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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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이야기] [우리사회의 미래를 만나다(4)] 민달팽이유니온
201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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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2019년 11,12월호]

청년만의 생존이 아닌 모두의 공존을 꿈꾸는 “민달팽이유니온”

최지희 위원장

 

Q.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저희는 청년들의 집 이야기, 방 한 칸 가진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방 한 칸도 가지지 못한 세입자도 되지 못한 청년들의 이야기, 세입자로 살아가는 청년이면서 여성, 비혼, 대학생, 취준생 등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모인 단체고요. ‘달팽이도 집이 있는데 청년들은 몸 둘 곳이 없다. 민달팽이들 좀 모여보자’ 하면서 모이게 됐습니다. 청년주거를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고요. 저희가 청년주거 단체라고 맨날 말하면서 청년, 주거, 청년주거 이렇게 항상 보고 있거든요. 주거에만 한정되지 않은 청년들의 삶이라는 것이 있고, 청년에만 한정되지 않은 주거의 이야기가 있고, 그런 것들이 중첩되어서 나타나는 청년 주거라는 문제가 생기는거죠. 이런 것들을 풀기 위해서는 분야를 나누지 않은 청년의 삶도, 그리고 세대를 나누지 않은 주거권도 봐야 돼요. 그래서 보편적인 시민권에 대한 것을 주창하는 창구로서의 청년, 보편적인 주거권을 이야기하는 창구로서의 주거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하는 일은 제도 개선을 위한 것들, 그리고 세입자 네트워킹, 교육, 상담 같은 것들 하고 있어요. 그리고 청년들에게는 집을 준 전례가 없다고 해서 그 사례 한번 만들어보자 하고 주택협동조합이라는 방식으로 집을 공급하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도 생겼어요. 지금 달팽이집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10채에 150명 정도 있습니다.

 

Q. 교육이나 상담은 어떤 것들을 하고 있나요?

A. 우리가 역량을 갖추어야 될 것들이나 도움이 필요한 것들을 주로 교육과 상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에 달팽이집도 그렇고, 이렇게 모이게 된 게 모두 다 이런 일을 겪고 있잖아요. 술자리 안주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 사회에서는 전혀 이야기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주거권 교육도 하고 있고, 주택임대차보호법, 계약서 쓰는 법, 집 구하는 법도 교육하고 있어요. 그리고 주거정책도 누더기처럼 많으니까 전혀 감을 못 잡는데 이런 정책들이 있고, 어떻게 하고, 이 정책의 기저에는 이런 맥락이 있어서 어떤 방식으로 우리가 맞춰나가야 된다고, 같이 이야기하는 교육도 하고 있고요. 협동조합 같은 경우에는 실제로 살기 위해서 앉으면 막 크레파스로 그리는 거죠. 내가 살아왔던 집, 살집 같은 것도 이야기하고, 같이 살면 무조건 갈등이 생기는데 이 갈등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런 것들도 하는 다양한 범주의 교육이 있습니다.

 

Q. 단체가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먹고사는 게 너무 빡빡하고 힘든데 아무 데도 이야기할 곳이 없으니까 그런 친구들 한번 모여보자고 해서 모인 것 같아요. 제일 처음에는 대학생들의 주거권으로 시작하긴 했어요. 근데 대학을 안 가도 이 문제를 안 겪는 게 아니고, 한때라고 생각했던 대학생을 지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들을 보잖아요. 그래서 대학촌에 취업한 직장인들도 다 있죠. 그런 것들을 볼 때 집 문제라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봤어요. 그러면서 점점 확장이 된 거죠. 한 대학의 문제가 아니어서 여러 대학이 모였는데. 대학생들만의 문제도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애초에 민달팽이유니온이라고 이름 지었던 것도 단숨에 풀릴 문제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고, 이 이슈로 계속 활동을 해보자는 목표로 하긴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점점 확장되면서 더 넓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Q. 지금까지 활동을 통해 지켜본 변화나 성과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가장 크게는 단체가 아직 살아남은 것이에요. 옛날에는 다 자기가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활동을 했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다만 얼마라도 회원분들이 모아주시는 회비로 조그마하게라도 사무실도 있고, 인건비도 나가고 있어요. 살아남아서 이 이슈를 끌고 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인 것 같고요.

진짜 중요한 성과는 청년 문제가 더 이상 낯선 이슈가 아니잖아요. 여기저기서도 다 청년을 이야기하고, 청년주거를 이야기하는 게 가장 큰 거 같아요. 그전에는 사실 청년주거라고 이야기를 해도 ‘청년=대학생, 대학생=재학생’이었어요. 근데 사실 우리는 휴학도 해서 뭔가 해야 되고, 졸업유예도 해야 되는데 이런 대학생의 상황을 전혀 몰라서 항상 이야기할 때, 말이 안 통했단 말이죠. ‘젊을 때는 다 사서도 고생을 해, 그때는 잠깐 그래’라고 하는 사람들이 행정을 하고 있고, 정치를 하고 있고, 저희가 주거 이야기를 하면 ‘장애인보다 힘들어, 노인보다 힘들어’라는 식으로 없는 사람들끼리의 경쟁을 붙였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청년주거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정책들이 나오고 있죠. 그런 면에서 어쨌거나 청년주거라는 위상을 가지게 된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봐요. 이전에는 민원인 정도로 취급받는 것 이상이 안됐던 것에서 이제는 청년주거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이 모여있고 하니까 동등한 당사자로서, 전문가로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고, 의견이 받아들여지고 피드백이 오고 가죠. 이게 되게 크다고 생각해요.

 

Q. (경실련을 비롯해서) 기존에 전통적인 방식의 운동을 해오던 단체들이 있습니다. 그 단체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기존의 시민사회활동이라고 하는 것들은 큰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민주주의, 통일, 민족 같은 것들. 그것들이 참 중요한 시기였죠. 그것으로부터 쟁취한 민주주의의 토양으로 자라온 지금의 청년세대들이 이 유산을 받아안고 자라와서 앞으로 나아갈 때인 것 같아요. 크게는 일상 속의 민주주의가 익숙하고, 그런 것들이 되지 않은 것에 문제점을 느끼는 것들을 주거문제, 청년문제라고 바라보는 것 같아요.

청년주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사람들한테 안전하고 안정적인 공간인 게 저희의 중요 포인트인 것 같아요. 무슨 말이냐면 집 같은 경우만 해도 불평등이 심화되고, 공동체의 붕괴라는 것이 이야기되고 있죠. 그런데 자본주의, 경쟁주의 같은 게 있으니까 사람들이 모두 문제를 겪고 있는데, 이걸 밖에 나가서 말을 못 하는 거예요. 일단 만나면 자기소개할 때도 나이 말하고 어디 다니고 뭘 하고 이런 것들부터 하잖아요. 근데 그런 것들이 너무 넌덜머리가 나있다는 말이죠. 그런데 내가 있는 그대로 나를 보여도 되고, 내 이야기를 해도 안전한 공간이라는 게 저희 단체의 중요한 정체성인 것 같아요.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이 청년으로서 살아가는 지금의 이야기, 집 이야기인거죠. 그런 부분이 다른 단체와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희 단체의 중요한 점인 것 같아요.

 

Q.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탄탄한 기반이 없는 것이 가장 힘들죠. 우리나라 자체의 NGO, NPO 영역이 저평가 되어있고, 물적 토대가 없는 것들이 너무나 강력하죠. 그래도 저희는 다른 단체에 비해서는 나을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 청년세대 안에서는 이런 기반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것들은 그저 좋은 가치, 보람 이런 것만으로는 되지 않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실제로 단체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지금 같은 활동가의 처우로 단체에 유입되는 활동가들을 보장할 수 있는가‘라는 게 좀 고민이에요.

생활에서 내게 와닿는 문제를 푸는 것은 좋은데 결국에는 집 문제, 청년문제라는 것들이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들로부터 곪아 터진 자리라는 거에요. 근원으로 파고들어, 해결하려면 너무 어렵고, 무거운 주제들인데 실제로 해결해야 되는 내용과 문제를 느끼는 사람들 간의 간극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가 고민이기는 해요.

또 최근에 청년주거가 많이 대두되면서는 청년주거라는 이름으로 정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사실 디테일을 뜯어보면 안 맞는 거죠. 예를 들어서 역세권 2030주택도 역세권에 청년들이 들어오게 살 수 있는 건 되게 중요한 이야기인데, 여전히 집을 사고파는 것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그대로 반영된 정책들인거죠. 역세권에 있는 시장을 건드리지 않고, 하고 싶으니까 이미 뻥튀기 된 시세에 대비해서 몇 퍼센트라고 해봤자 그게 무슨 의미에요. 그리고 대상도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청년의 기준이 대학생이던 것에서는 벗어났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일을 해야 되는 존재, 결혼을 안 하고 애를 안 낳아서 문제인 존재, 그걸 위해서 지원을 해줘야 되는 존재로 바라보는 거죠. 그러면 필연적으로 비혼여성, 퀴어커플 같은 존재들이 다 없어지잖아요. 그래서 ‘저기서 말하는 청년은 내가 아니구나, 나는 끊임없이 만족하지 못하는 2등 시민이구나’라는 것을 느끼는 거죠.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 활동계획과 그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달라지길 바라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저희 단체가 7,8년이 됐지만 사실 매년마다 앞으로 우리가 얼만큼 지속될 수 있을까가 고민이다 보니 시간의 단위가 달라요. 다른 곳들은 사람을 뽑으면 5년은 바라보는데 저희는 단체가 5년 후에 있을지 없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단체 내부적으로는 장기적인 계획을 담보할 수 있는 것들이 목표이고, 그 기반으로 활동할 수 있는 토양을 일구는 것들, 내부 시스템, 조직문화 같은 것을 갖추는 것이 목표에요.

구체적 사업의 활동 방향으로는 결국 청년이라고 대표되는 표상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에요. 나이도 중요할 수 있지만 거기에 우리가 담고자 했던 가치인 평등, 다양, 안전, 안정 이런 것들을 다른 넓은 연대를 통해서 담아 가는 거죠. 그래서 청년이라는 것으로 대표할 수 있고, 좀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다른 소수자들과 연대하는 게 너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 사업 방향에서도 다양한 소수자들을 우리가 어떻게 대변하고, 같이 갈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어요.

또 하나는 활동을 몇 년 하면서 계속 주거권을 이야기 해왔는데, ‘이게 정말 우리 사회에서 가능할지 상상해보았는가’라는 점에서 요새 좀 달라진 것 같아요. 그전에는 이게 100년 뒤에나 될까 했는데 요새는 작년에 토지공개념 이야기가 나온거라던지, 종부세 논란이 나온거라던지, 최근에 분양가상한제가 나온거라던지. 너무 필요했던 것들이지만 언급조차 안될 것 같은 것들이 다시 나오고 있잖아요. 물론 결과는 다시 실망스러운 방향으로 갔지만, 그런 주제들이 계속 올라오는 것들을 보면, 주거권 운동을 좀 더 절박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이 그나마 조성된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점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우리 시민사회계가 주거권리를 이야기하는 것에서 작은 역할을 해볼 수 있겠다는 것이 내년 목표고요.

마지막으로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수많은 죽음들이 있잖아요. 근데 청년들의 문제는 서서히 스스로를 안으로 죽여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그런 고통에 너무 무심하고, 무심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이 드는 거예요. 너무 마음이 아프잖아요. 근데 거기서 내가 무력하고 할 수 있는 게 없고, 그럼 그것에 무뎌지는 수밖에 없는 거죠. 얼마 전에 어디서 봤는데 인류가 멸망이 무서운 것은 멸망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얼마나 잔인해질지가 무서운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가 그런 것 같아요. 청년이 나타났을 때도 ‘너네가 뭐가 힘들어 우리 때는’과 같은 말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하잖아요. 그래서 불행 경쟁으로 서로를 끌어내리는 게 아니라, 다른 세대에 대해서도, 다른 처지에 대해서도 ‘아 나도 참 힘들지만, 너는 이런 것 때문에 힘들구나,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라는 것을 돌아볼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것에 있어서 아주 강력하고, 핵심적인 요소가 집을 둘러싸고 있는 제도들이고, 저희 활동이 그런 부분을 고치는 것에 하나의 새로운 동력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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