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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실련이야기/경실련이야기] [활동가 이야기] 시민운동도 타이밍?
201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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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김미영 정치입법팀 국장


지난 달 대형 로펌에 퇴직 공직자들이 얼마나 자리 잡고 있는지를 분석한 경실련의 자료가 각종 매체 등에 크게 보도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근 경실련 기사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던 보수 언론에까지 실렸으며 심지어 1면에 실린 경우도 있었다. 한 신문사 기자는 “경실련 출입 기자로서 몇 개월만에 쓴 기사”라고 반가워하기도 했다. 사실 이번 자료는 대형 로펌 6곳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변호사가 아닌 전문 인력 현황 96명을 출신기관별로 단순하게 정리한 자료로 구하기 어렵거나 분석하기 어려운 자료가 전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일간지에 모두 실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번 자료의 시작은 매우 단순했다. 판검사들의 퇴직 후 1년 동안 근무한 곳에서의 사건 수임을 제한하는 이른바 전관예우를 금지하는 변호사법이 국회를 통과할 무렵이었다. 내부 회의 도중 대형 로펌의 문제를 얘기하다가 퇴직 공무원들의 로펌행은 법조인들보다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문제제기에서 준비는 시작되었다. 그래서 대형 로펌들에 취업해있는 공직자 실태를 한번 확인해보게 되었고 다행히 대형로펌 홈페이지에는 변호사가 아닌 전문 인력에 대한 정보가 게재되어 있어 이를 토대로 자료를 정리할 수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6곳의 대형 로펌(김앤장, 태평양, 세종, 광장, 율촌, 화우)의 전문인력 96명 중 절반이 넘는 53명이 이른바 빅3 기관인 공정위, 금감원, 국세청 출신이고, 퇴직 공직자들의 대다수는 퇴직 후 1년 이내에 로펌에 취업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공정위나 금감원, 국세청과 같은 기관들은 주로 기업들을 조사와 감독, 행정처분을 내리는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대형 로펌으로의 관련 공직자들의 진출은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유독 사적인 인맥이 공적인 네트워크보다 중요시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대부분 퇴직하자마자 곧장 취업하는 상황으로 미루어 이들이 갖고 있는 끈끈한 인맥과 따끈따끈한 정보 그대로 업무에 이용될 것은 누가 봐도 뻔하다. 결국 퇴직공직자들이 출신 기관을 상대로 하는 업무에 있어서는 불공정성, 부적절한 로비와 청탁과 같은 위험 요소들이 상존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3개 기관 출신의 공직자들이 대형 로펌에 취업해 있는 현황을 수치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사실 이런 내용은 과거 국회 국정감사나 언론사를 통해 종종 제기된 바 있다. 우리 자료가 기존에 제기되었던 것과 달랐던 점은 특정 기관, 특정 로펌을 대상으로 제기되던 것을 6곳의 대형로펌의 전문인력 모두를 대상으로 전반적인 상황을 정리해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새삼 새로울 것도 없는 이 자료가 세간의 관심을 끈 이유는 바로 타이밍이 아주 잘 맞았기 때문이다. 이번 자료를 마무리할 즈음, 저축 은행 부실 사태에 금감원 출신 저축은행 감사로 인한 금융감독 부실 문제가 터졌고, 이로 인해 퇴직 공직자들의 관련 사기업체 취업 문제의 심각성이 여기저기서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표한 우리 자료는 더욱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단순히 언론에 많은 관심을 받아서 좋다는 얘기가 아니다. 제도 개선이 눈 앞에 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자료를 발표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경실련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요구했고 이어 공직자윤리법 개정 청원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그리고는 얼마되지 않아 정부는 공직자들의 재취업 문제와 관련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마련해 발표했다(여전히 많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한 걸음 나아갔다). 또 여야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처리를 이번 임시국회 내에 하겠다고 공언했다. 물론 관련한 공직자윤리법 개정 논의가 수년간 계속 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통과되지 못한 것을 지켜봐 왔기 때문에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긴 하지만.

 

수년 동안 계속 시민단체들이 심각성을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을 때는 꿈쩍도 않던 정부와 국회가 문제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곪고 곪아서 대형 사고가 터져야만 바뀌는 것은 아쉽기는 하다.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없었더라면 우리의 발표 자료는 작은 관심을 받는데 그치고 말았을지도 모르고 공직자윤리법 개정 청원은 매번 반복되는 시민단체의 요구 쯤으로 생각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경실련의 자료 발표가 아주 조금이나마 제도의 개선에 힘을 보탰을 거라는, 그리고 그것은 오래 전부터 계속되어왔던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위한 경실련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는 아주 뻔뻔한 생각도 해 본다. 그러고 보면 시민운동도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