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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실련이야기/경실련이야기] 너무나 ‘특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0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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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심의가 당연하다는 듯이 법정시한을 넘겼다. 정치공방과 자기선거구 예산확보 시비로 얼룩진 예산심의과정을 바라보면서 과연 200조 원이 넘는 국가 예산이 이런 식으로 허술하게 넘어가도 되는지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예산 감시 활동을 벌이는 기구인 예산정책우선센터(Center on Budget and Policy PrioritiesㆍCBPP)내 국제예산계획(International Budget ProjectㆍIBP) 본부는 각 국가의 예산투명성지수를 만들어 그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이 지수의 바탕이 되는 것은 OECD 국가들 중에서 투명하게 예산을 운영하는 국가의 시스템들이다.

지난 10월부터 IBP 본부에서 보내온 매뉴얼들을 살펴보면서 과연 투명하고 효율적인 예산을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이 선행되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행정부와 입법부의 긴밀한 상호작용이었다.

IBP에서 선진국의 사례로 들고 있는 것을 보면 입법부가 한 번에 예산안을 승인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와 끊임없이 조정하면서 최적의 예산안을 만든다.

우선 행정부에서 작성하는 예산안은 무지하게 ‘친절’하다. 어떤 사업에 왜, 어디에, 어떻게 그 예산들을 사용할지가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이 봐도 알 수 있도록 돼있다.

한 서울시 의원은 예산안을 제대로 읽을 때쯤 되니까 임기가 끝나있더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한 적이 있다. 그만큼 예산안이 복잡하다는 소리다.

더군다나 이들 모범적인 예산안은 친절할 뿐만 아니라 부지런하기까지 하다. 연초에는 물론이고 달마다 예산안 보고서를 제출한다(물론 이 보고서가 나온다는 사실을 만방에 알리면서 대국민 홍보로 예산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 거의 실시간으로 예산을 감시하는 셈이다.

이를 위해 국회에 상시적으로 예산 감사를 하는 기구가 있다. 1년 내내 예산에만 신경을 쓸 수 있는 인력이 있어야 예산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다는 당연한 이유 때문이다.

자는 사람 깨워서 수면제 먹이기

한경대의 이원희 행정학교수는 우리나라의 예산심의과정을 “자는 사람 깨워서 수면제 먹이기”라고 표현한 바 있다. 예산심의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행정부에서 확정해 놓은 예산안을 거죽만 살짝 바꾸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예산 심의의 중추를 담당하는 곳은 국회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다. 그러나 너무나 ‘특별’한 나머지 이 위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상임위 이외의 특별위원회 활동을 부업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며 임기도 ‘특별’히 1년인 까닭에 예산과 관련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이 많지 않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예산 심의는 거의 계절 행사로 전락해 버렸다. 국가의 핵심 사안인데도 찬바람이 불 때쯤이 되어서야 국회의원들이 예산안에 관심을 기울인다.

예산은 한 시기의 관심사가 아니다. 행정부와 입법부는 예산을 놓고 1년 내내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 예산결산위원회를 상임위원회로 만들라고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것도 이것만이 입법-행정부의 긴밀한 상호의견 교환의 첫걸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정책에는 예산이 필요하기에 예산의 책정은 정부 정책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OECD 국가들의 예산 책정 과정이 시기별로 정교하게 되어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우리나라 국회는 특정시기에만 예산을 주요 쟁점으로 다루며 그것도 실제 예산보다는 정치 공방만 일삼는다. 그리고 일단 예산안을 승인하면 바로 잊어버린다. 이런 현실은 지속적인 악순환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OECD에 가입했다면 그 가입국들의 장점도 따라 배워보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예산투명성지수를 작성하며 지금의 현실을 돌아보니 안타깝다. 

윤은숙(공공예산감시국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