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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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이야기] [30주년 공동기획] 강철규 전 공동대표 인터뷰
201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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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경실련 창립 멤버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공정 무너뜨리는 양극화 반드시 해결해야”

“시민단체는 이익집단이 아니라 특정한 가치 실현하기 위한 집단”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30년 역사를 이어온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창립 멤버다. 경제학자이자 시민운동가인 그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규제개혁위원장과 부패방지위원장, 그리고 공정거래위원장을 잇달아 역임했다. 그런 후 고향과도 같은 경실련에서 4년간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규제개혁과 부패방지, 그리고 공정거래는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과제들이었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개혁’과 ‘청렴’ 그리고 ‘공정’은 여전히 시대의 화두다. 10월23일 여의도 사무실에서 강 전 위원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경실련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창립 준비할 때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1989년 당시 경제는 좋았다.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문제는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렸다는 거다. 전 국토가 투기장이고 전 국민이 투기꾼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했다. ‘이래선 안 된다, 나라가 망한다’는 생각에 모이기 시작했다. 11월 창립총회 전에 세미나도 하고 시위도 하고 그랬다. ‘일한 만큼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자’는 게 슬로건이었다. 비판만 하는 시민단체가 아니라 대안을 제시했다. 토지공개념 3법을 입법화했는데 반대세력이 많았다. 그게 출발이었다. 또 하나 법 테두리 안에서 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이전 시민운동과 달리 87년 체제로 바뀌었으니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하자는 거였다. 제도개혁에 역점을 뒀다. 그중 하나가 금융실명제였다. 토론회에서 늘 경실련과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이 다퉜다. 이러한 원칙을 지켜왔기 때문에 30년 동안 견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다.”

 
시민단체의 역할은 뭐라고 보나. 그리고 현재 시민단체는 그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보나.

“우리 사회는 개인 간 경쟁하는 사회가 아니라 집단 간 경쟁하는 사회다. 당연히 이익집단이 많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이익집단이 아니다. 특정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집단이다. 예를 들면 경제 정의, 환경 정의, 소비자 주권, 문화재 보호, 독도 수호 등을 실현하자고 할 수 있다. 특정 가치를 실현하려는 집단이기 때문에 운용자금이 늘 부족하다. 선진국 같은 경우 정부 예산으로 지원해 준다. 우리는 그걸 받으면 어떤 정파나 정당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 같아서 안 된다. 그래서 정부 지원을 안 받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후원도 얼마 이상은 안 된다고 정해 놨다. 어려운 점이 있지만 그렇게 한다. 그런데 시민단체 중에는 사이비가 많다. 돈 뜯어내려는 곳도 있고, 어떤 이익집단에 편향돼 있으면서 이름만 시민단체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사회 영향력에 있어서 다소 약해진 면도 있다. 그래도 여전히 중요하다. 조금은 앞장서 나가야 한다.”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정계 진출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직접 정치를 해서 추구해 온 가치를 실현해 보자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기고 실행에 옮긴 사람도 있다. 내가 보기에는 대부분 실패한다. 성공 사례도 가끔 있겠지만. 왜 그러냐면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가치 실현을 위해 싸우고 투쟁하던 게 사라질 수 있다. 행정은 상관없지만 정치를 하면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그래야 정치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갈등이 생기고 양심의 가책도 받고 그럴 거다. 그렇다고 정치가 무의미하다는 건 아니다.”

 
김대중 정부에서 규제개혁위원회와 부패방지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어디에 중점을 뒀었나.

“규제개혁위원회의 경우 2000년부터 2년 동안 총리와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행정부가 내는 입법 활동은 전부 이곳을 거쳐야 했다. 규제가 뭐가 있는지 합당한 규제인지 심사해서 통과해야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국회로 넘어갔다. 각 부처에서 싫어했다. 규제를 다 등록하라고 했더니 1만4000여 건이나 됐다. 반으로 줄이는 게 목표였다. 부패방지위원장은 2002년 1월에 맡았다. 권력을 가진 고위 공직자가 대상이었다. 그런데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신고자는 조사를 하는데 피신고자에 대한 조사권이 없었다. 법을 고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선 때였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후보가 되고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이 부패방지위원회였다. 법 개정에 들어갔지만 야당이 반대해 부결됐다. 이제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설치돼야 한다. 국회의원도 당연히 포함시켜야 한다. 그러면 우리나라가 굉장히 투명해진다. 공수처가 존재만 해도 고위 공직자가 굉장히 달라질 거라고 본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3년 동안 공정거래위원회를 이끌었다.

“민간인이 위원장이 된 건 최초였다. 시장 개혁 3개년 계획을 세웠다. 재벌 개혁이 핵심이었다. 그런데 MB 정권으로 바뀌면서 유야무야됐다. 출총제(출자총액제한제)가 아무 조건 없이 폐지됐다. 재벌이 되살아나는 데 도움이 된 거다. 하나 기억나는 게 2004년에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냈다. 항목 중에 금융계열사 의결권을 제한하는 게 있었다. 의결권 제한을 강화해 30%에서 15%로 낮추려고 했더니 야당이 상임위 회의실 문에 못질을 하고 못 들어가게 했다. 재벌에서 로비를 한 거다. ‘여기 의원들 중 재벌에게 로비 안 받은 사람 있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니까 의원들이 한 명씩 나가더라. 나머지 의원들로 통과시켰는데 그만큼 힘들더라. 지금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을 내세웠는데 힘들 거다. 필요한 건만 선별적으로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본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공정’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나.

“공정의 기준이 많은데, 심리학에서는 마음에 상처를 입어 불편하면 정의가 깨진 거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공정이 상당히 무너지고 있다. 우선 진입 장벽이 높다. 기업도 시장에 들어가기 힘들고 서민 자제들이 학교에 진학하고 취직하기가 어렵다. 실력이 안 돼서 그런 건 상관없지만 ‘부모 찬스’니 하는 기득권의 장벽을 못 넘으면 안 된다. 또 장벽을 넘어 성안에 들어가더라도 운동장이 전부 기울어져 불공정 행위가 넘친다. 남의 것을 뺏는 착취적 남용이 있다면 남을 배제하는 배타적 남용도 있다. 기득권을 가진 집단이 연줄로 연합을 형성해 강해지면 장벽을 넘기도 힘들고 넘더라도 경쟁하기가 힘들다. 양극화가 너무 심해져 사실상 신분사회가 됐다. 그게 현실이다. 이를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여행을 좀 더 다니고 싶다. 창의력은 ‘3T’에서 나온다. 첫 번째가 트래블(travel·여행)이다. 여행이 그만큼 중요하다. 두 번째 탤런트(talent·재능)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세 번째도 중요한데 바로 톨러레이션(toleration·관용)이다. 서로 공존해야 한다. 싸우면 막말만 나오지 창의력이 나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만나 얘기해야 창의력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