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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실련이야기/경실련이야기] 북한산 둘레길 우중답사(雨中踏査) ① 우이령길
2011.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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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둘레길 우중답사(雨中踏査)

-우이령을 걷다-

 

김삼수 통일협회 간사

우이령길 답사를 앞둔 시각, 일기예보에서는 많은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기온도 뚝 떨어진대요… 전날 답사를 위한 앞풀이(술자리)를 한 까닭에 쓰린 속을 부여잡고 창 밖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벌써부터 간간히 빗방울이 듣고 있네요. 갈까 말까 고민이 되지만 답사를 핑계로 술까지 얻어 마셨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참으로 오랜만의 우중산행입니다. 사실, 기대가 됩니다.
오전 10시. 집을 나서 버스정류장으로 향합니다. 가는 길에 간단히 아침을 요기하고 김밥도 한 줄 삽니다. 토요일이라지만 비 예보가 있어서인지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11시 10분. 우이동 종점에 도착하여 등산화 끈을 고쳐맵니다. 본격적으로 우이령길이 시작됩니다!
지하철 4호선 수유역 하차(3번 출구) -> 153, 120 버스 환승 후 종점 하차 -> 우이동 먹거리 마을 방향으로 이동


우이령길!

1968년 1월 21일 북한 무장공작원이 청와대 침투를 시도했을 때 이용된 길입니다. 이후 안보를 이유로 일반인의 출입이 전면 금지되었다가 2009년 7월부터 다시 개방되었습니다. 41년 만의 일입니다. 현재도 군사작전지역에 포함되어 있으며 1일 1000명의 탐방객만 허용하고 있어 다른 등산길에 비해 생태환경의 보존이 훌륭한 편입니다.
소 귀를 닮은 길이라는 데 이름이 유래된 우이령길은 서울 강북구 우이동과 경기 양주 교현리를 연결하는 작은 소로입니다. 오래 전에는 생필품과 곡식을 운반하는 마찻길로 활용되었고, 한국전쟁 당시에는 파주와 양주가 고향인 사람들의 피난길이기도 했습니다.
우이동 먹거리 골목에 접어든 후 500m 직진하면 [우이령탐방지원센터까지 1.5km] 표지가 보입니다. 탐방지원센터까지 주변 식당과 MT 촌이 즐비합니다. 가는 길이 완만한 경사의 아스팔트길이라 걷기는 어렵지 않지만 차량이 많아 주의해야 합니다.

802 전경대 초소를 지나 200~30m 오르면 우이령탐방지원센터에 다다릅니다. 입구에서부터 대략 30~35분 소요됩니다. 우이령 숲길(4.46km)는 아름다운 자연생태환경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1일 탐방객을 1000명으로 제한하는 것은 이러한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입장이 가능하며 하산시간은 오후 4시까지입니다.

우이령길은 화강암이 풍화된 흙인 마사토로 덮여 있습니다.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쉼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시키면 다 해 봅니다. 자, 등산화를 벗고 자연을 느껴보아요~ 등산화는 배낭에 매달고 흙길을 걸어봅니다. 비가 내려서 발이 조금 시리지만 자연과 하나가 되어 걷는 맛이 각별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빕니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과 사랑과… 풍요로운 가을만큼이나 우리의 바람들도 탐스럽게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습니다.

소귀고개 정상을 차지한 것은 대전차 방호벽입니다. 냉전의 산물이 곧 평화의 거대한 물결 속으로 사라져가기를 희망합니다.

우이령길 정상을 넘어서면 넓은 공터가 나타납니다. 공연이나 강연이 가능한 무대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둘레길 이정표를 보고 오봉전망대임을 깨닫습니다. 전망대에 올라서자 운해 속에서 오봉이 희미한 자태를 드러냅니다. 운무를 휘감은 오봉의 모습이 아늑해 보입니다.


우이령길도 가을의 정취에 흠뻑 취했습니다. 지금 내리는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골짜기마다 단풍물이 그윽할 것입니다. 오봉과 함께 걷다보면 우이령 쉼터가 끝이 나고, 벗어든 등산화를 신으라는 표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이령길의 막바지에 다다른 셈입니다.


총 탐방시간 : 11시 30분~13시 35분(6.8km)
우이령길탐방시간 : 12시 05분~13시 25분(4.46km)

 

군부대를 지나 1.5km 내려가면 교현탐방지원센터가 있습니다. 도착 시각 오후 1시 25분. 생각보다 훌쩍 빨리 끝난 우이령길에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2시 이전에는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다고 합니다. 교현탐방지원센터를 지나 포장된 아스팔트 길을 10여 분 걸어나가면 우이령길은 끝이 납니다. 둘레길 안내도에 적힌 소요시간은 3시간 30분이지만, 약 2시간 만에 교현탐방지원센터까지 다다랐습니다. 산행에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우중산행은 마음먹기 쉽지 않지만 맑은 날 보지 못할 많은 것들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을 어디로 이끌 것인지 더욱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우이령길의 작은 숲길이 마음을 온통 흩뜨려 놓은 듯 합니다. 메말랐던 작은 골짜기는 온통 촉촉히 내리는 빗방울로 인해 조금씩 활기를 찾는 듯 보입니다. 내 나이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한 자리에서 조용히 버텨낸 우이령길에 서서 깊은 상념에 빠져듭니다. 지금 발 딛고 서 있는 이 곳이 미래의 평화를 그려보는 소중한 장소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멀지 않은 과거에 이 길을 통해 남과 북이 하나로 이어졌듯이 이 길 위에 서 있는 모든 사람들이 사람 간의 소통과 역사를 통해 평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혼자였기에 좋았고, 또 누군가와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던 마음을 가다듬고 거세지는 빗속을 뚫고 북한산 둘레길 13구간 '충의길'에 접어듭니다.

 

※ 북한산 둘레길 시리즈는 5회에 걸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