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미래사회를 위해 달리는 경실련의 최근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반부패] 안기부 예산의 선거비용 전용 의혹에 대한 성명

  안기부 예산이 96년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 선거비용으로 전용되었다는 의혹이 시간이 갈수록 정치권의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는 느낌이다. 만약 안기부 예산 전용 의혹이 사실이라면, 단순한 정치자금 위반 사건과 관련한 의혹은 아니다. 국민혈세로 조성된 국가안보 예산이 불법적으로 도용하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철저한 진상규명과 법적 처리는 참으로 중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도 이런 점에서 충격과 놀라움으로 이번 의혹의 명쾌한 규명과 철저한 법적 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기부 예산전용 의혹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처리와 관련하여 여ㆍ야와 검찰 태도는 모두 문제가 있다. 검찰 수사는 정치적 파장을 의식하여 사건의 본질을 피해가는 태도를 보 이고 있어 오히려 의혹을 부풀리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 수사의 핵심은 돈을 받은 정치인 처리도 중요하지만 돈의 성격을 명확히 입증하고 돈을 조성하여 배포한 주범을 찾는데 있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돈의 성격이 안기부 예산이 아니고 단순 정치자금이라는 아니냐라는 근본적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는데도 명확히 입증을 하지 못하 고 있다. 더구나 돈을 받았다는 정치인의 명단과 금액이 편법적으로 공개되는 등 수사과정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까지 벌어지고, 그 명단마저도 정치적 편의에 의해 조작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돈을 받은 정치인에 대한 원칙적 수사태도가 아니라 부가형인 몰수ㆍ추징을 먼저 거론하고 선별소환 방침을 제기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여당인 민주당의 본질과 관련되지 않는 정치적 공세, 사건처리의 방향을 예단하는 듯한 발언 등으로 안기부 예산 전용의혹을 정쟁의 시 비거리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즉 검찰과 여당은 이번 사건을 철저 한 규명과 법에 따라 처리하려기 보다는 야당을 공격하고 흠집내기 위한 소재로 활용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이번 안기부 예산전용 의혹은 철저히 규명되어야 하고 법의 원칙에 따라 처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검찰의 원칙적 수사태도 견지와 함께 여당은 이 사건에 대한 언급을 중지해야 한다. 아울러 야당인 한나라당 또한 의혹의 실체 규명에 협조하는 태도를 먼저 보여야 한다.

  한나라당은 의혹이 제기된 이후 ‘안기부 자금을 받은 적 없다’는 주장만을 줄곧 반복하고 있다. 당사자인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 장이었던 강삼재 부총재 마저 ‘안기부 관계자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 다’라고 주장할 뿐이다. 야당의 피해의식을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지만 이러한 태도는 오히려 의혹만 계속 증폭시킬 뿐이며 야당이 법 위에 군림 한다는 비판만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여당의 명백한 정치적 보복”정부여당에 의해 기획된 사정’이라는 야당 의 주장이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해도 그것이 ‘1100억원이 넘는 국가예산 이 특정정당의 선거자금으로 사용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덮을 수 있는 명분은 되지 못한다. 적어도 한나라당은 돈이 안기부 계좌에서 나 왔다는 것만으로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해명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한나라당은 당시 신한국당 지도부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한나라당이 신한국당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는 한 이러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당시 자금 지원을 결정할 지위에 있었던 사람을 설득 해서라도 그 돈이 정말 안기부의 공식예산이었는지, 아니면 항간의 의혹 처럼 당시 청와대와 관련하여 모금한 자금이었는지를 먼저 구체적으로 분 명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현재 검찰의 수사에 대해 적극 협조하여 사실 이 규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련자들을 감싸지 말고 당당히 밝힐 것은 밝히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라는 것이다.


  이미 법원으로부터 체포동의서가 발부된 강삼재 부총재에 대해서도 이러한 원칙으로 검찰에 자진출두할 것을 권해야 한다. 본인이 결백하다면 검찰소환을 거부할 이유가 없으며, 검찰이 신뢰하지 못한다고 해도 재판 과정에서 본인의 결백을 입증하면 되는 것이다. 법원으로부터 체포동의 서가 발부된 이상 국회의원이더라도 이것을 거부할 어떠한 명분도 존재하 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이러한 대승적인 태도를 보일때만이 이번 의혹이 정치적 시비 거리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국민들도 한나라당에 대해 납득 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경실련은 이번 의혹에 대한 철저한 규명을 검찰에 재차 촉구한다. 아울 러 여ㆍ야가 당리적으로 이번 사건을 이용하지 말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 고자 한다. (2001년 1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