신드롬’이라는 수식어로 연일 스포츠신문의 지면을 뜨겁게 달구었던 가수 이효리가 SBS에 이어 KBS 가요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에서 시작하였다. 이효리가 시상식에서조차 립싱크를 하고, 라이브 때 음정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등의 모습을 보면서 가요대상의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회의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게 된 것이다. 게다가 SBS 연기대상에서 여주인공 김희애가 최고상을 타지 못하자 방송사 사장 못지 않은 ‘파워’ 로 인식되고 있는 작가 김수현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네티즌간에 공방이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 네티즌들의 공방은 MBC 연기대상에서 누가 대상을 받을 것인가를 놓고 <茶母> 팬들과  <대장금> 팬들간의 감정적인 대립까지 이어지는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또한 KBS MBC SBS가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 위에 대상을 둠으로써 ‘옥상옥’이란 비판을 받고, 하나의 상에 적게는 2명 이상이 공동 수상하고 많게는 무려 10명이 공동 수상하여 ‘퍼주기식’ 수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SBS 연기대상은 연속극, 특별기획, 드라마 스페셜, 단막특집, 시트콤 연기상 등 상을 구분하는 의미보다 상의 이름표만을 붙여 상을 남발하는데 급급했고, KBS 연기대상 역시 13개 부문에서 공동 수상자를 내놨다. 그리고 MBC 연기대상은 특별상에 모두 13명이나 올려 누가 수상자인지 기억조차 어렵게 했다.




MBC 연기대상 수상자인 이영애의 <대장금>이나 SBS 연기대상 수상자 이병헌이 출연한 <올인>은 지난해 양 방송국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이다. 또 이효리는 출연 여부에 따라 연예오락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좌우되는 등 실제로는 음악 외적인 인기로 방송사에 톡톡히 기여해 왔다. 이는 방송사가 연말 시상식 수상자를 선정하는 데 연기나 음악성보다는 자사의 시청률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즉 방송사 공헌도에 큰 비중을 두고 있음을 증명한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방송사 홈페이지와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특정 연예인들의 수상 자격 또는 수상 누락 등을 놓고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며, ‘선심성 시상식,나눠먹기식 시상식, 성의표시용 시상식’이란 표현으로 권위가 땅에 떨어진 방송사 연예상을 조롱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특정 연예인의 팬클럽 회원들이 실력행사를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나, 그 뒤에는 연예 기획사와 또 이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방송사의 애매한 태도가 자초한 결과이다.




2003년 시상식전부터 후보자격 기준, 선정방식 등 시상식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충분히 예견되어 있었다. 그리고 방송대상 시상식의 권위는 훼손당할 만큼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그럼에도 방송사 스스로 상의 권위를 떨어뜨리면서까지 다수의 수상자를 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상을 통해 연예 기획사나 연예인과 원활한 관계를 맺고, 앞으로 방송섭외에서 유리한 지위를 먼저 점하고자 하는 방송사의 이해관계를 담고 있다. SBS가 1월에 시작하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최우수 연기상을 준 송혜교를 이미 섭외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를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연기대상 사전후보로 <천국의 계단>에 출연중인 권상우, 최지우의 이름이 이 드라마에 방송출연한지 1회만에 오른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말 시상식의 의미를 더 이상 부여할 수 있을까. 방송사 시상식의 공정성 문제로 논란이 반복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지금, 차제에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한 방송사 시상식을 개선하는 일이 이보다 적기일 수 있겠는가.


 



지상파 TV가 연말 가요시상식을 여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연말 가수상의 경우도 단순 인기도나 기여도보다 음악성을 위주로 기준을 명시하거나, 수상여부로 관심을 끄는 시상식과 관계없이 가요팬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로 기획되어야 한다. 또한 미국의 TV프로그램 시상식인 에미상처럼 개별 방송사의 이해를 떠나 지상파 방송 3사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수상기준을 마련하여 공동 개최하는 등의 시상식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방송3사 공히 인정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가장 뛰어난 연기자에게 상을 주는 방식으로 제대로 된 시상식을 만들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각 방송사가 차별화 된 볼거리를 마련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이렇게 될 수 있는 날, 바로 방송의 본질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그 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 홍보팀 김태현 부장)


 


*이 글은 월간경실련 신년호에 실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