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EJ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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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중소사업장의 노동시간 단축이 더욱 시급하다


     이광택(국민대 법학과 교수)





  주 상한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하는 근로기준법개정안이 8월 29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98년 2월부터 논의됐던 주 40시간 근로제가 내년 7월부터 공공부문과 금융·보험, 1천명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실시되게 됐다.




5년 이상 끌어왔던 40시간제 법안이 상정 10개월 만에 국회에서 전격적으로 처리된 것은 금속산업과 현대자동차에서 ‘임금삭감 없는 주5일제 실시’ 합의로 다급해진 재계가 종전의 정부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에서 찬성으로 급선회했기 때문이다.




98년 2월 노사정위원회에서 채택된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에서 ‘근로시간단축을 통한 고용안정방안’을 강구하기로 한 이래 2000년 10월 근로자의 생활수준 저하 없이 연 근로시간을 2000시간 이하로 단축한다는 기본합의에 도달한 바 있다. 그러나 구체적 협상이 2002년 7월 결렬되자 정부는 공익안을 토대로 한 개정안을 마련해 같은해 10월 국회에 상정했다.




당시 재계는 정부 법안대로 주40시간제가 실시된다면 기업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 강력히 반대했고 거대야당인 한나라당도 내용에 있어서 노·사가 합의해야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한 가운데 국민의 정부가 막을 내림으로써 법안 처리는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소규모 사업장 100곳을 하부조직으로 두고 있는 금속노조가 7월 15일 산별교섭을 통해 임금삭감 없는 주5일제 시행을 관철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이어 8월 5일에는 현대차노조도 임단협을 통해 근로조건 후퇴 없는 주5일제 시행을 따냈다.




이에 다급해진 전경련 등 재계는 정부 입법안에 대한 지지로 선회하여 정치권에 대해 조속한 국회 처리를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금속노조 및 현대차 수준의 단체협약이 다른 사업장에 확산되는 것을 크게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한나라당도 종전의 입장을 바꾸어 재계의 요청을 수용함으로써 법안 처리의 전환점을 맞게 된 것이다. 노동계는 법안이 통과되면 비정규직과 중소·영세사업장 근로자, 여성근로자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강력 저지하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이와 같이 근로시간 단축 법안에 대해 노동계는 반대하고 재계는 찬성한 기묘한 사태가 연출된 것이다. 그렇다면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자세히 살필 필요도 없이 결과는 재계의 승리임이 분명하다. 필자는 법안의 내용이 대체로 노사정위 공익안과 경영계안의 사이에 위치하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보고, 노동계의 동의를 얻기 위한 추가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으나 여의치 못했다.




우리나라의 연평균근로시간이 2001년 현재 2447시간으로 여전히 세계 최장이며, 2위인 슬로바니아 1993시간에 비하여도 그 격차가 현격하다. 주 40시간제는 국제노동기구(ILO)가 1935년의 제47호 협약으로 채택한 국제규범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우리나라는 2004년 7월부터 대기업을 필두로 단계적으로 이에 도달할 것이라 하니 부끄러운 일이다.




단계적 단축론자들은 논의과정에서 “일본도 10년에 걸쳐 단축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한 논리라면 우리나라의 경우 통과된 법에 의한 단축일정을 보면 22년이 걸리는 셈이다. 일본에서의 10년은 48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하는 데 걸린 기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89년 3월 전사업장에 대해 48시간으로부터 46시간으로 단축하였고, 90년 10월에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44시간으로, 그 밖의 사업장에 대해서는 91년 10월부터 44시간으로 단축한 경험을 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왕에 근로시간이 짧은 대기업부터 순차적으로 단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 하더라도 사업장별 근로시간의 격차는 더욱 커지는 모순을 초래하게 된다. 우선 단축되는 공공부문, 금융․보험업의 경우 실은 장시간근로 사업장이 아니며, 평균 53.5시간에 달하는 중소기업의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 전체 근로자의 56%에 이르는 20인 미만 사업체 760만여 명에 대한 적용을 2011년까지 유예함으로써 입법의 의미가 퇴색되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외국의 예에서 보듯이 중소기업에서의 근로시간 조기단축이 가능하도록 중소기업 지원대책이 현실화돼야 할 것이다.




또 “사용자는 이 법 시행으로 인하여 기존의 임금수준 및 시간당 통상임금이 저하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한 것과 “근로자․노동조합 및 사용자는 이 법 시행과 관련하여 단체협약 유효기간의 만료 여부를 불문하고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임금보전방안 및 이 법 개정사항이 반영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부칙의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주40시간으로의 단축은 “기존임금의 저하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2000년의 노사정 기본합의 뿐만 아니라 ILO 제47호 협약이 정한 규범이다. 법제정을 계기로 한국경총은 현대차에 대하여 단협을 다시 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을 이유로 근로조건을 저하시킬 수 없다”는 법 제2조에 어긋나는 자세이다. (2003.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