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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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여야는 안기부법을 시급하게 재개정하여야 한다.

  지난해 12월 신한국당의 5개 법률안 단독 날치기 처리가 국회의원의 법안심의 표결권을 침해했다는 헌법재판소의 16일 결정은 대화와 타협없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 붙이는 파행입법은 이제 더 이상 통할 수 없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었다. 그동안 나라의 기본법인 헌법마저 제대로 된 심의보다 날치기 등 변칙 파행으로 개정하곤 했던 우리 헌정사에 비춰볼 때 그 의미가 크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여, 야는 지난 3월 여, 야 합의로 재개정한 4개 노동관계법을 제외한 안기부법을 새롭게 재개정해야 한다.


  이것은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67조가 모든 국가기관의 경우 헌법재판소가 권한 침해상태를 확인했을 경우 그 기속력에 따라 이 상태를 제거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재가 날치기 통과의 권한침해 사실을 확인한 이상 국회가 권한침해 상태를 제거해야 할 의무를 가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헌재 결정이후 재개정 반대 입장을 표명한 신한국당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헌재의 결정에서 날치기 안기부법의 무효를 명시적으로 선언하지 않았으므로 안기부법은 여전히 법률로서 효력을 갖기 때문에 특별히 재개정의 필요성이 없다고 강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가 않다. 헌재 결정이 비록 명백한 이행 강제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법률에 정해진 의무이고 또 국회가 입법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헌재의 결정을 존중해 안기부법을 다시 개정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현행 안기부법은 그 내용이 안기부의 대공수사권을 과도하게 확대하여 국민의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음을 날치기 처리전에 이미 학계, 법조계, 시민단체들은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현행법은 그 내용을 떠나 법개정 과정의 정당성을 분명히 잃었기 때문에 여, 야는 어떤 형식으로든 재심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법안심의와 표결에서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았음이 최고 헌법기관에서 판정이 났는데도 그 법을 그대로 둔다면 법운용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과 잡음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여, 야는 사법적 심판까지 받게 된 국회의 변칙운영을 정말로 부끄럽게 생각한다면 절차상 하자가 없는 법을 빨리 내놓아야 할 것이다.(1997년 7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