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실련이야기/경실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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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실련이야기/경실련이야기] 머리를 굴릴까, 쥐어짤까?
200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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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입법국이 사고 부서가 되는 바람에 나의 주 업무도 갈등해소센터에서 지방선거대응으로 바뀌었다


5.31 지방선거와 관련해서 경실련은 지난 3월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책선거 유권자 운동본부를 발족시키는 동시에 2002년 지방선거 당시 현 광역단체장들이 내세웠던 공약 중 문제 있는 공약을 헛공약으로 선정, 발표하였다.

정책선거 유권자 운동본부는 ‘5.31 희망제안’(
http://go531.ccej.or.kr) 홈페이지를 개설해 유권자로부터 공약제안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내가 맡은 업무는

첫째, 헛공약을 검색, 정리한 뒤 해당 지자체에 확인 하는 일.
둘째, 5.31희망제안 홈페이지의 콘텐츠를 개발, 작성하는 일.
셋째, 서울시 정책과제 초안을 작성하는 일.
넷째, 서울시장 후보들의 공약을 검색, 정리하는 일.
다섯째,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를 기획하는 일 등이다.

경실련에서 일한지 채 석 달이 되지 않는 나로서는 어느 것 하나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어쩌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어려워질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상근자들의 들고 남이 빈번한 것일까?

먼저 들어온 상근자들이 경험한 어려웠던 예전보다는 지금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과거를 모르는 나에게 현재는 ‘어려웠던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그 어려움은 특정할 수 있는 누구의 책임이 아닌 동시에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

신입간사 인터뷰 당시 생각을 억지로 분리시키지 않아도 되는 생활을 활동가로서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그런데 나아가 생각을 현실화 시켜나가는 방식의 시민운동은 결코 행복하지 만은 않다.

나의 생각이라는 것이(물론 내 생각을 그대로 관철시키는 일을 한다고는 할 수 없다) 얼마나 허술한 것이었는지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고 ‘행동하는 지성’이라는 목표는 저만치 멀어져가고 있음을 무력하게 보고만 있는 자신을 감내해야 한다.

나는 대학 졸업 후 경실련에 들어오기 전에 소위 ‘사회생활’을 경험한 적이 없다. 연수를 받으면서 잠깐 교민지 기자로 일한 적이 있지만 기간도 짧았고 제대로 된 직업교육을 받지도 않았다.

때문에 경실련에서의 일련의 경험들을 비교할 만한 대상이 없다. 간접적으로 영리단체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들의 경험을 듣기도 하지만 알다시피 직장인들이 저녁에 모여 나누는 얘기는 대부분 재테크 관련 노하우라든지 연봉이라든지 결혼계획 같은 것들이다.

운동을 통한 변화의 첫 번째 주체는 자신이어야 한다는 점, 전지구적으로 사고하되 지역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점 (한국사회를 겨냥하되 시발점은 경실련 사무국이 된다고 생각한다)을 고려해서 경실련의 활동을 본다면 사실 만족스럽지 않다.

경실련의 활동들이 대부분 개개인에 미치는 영향을 눈으로 직접 명쾌히 확인할 수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기도 한데 아무튼 나는 별로 변하지 않았고 사무국내의 문제점들도 오랜 기간 미해결 상태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외연을 좀 더 확대시켜보면 상황이 보다 긍정적인데 일례로 경실련이 발표한 2002년 광역단체장의 헛공약은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담당자로서 반가운 일이다. 다만 언론이나 정치권의 관심을 넘어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지방 선거일에 꼭 투표하라는 내 말에 한 친구는 투표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면서 왜 강요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경실련에서 투표를 강요한다고 고발한다면서 짐짓 심각하게 경고하기까지 했다.

이번 선거에서 만 19세 이상이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신문보도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대학 새내기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상당수가 선거일 자체를 모르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럴진대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이 허용되는지, 투표용지를 몇 장이나 받게 되는지를 과연 얼마나 많은 유권자들이 알고 있을까?

5.31 희망제안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퀴즈로 지방선거에 대한 본인의 상식을 평가해볼 수 있으니 방문해 보시길.

시민운동가들에게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시대 조류에 맞게 온라인상의 통로를 강화시키고 직접 거리로 나가 캠페인을 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갈증을 느낀다. 더욱 딱한 일은 아무리 생각을 짜내도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타인과 교류하는 사회, 좀 얄궂지만 경실련 안에서는 내가 외치기만 하면 언제나 메아리를 들을 수 있어 즐겁다.

이 기쁨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누리고 싶어 나는 오늘도 머리를 쥐어짜며 주민공약제작소 게시판을 노려본다.



강영실 갈등해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