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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이야기] [지역이야기] 광주형일자리, 상생형일자리에 걸맞게 추진되고 있는가?
2020.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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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1,2월호]

광주형일자리, 상생형일자리에 걸맞게 추진되고 있는가?

오주섭 광주경실련 사무처장

얼마 전 집에서 책을 정리하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지역경제 주체 상생협력방안 모색 공개토론회’라는 자료를 발견했다. 2009년 2월에 광주경제살리기운동본부와 광주광역시, 광주지방노동청이 주최한 토론회로 이 시기는 2008년도 미국발 금융위기때문에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한 때였다.

당시 토론자로 참석하여 “지역의 경제 주체는 노사민정이다. (중략) 지역 경제 주체들의 상생협력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바로 ’상호신뢰’다. 신뢰는 한 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끊임없는 소통과 협력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고 발언을 했다. 새삼 10여 년 전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위에서 언급한 ‘상호 신뢰, 소통과 협력’ 없이는 광주형일자리가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기반이 취약한 광주, 절실한 마음으로 광주형일자리 시작

광주지역 자동차 산업에 대해 2015년 노동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의뢰한 결과 완성차 업체의 임금은 전국 최고 수준이나 부품사의 임금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상태로 완성차 업체와 부품사의 임금 최고와 최저간 격차가 약 5배에 이르렀다. 기아차의 평균연봉은 9700만 원, 기아차 사내하청은 5000만 원, 1차 협력사 생산직은 4,800만 원, 1차 부품사 사내하청은 3천만 원, 2차 부품사는 2,800만 원, 2차 부품사 사내하청은 2,200만 원 수준에 불과했다. 원·하청간 임금격차는 계층 간 갈등을 유발하고, 이는 심각한 사회 갈등을 유발하여 사회통합 저해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광주는 산업기반이 취약하여 1인당 국민소득이 전국대비 78%에 머무르고, 취직할 곳이 없어 20~30대 청년들이 직장을 찾아 타지로 떠나는 비율이 인구 유출 중 60%에 이르게 되었다. 광주형일자리는 이러한 광주지역의 절박한 상황을 기반으로 2014년 민선6기 광주시장의 공약에서 출발했다.

현재 광주형일자리는 노동자 초임 평균연봉을 주44시간 기준 3500만 원. 주거와 복지의 일부분을 정부와 광주시가 지원하는 형태로 되어있다. 광주에서 이정도 조건으로 정규직 일자리를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반값임금이라는 주장은 철회했지만 민주노총은 여전히 광주형일자리를 ‘나쁜일자리’로 규정하고 반대하고 있다. 만약 광주형일자리가 단순히 기업투자형 일자리였다면 광주지역 시민단체들도 이런 비판에 동의했을 것이다. 그러나 광주형일자리는 투자촉진형이 아니라 사회적대타협에 근거한 노사상생형일자리로 개념을 잡았기 때문에 광주에 적당한 모델로 인식하고 노사민정협의회에 참여를 해왔던 것이다. 지금껏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고 있는 광주형일자리는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모델인 만큼 노사민정 모두에게 새로운 사고와 접근이 필요하다.

광주형일자리의 개념

2018년도 5월에 광주시가 제정한 광주형일자리 촉진에 관한 조례에 의하면 “광주형일자리란 사회적 대화에 기반한 혁신적 노사관계 및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고 일하기도 좋은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지역사회 혁신운동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양극화 해소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해법을 지역에서 사회적 대화로 모색하고, 노사관계와 산업혁신을 통해 사회통합형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좋은 공동체를 만들려는 지역혁신운동의 개념으로 출발을 하였다.

또한 광주형일자리에는 ‘적정임금, 적정 노동시간, 노사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 등 4대의제가 있다. 노사책임경영이란 “노사합의에 따라 노동이사제 등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현하기 위한 방침”을 말하며, 원·하청 관계 개선이란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원·하청 관계를 합리적인 관계로 개선해 공정한 산업질서를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조례에 규정하고 있다.

노사책임경영을 위해 노동이사제 도입 필요

특히, 4대 의제 중 노사책임경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대기업노사관계를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노사관계의 틀, 즉,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책임경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노동이사제 등 노동계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발표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100대 국정 과제)에서는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것을 천명하였고, 이후 많은 지방공기업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되어 시행 중이다.

세계 유례가 없는 모델인 만큼 노사관계의 틀도 혁신적으로 정립해야 하는데 광주시는 노동이사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9일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주주간담회에서 투자자들에게 “노사민정협의회는 광주시와 현대차간 부속서에서 벗어난 주장이 제기되지 않도록 결의했고, 이에 따라 노동이사제 등 협약서에 규정되지 않는 내용은 도입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결국 현대차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원치 않기 때문에 광주시도 도입에 부정적인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 후 노동계(한국노총광주지역본부)는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차에서 추천한 이사의 교체, 경영진의 적정임금 적용, 노사책임경영을 위해 노동이사제 도입, 공장 설립과정에서 경쟁력 있는 설비 구축을 위해 가칭 시민자문위원회 구성, 원·하청 관계 개선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광주시는 노동계의 주장에 3개월 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주)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 착공식이 열리기 직전에야 시장과 부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광주시의 입장을밝혔다. 그러나 이미 신뢰 관계가 훼손되었고, 노동계의 요구사항에 대한 답변이 선언적 의미에 그쳐 결국 노동계는 지난 해 12월26일 열린 공장착공식에 불참했다.

정부관계자들이 공장착공식에서 한 발언

공장착공식에서 대통령이 위원장으로 있는 일자리위원회 이목희 부위원장은 “광주시, 현대차, 광주글로벌모터스 등에 특별한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지난 1월23일 체결된 상생협약 내용 특히 노사책임경영, 원하청 개선을 잘 실천하여 상생형 지역 일자리의 전국적 모범을 만드는데 열과 성을 다해주시기 바란다.”라고 했고,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직설적인 표현으로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출범할 때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서 노동이사제를 훨씬 뛰어넘는 노사상생으로 공동 책임지는 그런 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발언을 했다. 두 발언을 종합해 보면 노사상생형이라는 광주형일자리의 근본 취지에 맞게 광주시가 노동계와 적극 소통하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노동계가 참여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무엇 보다 중요

광주형일자리 모델 설계에 처음부터 참여했던 광주시사회연대 일자리 특보가 최근 임기를 연장하지 않고 스스로 사임했다. 그는 “광주형일자리가 상생형일자리가 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참여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참여와 협력을 만들어 내기 위한 조건들이 닫혀있는 상황이다. 노동계가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결국 광주형일자리를 당초 취지에 맞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광주시가 절실한 마음을 가지고 초심으로 돌아가 노동계 나아가 광주지역 시민사회와 진정으로 소통하기 위한 자세를 갖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현재 광주지역 시민사회는 ‘노동존중, 사회연대 광주형일자리 성공을 위한 시민모임’(준)을 만들어 광주형일자리와 관련하여 대응 활동을 하고 있다. 광주형일자리가 진정으로 노동이 존중받는 노사상생형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광주경실련도 연대활동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