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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실련이야기/경실련이야기] “가슴으로 말하고 느끼는 활동” 김갑배 상임집행위원장 인터뷰
201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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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말하고 느끼는 활동”

 

 겨울비가 촉촉이 거리를 적시던 날, 동숭동 경실련 2층 회의실의 문을 열고 들어선 김갑배(60, 변호사) 신임 상임집행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온화한 미소를 보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그 여유로움 속에서도 자신만의 생각과 의지를 밝힐 때만큼은 단호한 어투로 이야기했다. 그 모습에서 앞으로 경실련을 이끌어나갈 상임집행위원장의 굳은 신념을 느낄 수 있었다.

 

김갑배가 걸어온 길을 말하다

 

그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가 추구하는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김 위원장의 이력을 통해서 그의 삶 전체를 말하기에는 매우 부족하지만, 오롯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 온 것만큼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김갑배 위원장은 변호사로서 민,형사 등의 일반 사건보다는 공익 사건 위주로 맡아왔다.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실질적으로 제도개선으로 이뤄지는 사건이 주를 이룬다. 2008년부터는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서 가장 특이한 이력이라 부를 수 있는 ‘미네르바 사건’에 대한 이야기부터 나누기로 하였다.

 

평소 표현의 자유 문제에 대하여 관심이 많았던 그가 목소리를 높인 것은 바로 ‘미네르바 사건’의 변호를 맡았을 때로 대표된다. 2008년 ‘미네르바’라는 아이디를 필명으로 하는 인터넷 논객 박대성 씨는 포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에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는 곧 허위사실유포 죄로 긴급체포 및 구속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이 사건을 맡아서 변호할 변호사가 없었다고 한다. 당시 이 사건을 관심있게 지켜본 김갑배 위원장은 변론을 잘못할 경우 유죄판결이 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란 생각아래 구치소에서 그를 직접 만나 의견을 듣고 변론을 결정, 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2009년 1월 시작된 재판은 6차례 변론을 거쳐 무죄판결이 선고되고 박대성 씨는 석방되었다. 판결에서 무죄의 이유가 허위의 인식이 없었다고 인정한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검찰은 곧이어 무죄판결을 비난하면서 항소를 제기했다. 무죄가 선고되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건에 적용된 전기통신 기본법 제47조 제1항 자체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2010년 12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해 위 조항이 무효가 되는 성과를 이뤘다. 2011년 1월 검찰이 항소를 취하, 결국 무죄가 확정됐다.”

 

미네르바의 무죄 확정은 점점 소신있는 의견 개진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최근 분위기로 미루어 볼 때 표현의 자유와 민주사회의 건전한 비판 기능이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며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김갑배 위원장이 가장 의미있게 생각하는 활동은 바로 진실화해위원회와 관련한 활동이다. 먼 과거에 일어난 사건들이라 자료도 없고, 이미 유죄로 판결된 사건들에 대해 진실을 밝혀내는 과거사 규명 작업은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과거사 위원회가 출범했을 때 받았던 요청을 거절도 많이 했었다.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고, 후에 가서보니 설치 법률과 사무실 외에는 규정이나 조직, 인원 등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다”라며 운을 뗐다. 이미 수십 년전에 발생한 사건들에 대해 진실 규명하는 것이기에 접근 방법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수사관들을 찾아낸다 해도 거의 진실을 말하지 않았고, 또 사건이 조작되었음을 증명할 증인이나 증거들을 찾기도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갖은 노력 끝에 결국 역사적으로 큰 논란이 있어 온 민족일보 사건, 조봉암 진보당 사건, 부일장학회 사건, 간첩조작 사건 등 많은 사건들을 규명해내고, 법원에서 재심에 의해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다. 그는 “희생자와 가족들이 원하는 진실을 밝히고, 수십년 맺힌 한과 눈물을 씻어주는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감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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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을 말하다

 

김갑배 변호사는 앞으로 상임집행위원장으로 경실련과 인연을 맺는다. 상임집행위원회는 경실련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기구로서 총 70여 명의 위원이 한달에 한번씩 모여 회의를 통해 경실련의 활동에 대한 평가 및 논의를 진행하며 중요 의제들을 결정하고, 때로는 비상모임을 갖기도 한다. 그는 상임집행위원회의 상임집행위원장으로서 앞으로 경실련을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국민들이 살아가는 데 중요한 요소는 자유와 권리 보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사회적 기본권에 대한 보호가 민주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본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국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경제적 기본권이라 생각한다.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젊은이들은 취업이 되지 않고 등록금 걱정을 하는 상황에서 민주화가 완성되려면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는 경제정의가 이루어져야한다. 이를 위해 단순한 비판만이 아닌 해결책을 강구하여 큰 틀의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국민에게 선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경실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나가서 단순한 홍보가 아닌 전문성과 시의성을 갖춰서 실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정의를 실천하기 위해서 발전적 비판뿐 아니라 건강한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그는 시민운동의 중심은 언제나 시민들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또한, 경실련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더욱 더 노력해야 하는 사실 또한 거듭 당부했다.

올해 우리는 총선과 대선이라는 중요한 이슈를 앞두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극대화되면서 민심의 선택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 주목되는 시기, 경실련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준비할 것은 무엇인지 김 위원장에게 물었다.

 

“경실련이 이전부터 해왔던 활동, 바로 후보들의 공약을 검증하고 평가해서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SNS를 통해 140자 남짓한 공간에 담는 내용은 매우 감성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내용들이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내용이 있으면서 재미있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스마트폰을 쓰고는 있지만 나 역시 엄두가 나지 않아서 SNS를 이용하지 않는데, 나와 같은 기성세대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도 마련해야 한다. 즉 논리와 감성이 함께 가는 우리 시대에 이성만이 아닌 가슴으로 말하고 느끼는 활동을 제시해야 한다. 이것이 열린 사회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현재 경실련에서는 정기적으로 국회 의정활동을 분석, 평가해 제시하고 있다. 또한 후보선택이나 정당선택에 도움이 되도록 주어진 정책현안 질의에 자신이 선택한 사항들과 성향이 가까운 후보, 정당을 알아 볼 수 있는 후보선택 도우미 프로그램 또한 가동 중이다. 김 위원장의 말대로 보다 시민들과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통로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경실련이 올해 총선과 대선을 준비하며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우리 시대는 제도적인 면에서 일반 시민들이 투표 이외에는 정치에 참여할 방법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점차 시민들이 참여하고 결정하고 혜택을 누리는 세상으로 전환하는 중이라 생각한다. 그러한 변화 속에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작은 공간들이 더욱 필요하고, 이 공간을 만들어가는 데 경실련과 같은 시민단체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의 생각을 모아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그들을 올바로 평가하며 비판하는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시민들 역시 선거 외에 직접 시민운동에 참여하여 미래세대를 위한 올바른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참여를 통해 이루어지는 운동에 보람과 자부심을 가지시길 바란다. 법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필요에 의해 고쳐지고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남에게 맡기기보다는 관심을 두고, 참여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원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전하고 인사드리지 못한 아쉬움을 전한 김갑배 위원장은 3월 24일 예정인 북한산 둘레길 회원모임에 꼭 참여하여 많은 분들과 인사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또한 올해 경실련의 다채로운 행사 속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기대해 주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리_이현종 인턴

글_이주현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