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실련이야기/경실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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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실련이야기/경실련이야기] 경실련 제2차 중앙위원회 후기
200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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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성찰 그리고 ‘경실련식’ 해법찾기 


경제정책국 윤은숙 간사 


인디언은 말을 타고 가다가 문득 한번 씩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 자신의 영혼이 제대로 따라오고 있는지를 확인위해서. 목표를 정해놓고 최선을 다해 달리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러나 그 질주의 중간 중간 자신이 정말로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9월 7일에서 9일까지 열린 경기도 오산에서 경실련의 제2차 중앙위원회가 열렸다. 본격적인 하반기 사업 시작에 앞서 한 해의 시작과 함께 잡았던 목표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 지를 다함께 되돌아보는 자리였다.

한 해에 두 번 열리는 중앙위원회는 경실련 최고의 의결 기관이다. 보통 1차 중앙위원회는 연초에 열려 한 해의 사업을 뒤돌아보고 다음 해의 계획을 나누는 신년회의 성격을 가진다. 반면에 보통 8월이나 9월초에 개최되는 2차 중앙위원회는 한 해의 중간에서 앞길을 살피고 뒷길을 연다. 따라서 그 해의 운동과 이슈들이 가장 실질적으로 논의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2006년은 경실련에게 여러모로 의미 있는 해였지만, 그중에서도 전국조직 강화와 운동 영역의 확대라는 두 가지 목표 설정의 가지는 의미는 각별했다. 조직 내부적인 문제로 상대적으로 힘을 잃었던 조직력과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필수적인 초석이 바로 이 두 가지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는 경실련 전국 상근자들이 모이는 교육 워크숍이 있었다. 전국 운동 조직을 가진 경실련의 내부 통합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지금 경실련은 그 열매를 점검하게 되었다. 우선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지방 경실련과 중앙경실련 협력 운동은 전국 조직 강화 이후 가장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었다.

이와 더불어 지역 시민운동의 성공 사례와 과제 발표 시간이 있었다. 대전 경실련의 <동네 경제 살리기>와 여주․이천 경실련의 <작은 사랑 나누기> 운동 등의 사례는 시민운동의 오래된 과제라고 할 수 있는 ‘시민이 있는 시민운동’의 구체적인 실현을 보여주었다.

경실련 전국 조직은 여전히 재정 및 인력과 같은 고질적인 문제 등을 업고 있다. 그러나 올해 이루어낸 것처럼 여럿이 모여 하나가 되고 하나가 여럿이 되어 힘을 발휘하는 유연한 시민운동을 벌여낸다면 경실련의 각 조직들은 서로에게 힘을 실어주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경실련을 수식하는 흔한 표현 중에 하나가 ‘시민운동의 맏형’이라는 말이다. 무엇이든 가족적인 체계로 환원해 버리는 한국 사회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여하튼 이러한 ‘이름값’ 은 경실련에 득을 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짐이 되기도 했다. 무슨 문제든지 짊어져야 하는 맏형은 큰 영향력을 가지기는 하지만 자신만의 특수한 관심 영역을 가지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넓은 오지랖 때문에 경실련은 한동안 ‘운동단체’로서의 정체성 확보에 상당한 애로를 겪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내실을 다지기 위해 경실련은 지난 몇 해 시민의 경제와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부동산 문제에 운동 역량을 집중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부동산 운동은 경실련이 ‘운동단체’로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게 하는 역할을 해주었다.

이를 발판으로 경실련은 경제 민주주의를 향한 운동 영역 확대를 2006년 운동 목표로 삼았다. 그동안 헐거워졌던 경제 정책 운동 영역에 대한 본격적인 목소리 내기가 그 시작이었다. 왜곡된 경제 구조 때문에 발생한 양극화를 둘러싸고도 정치권은 이념적 대립을 내세우는 연초부터 경실련은 ‘경제구조개혁’을 주장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6년 상반기는 양극화, 중소기업, 세제, 재벌개혁과 같은 산적한 경제 개혁사안에 대한 경실련의 입장을 재정리하는 시기였다. 2006년 상반기 내내 경제정책에 있어 경실련은 전문가 그룹을 다시 정비하고 각 이슈에 대한 ‘경실련식’ 해법을 정리하고 성명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운동을 해왔다.

물론 이와 같은 ‘추스르기’의 시기였기에 각 이슈에 대응하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운동이 부족했다는 내부적 평가가 있었다. 하반기 경실련 경제 운동의 가장 큰 과제는 바로 이 부족을 어떻게 메워내는 ‘실천’이 될 것이다.

해가 갈수록 시민운동의 위기에 대한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위기는 또 다른 의미로서는 기회일 수 있다. 물론 자신이 위기에 처해있음을 직시하고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경실련의 2006년은 이와 같은 자기 내부 바라보기와 시작되었다. 그리고 한 해의 중반을 돌아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는 시기 열린 2차 중앙위원회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해야하는 지를 확인한 자리였다. 이제는 진정한 질주를 향해 힘찬 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시기가 왔다. 물론 이 질주의 중간 중간 뒤를 돌아보는 것 역시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정신이 제대로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 이 글은 9월16일자 시민의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