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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시사포커스(1)]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로 장난치지 마라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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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19년 9,10월호 시사포커스1]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로 장난치지 마라

장성현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

정부는 지난 8월 11일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주요 내용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 완화이다. 사실상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수 없는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투기과열지구 중 일정 기준을 넘는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12월, 여야 야합으로 분양가상한제도가 사실상 폐지(탄력 적용) 됐고,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50%, 약 2억 원이 넘게 상승(KB 부동산 중위 매매 기준) 했음에도 상한제가 단 한 곳도 적용되지 않았다. 이에 필수요건을 기존 ‘직전 3개월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인 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완화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 발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하겠다는건지 말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정부는 상한제 적용지역 및 시기 결정을 10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시장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어떤 시장 상황을 말하는 건지 구체적인 언급이 없을 뿐 아니라,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상한제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 내에서도 엇박자가 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주관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분양가상한제를 10월에 다시 협의할 예정이다. 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시행령 개정안을 미루겠다는 말이다. 여기에 경제부총리인 홍남기 장관은 최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과 관련해 정부 내부 논의를 좀 더 거쳐야 해서 10월에 바로 실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애초에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전면적인 분양가상한제 실시가 아니라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적용지역을 강화, 완화할 수 있는 핀셋 적용이다. 또한, 현재 분양가상한제는 실제보다 부풀려진 기본형 건축비와 토지감정가가 적용되지만 정부는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분양가 승인을 해주는 실정이다. 이런 정책으로는 고분양가와 아파트값 급등을 막을 수 없다.

시민들은 현재의 엉터리 분양가상한제를 정상화하고, 그 범위를 확대해 실제로 서민주거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대책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시민들의 기대는 헛된 바람이 되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출범 후 수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그나마 대출규제를 통해서 폭등할 대로 폭등한 집값을 멈춰놓은 게 유일한 성과로 꼽힐 정도다.
특정 지역에만 상한제를 적용해서는 결코 집값 안정 효과를 불러올 수 없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바꿀 수 있는 고무줄 기준으로는 정부가 집값 정상화보다는 급등만 막고 보자는 소극적인 의지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제도가 제대로 된 효과를 낼 리 만무하다. 또, 그간 투기를 불러왔던 대전, 광주 등 지역의 고분양 지역도 모두 제외됐다.

정부는 현재 시행되는 분양가상한제도 자체를 철저히 보완해야 한다. 이미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고 있는 공공택지를 보더라도, 과천과 위례 등 수도권 주요 택지지구에서 고분양을 남발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는 평당 630만 원이지만 분양 건축비를 1,000만 원 가까이 책정해 고분양을 일삼거나, 정부가 감정한 공시지가보다 두 배 이상 비싼 토지비를 책정함에도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를 심사해야 할 분양가심사위원회는 분양가를 세부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총액만을 심사하는 엉터리 심사로 일관할 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집값은 폭등했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더 오르지 않도록 제한적 정책을 펴는 것이 아니라 집값을 낮출 정책을 펴는 것이다. 경실련이 이미 발표한 것처럼 2008년부터 시행된 분양가상한제는 집값 안정에 큰 효과를 거뒀다. 일부 언론이나 건설업계가 주장하는 상한제로 인한 물량 축소 등도 사실이 아니다. 상한제 시행 시기에 공공주택 공급량은 줄지 않았다.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 또한 분양가상한제 시행 시기에 아파트 공급 물량이 줄지 않았다는 자료를 내놨고, 상한제 시행으로 집값 안정 효과를 거둘 거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가 지난 2년간의 정책실패로 인한 집값 급등을 정부 출범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전면적이고 제대로 된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어야한다. 물론 이것은 분양가상한제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보유세 등 세제 강화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 등 서민주거 안정 대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정녕 서민 주거안정을 위하는 정부라면 분양가상한제로 장난질할 게 아니라, 이미 검증된 자료와 개선책을 지렛대 삼아 분양가상한제도를 실효성 있게 정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