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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국회는 영장실질심사 후퇴행위를 즉각 중지해야 한다

  영장실질심사의 적용범위를 축소하려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법원과 인권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헸다. 우리는 이 개정안이 담고 있는 문제와 함께 국회의 법안처리과정의 문제점이 있음을 인식하여 개정안의 처리를 즉각 중지할 것을 여,야에 촉구한다.


  개정안은 판사의 구속전 피의자 직접심문은 피의자 또는 그 변호인, 가족 등의 ‘요청이 있고’, 수사기록만으로 구속사유를 판단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을때만 선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또한 개정안은 판사가 피의자를 심문하면 조서를 남기도록 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판사가 전권을 가지고 영장실질심사 여부를 결정하던 현행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인신구속은 형사소송을 확보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다른 방안이 있는데도 계속 억류하는 것은 형사소송의 보충성의 법리에 반한다. 세계인권선언도 ‘법정에서 유효한 구제를 받을 권리’를 정하고 있으며,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9조 역시 억류의 합법성을 결정할 법원의 권리와 함께 석방명령을 위해 법원에 절차를 취할 피억류자의 권리를 명문화하고 있다. 이같은 세계인권법 정신에 비춰 현행법을 굳이 바꿔 ‘피의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판사의 심문을 받지 않을 권리’로 그릇 해석될 위험을 방치한다면 법집행의 편의를 위해 인권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특히 아직까지 수사기관의 강압으로 인한 ‘허위자백’이나 가혹행위, 부정한 협상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피의자가 요구할 때만’ 판사의 직접심문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면 국민의 인권보장과 실체적 진실규명이라는 형사소송법의 이념을 크게 훼손하게 될 것이다. 또한 ‘피의자가 판사면접을 포기할 때’는 판사가 직접심문을 하지 않는다는 규정도 수사기관에서 피의자에게 판사의 직접심문의 ‘포기’를 강요할 경우에 피의자 인권은 보호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인신구속과 관련된 중요한 법안을 몇몇 검찰출신 국회의원들이 공청회 등 여론수렴도 거치지 않고 ‘기습적으로’ 제안하고 심의도 부실하게 하면서 처리하는 법개정절차에도 상당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오랜 논의 끝에 도입되어 겨우 10개월 시행한 제도를 국회의원들이 ‘개정’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인권개악’쪽으로 후퇴시키고 있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다.


  여,야 국회의원 당장 법개정 작업을 중지하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반드시 부결시켜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반인권적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들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1997년 11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