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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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패] 불법 정치자금 세탁행위는 반드시 규제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

  여,야는 오늘(18일) 3당 원내총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자금세탁방지법 9인 소위’ 열어 자금세탁방지법 2개 법안중 ‘범죄수익은닉규제ㆍ처벌법’의 규제대상범죄에서 정치자금은 제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보여준 여,야 정치권의 담합과 당리당략으로 인해 자금세탁관련법안의 내용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던 정치권이 국민여론에 밀려 다시 원점에서 입법논의를 하면서, 이러한 자신들만을 보호하기 위해 정치자금을 제외키로 한 것은 한마디로 어처구니 태도이다. 불법 정치자금 세탁행위 통제와 정경유착 고리의 차단이야말로 자금세탁방지법 제정을 요구해온 국민적 요구의 핵심이자 근거이다. 따라서 정치권의 이러한 담합은 용서할 수 없는 국민무시적 태도에 다름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불법 정치자금의 문제는 ‘고비용 정치’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서 다른 선진국에서도 예를 찾기 힘든 특수하고도 시급한 병리현상이다. 예를 들것도 없이 한보 철강비자금의 정치권 유입으로 인한 왜곡된 정책결정과 이로 인한 국가 경제의 파탄은 불법정치자금의 자금세탁행위를 처벌대상으로 규정해야 함을 웅변하고 있다.  

최근에도 전직 대통령들의 수천억대 ‘통치자금’의 세탁문제가 쟁점이 되는가 하면 수조원에 이르는 구권화폐에 대한 소문과 사기사건이 여론에 회자되는 등 불법정치자금 세탁행위의 사회적 심각성이 계속 확인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자금법 위반죄를 전제범죄에서 제외시키려는 여,야 정치권 주장은 97년의 정치자금법 개정의 일관성도 잃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논리 자체로도 설득력이 없다.


  97년 정치자금법 개정의 근본 취지는 대가성을 입증하기 힘든 정치자금 수수의 특수성을 고려해 영수증 등을 발급하지 아니한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강력히 처벌하자는 것으로, 정치인에 대해 형법상 뇌물죄 적용을 매우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현행 법체계의 맹점을 극복하고 부당한 금전상의 이익을 취한 정치인에 대한 처벌근거를 마련한 것이 법 개정의 의미라 할 수 있다. 요컨대 외국의 입법례 등으로 보자면 사실상 뇌물죄로 처벌되어야 마땅한 불법정치자금 수수행위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현재 정치권이 주장하는 정치자금법 위반을 단순히 경미한 절차위반으로 보는 견해는 97년 정치자금법 개정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 해석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마찬가지로 뇌물죄를 전제범죄에 포함시키면서도 정치자금법 위반을 포함시키지 않는 것은 정치인에 대한 이중기준 적용이라고 밖에 달리 해석하기 힘들다.  


  현행 「정치자금에관한법률」은 정치인의 정치자금 조성과 운용과정을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장치로선 미흡하다. 대부분의 권력형 부정부패사건이나 정치자금 관련 수사가 자금세탁에 의해 난항에 부딪혔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정치자금법 위반을 자금세탁방지 규제대상에서 제외시킨다면 자금세탁 규제법 제정의 의미가 없다. 


  특히 대부분의 불법적인 정치자금의 세탁은 금융기관원 종사자들의 공모와 도움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이를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반면, 범죄수익규제법은 이를 3조(범죄수익등의 은닉, 가장), 4조(범죄수익등의 수수)등으로 규제하여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자금세탁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의 비자금임을 알고 정치자금을 수수한 정치인이 이를 금융기관 종사원에게 맡겨 종잣돈으로 하여 돈을 크게 불리면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30조3항에 따라 ‘가액’만을 몰수하게 되는데 반해 범죄수익규제법 8조 2호에 따르면 모두 몰수 할 수 있는 등 몰수의 범위도 다르게 규정되어 있어 특정범죄수익규제법에 정치자금을 포함시키는 것이 불법 정치자금 세탁을 방지하는데 효과적이다.


  아울러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은 불법 정치자금 등 부패자금 세탁행위 규제는 국제적 추세라는 것이다. 자금세탁규제법안에 대한 최근의 국제 입법동향은 그 초점이 사회에 만성화되어있는 부패구조의 척결과 개선에 맞추어져 있다. 특히 정치인, 공무원과 관련된 뇌물 수수 등을 규제하고 예방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금 세탁방지제도가 도입되는 것이 국제적 추세이다.


  따라서 여,야 정치권의 자금세탁 규제 범죄행위에서 정치자금의 제외는 자금세탁방지법제 도입 취지를 무색케하는 주장일뿐 아니라, 자신들의 불법 행위는 어떠한 제재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초법적인 주장에 다름 아니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또 다시 국민여론을 저버리는 행위를 하지 않기를 촉구한다. 불법 정치자금의 세탁행위는 반드시 자금세탁의 규제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