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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실련이야기/경실련이야기] 토론 없는 토론회 “우리만 아는겨~”
200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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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낙찰제도 선진화방안 토론회’를 다녀와서

10월 24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토론회 하나가 열렸다. 입낙찰제도의 선진화를 위한 토론회. 본인이 일하고 있는 단체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이슈와 무지하게 관련이 많은 토론회였기에 중한 시간 내서 달려갔다.(사실 이것은 우리에게는 공지가 없었던 토론회였다. 우리가 오는 게 싫은가, 하고 막연히 의심을 했는데 토론회를 모두 지켜보고 나서는 그 막연한 의심이 진실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토론회는 문 앞부터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토론회에 이처럼 많은 화환이 있는 것을 본인은 본 적이 없다.(아니면 본인이 이 땅의 럭셔리 토론 문화를 그동안 제대로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여하튼 화려한 화환을 뒤로 하고 들어 선 소회의실은 만원이었다. 물론 앉아계신 분들의 99.9%는 어두운 색의 양복을 입은 남성분들.(그래서 후드 코트에 청바지 차림이었던 본인은, 둔한 자각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무지 튄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입낙찰제도는 현재 본인이 일하고 있는 단체에서 중요 이슈로 다루고 있기에. 개인적으로 매우 관심이 많은 분야이다. 물론 머리 아픈 부분이다.(본인도 공부하다가 안 그래도 안 좋은 머리로 헤드 스핀을 하는 기분이 들 만큼 딱딱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어 고생을 많이 했으며, 어느 부분에서는 지금도 하고 있다.)

때문에 국민의 세금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으나(그것도 엄청난 금액의 세금!), 한편으로는 국민에게 가장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입낙찰 제도에 대한 논의는 관련 이익단체, 학자, 관료로 한정이 되어 있기 일쑤이다. 문제는 이들이 제대로 알리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입낙찰제도는 간단히 말해 국가가 발주하는 공사들을 수주할 건설업체를 선발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입낙찰제도는 적격심사제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공사에 ‘적합’한 건설 기업을 말 그대로 ‘뽑는’ 이 제도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아 개선 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최저가낙찰제 시행 요구인데, 최저가낙찰제란 말 그대로 가장 저가에 공사를 할 수 있다고 써낸 기업에 공사를 맡기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경제성만 최고로 내세우는 무식한 제도 같지만, 제대로 된 보증과 감리 제도, 다시 말해서 기업이 공사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를 병행할 때에는 경제성 및 효율성에서 다른 어떠한 제도보다도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제도를 시행할 경우에는 경쟁력 있는 건설업체만이 살아남게 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건설업계에서 최저가낙찰제를 줄기차게 막고자 하는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입낙찰제도에 대한 논란은 대부분 최저가낙찰제를 도입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입장, 이렇게 두 가지로 크게 나누어진다. 그래서 본인은 이 토론회의 토론자 8명 중에서 적어도 한 명은 최저가 낙찰제 도입에 대한 찬성 비슷한 입장을 표명할 줄 알았다.

그러나 본인의 기대는 너무 순진한 것이었나. 토론자 중에서 그런 의견을 가진 이는 한 명도 없었다. 토론자들은 현재 적격심사제도의 가장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최저가 낙찰제도 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물론 중간에 일부 토론자들은 최저가낙찰제의 장점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지만, 결론은 똑같았다. 최저가낙찰제도의 경제적 효용성은 인정하지만 보증 및 감리제도가 부실한 현재 상황에서 즉시 실시는 무리라는 것이다.
(물론 틀린 의견은 아니다, 그러나 입낙찰제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던 2001년부터 보증 및 감리제도의 부실은 지금도 전혀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쯤 실시하자는 말인가? 최저가낙찰제 시행을 서두르고, 그와 동시에 보증 및 감리제도도 확실히 개혁하면 안된단 말인가? 정말 알 수 없는 ‘시츄에이션’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토론회는 상반되는 의견들 속에서 최적의 해결점은 무엇인가를 모색하는 자리이다. 아니 해결책을 정확히 찾아내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한 의견에 대해 다시 다짐을 하는 자리가 토론회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입낙찰제도 선진화를 위한 토론회는 최저가낙찰제 도입 저지를 위한 자리였을 뿐 토론회라는 이름 자체가 무색한 자리였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사회자조차 토론 말미에는 “뭐 여기 어쩌다보니까 다 최저가낙찰제를 반대하신 분만 오신 게 된 것 같은데…”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생각해보니 자신들도 너무한 것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일까?)

본인은 입낙찰제도의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지고, 국민이 이용하는 건축물과 관련이 된 이 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정말 입낙찰제도의 선진화가 제대로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그 선진화는 토론회가 제목으로 내걸었듯이 ‘건설산업 육성을 위한’ 보다는 ‘국민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 날의 토론회를 보면서 나는 문득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어깨동무하며 좋아 웃는 개그맨의 유행어가 생각났다.


“우리만 아는겨~.” 


윤은숙 (공공예산감시국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