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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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2002대선 공약 검증 11 : 권력구조-개헌

<평가검증위원>
김상겸(동국대 법대(헌법학), 경실련 시민입법위원)
김성수(연대 법대(공법학), 경실련 시민입법위원)
남복현(호원대 법학(헌법학), 경실련 시민입법위원)
권해수(한성대 행정학과, 경실련 정부개혁위원장)

 

1. 권력구조 개편(개헌논의)

  해방 이후 한국의 대통령은 일제하의 식민통치와 신생국의 혼란한 정치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국가적 통합의 상징으로서 한국 헌정사에서 독특한 위상과 기능을 부여받아 왔다. 따라서 그간 이루어진 수 차례의 개헌에도 불구하고 항상 대통령은 헌법상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국정의 중심적 헌법기관으로서 입법부와 사법부에 비하여 우월적인 지위를 점하였다.


  그러나 헌법상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는 국민들의 정치의식과 민주화의 과정이 성숙되면서 오히려 이제는 부정과 부패 등 권력의 독점으로 인한 부정적 측면이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의 권력독점을 견제하고 효과적인 국정운영을 위하여 대통령후보와 각 당은 대통령 선거에 즈음하여 다양한 개헌안을 제시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개헌안과 논의들은 대통령의 권력행사를 효과적으로 견제하여 부정과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내용과 실체를 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대선에서의 승리를 위한 정략적이며 근시안적인 구호에 불과한 것인지 진지하게 검토해 볼 시점이 된 것이다.

(1) 각 후보의 권력구조 개편론(개헌론)의 내용

  여기서는 각 후보진영에서 제시하고 있는 헌법개정의 내용을 중심으로 판단하고자 한다.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 양자간에 정부형태를 대통령제에 두겠다는 점에서 총론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

그렇지만 각론으로 가면 양자간에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먼저 이회창 후보는 미국식의 대통령제 원형에 가까운 제도를 내세우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원래 국무총리가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소위 책임총리제 등 현행 헌법체제 내에서의 권력분산을 언급하였으나, 대선출정식 이후 우리 현실에 부합되는 권력구조로 헌법개정 논의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회창 후보의 개헌방향은 확실하지 않으나 남북관계를 염두에 두고 남북한 권력분할을 위한 통일헌법을 구상하고 있다. 그 내용은 영토조항의 수정,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권력분할을 위한 정·부통령제로 요약된다.

  이회창후보의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는 미국식의 대통령제를 그 모델로 한 것이지만 특히 개헌을 통한 부통령제는 남북한의 통일에 대비하여 남한이 대통령을, 북한이  부통령을 맡아 통일 후의 권력분할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달리 노무현 후보는 이원정부제(일종의 프랑스식의 半대통령제)에 가까운 분권형 대통령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국가원수로서 중임 가능한 임기 4년제의 직선 대통령과 대통령의 지명과 국회의 인준을 거쳐 임명되는 내각수반으로서의 국무총리를 통하여 현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극복하겠다고 내세우고 있다.

  노무현 후보는 최근 국민통합21의 정몽준 대표와 이른바 ‘분권형 대통령제”를 위한 개헌논의에 합의하고 이를 2004년 17대 총선에서 양당이 공약으로 내걸고 17대 국회가 개원하면 이를 추진한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 이러한 분권형 대통령제의 특징으로는 대통령이 국방·외교·남북관계 등 외치에 전념하고, 국무총리가 내정을 담당하는 것으로서 이른바 이원적 집정부제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현행 헌법과 같이 총리에 대한 지명권을 행사하지만 국회의 동의 없이 총리를 해임할 수 없도록 하여 총리의 존립에 대한 안정성과 독자성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2) 권력운용 자세에 대한 평가

①  이회창 후보

  현재 한나라당은 국회의석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만약 이회창 후보가 당선된다면, 비록 국회에 의한 대정부의 권력통제는 전혀 기대할 수가 없게 된다. 국회의 동의나 의결절차는 모두 형식적인 것으로 진행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에서 임명동의를 하거나 선출하는 중요 국가기관에 대해 인사청문회제도가 마련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인사청문회는 청문회대로, 표결은 표결대로 전혀 다르게 운용될 개연성이 높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 행사를 예방하기 위해 국무총리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며, 행정부처를 중심으로 법과 제도에 의한 시스템 운영을 활성화할 것”임과 아울러 “국무총리가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책임총리제)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에 있어 민주당(국회의 다수당과 합의하에 국무총리 임명, 국무총리의 각료 제청권 실질화, 대통령권한의 위임 및 총리의 국무회의 주재 등 총리기능을 강화함)보다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다. 또한 필연적으로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에 우호적인 인사가 총리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라 그 방안 조차 유명무실한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② 노무현 후보

  현재 민주당은 국회의 소수파이다. 그에 따라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국회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한 한나라당의 협조가 없이는 원만한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국무총리조차도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자신의 의지대로 선임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두 차례 국무총리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상황에서 입증된 바다.


  게다가 국무총리를 한나라당과 타협하여 간신히 임명하였다 할지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국무총리가 실질적인 제청권을 행사하려 할 경우, 이는 현행헌법상 가능하다고 보여지는데, 필연적으로 행정부장악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우리 헌법 제107조 제1항과 제111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위헌법률심판제청권이 법원에 속한 것이지 결정권을 가진 헌법재판소에 속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면, 제청권문제가 아직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드러날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민주당은 국회의 다수당과 합의하에 국무총리 임명, 국무총리의 각료 제청권 실질화, 대통령권한의 위임 및 총리의 국무회의 주재 등 총리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이원정부제적 요소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또 책임총리제를 실천하고, 각 부 장관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등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책임행정을 구현하며, 유명무실한 총리의 각부 통할권과 국무위원 제청권. 해임건의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한다.이는 국회 소수파의 한계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으며, 한나라당보다는 구체적인 국가권력의 운용방향을 적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가전략과 국정개혁, 국민통합 과제에 집중하고  총리는  내각관리의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역할분담을 제시하고 있지만, 갈등과 대립의 관계가 노정될 경우 국정혼란에 이를 개연성이 크다고 본다. 이에 대한 대책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③ 소 결

  우리 헌법은 제8조에 정권획득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 정당에 관해 규정하면서도 그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권력구조상 병리적인 현상을 그대로 방임하고 있다고 본다. 즉 여대야소일 경우 지나친 권력집중이, 여소야대일 경우 행정부의 무기력화가 초래될 수 있다. 이회창 후보가 당선될 경우 전자가, 노무현후보가 될 경우 후자가 발생할 개연성이 아주 높다.

  바로 이러한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아울러 그에 상응한 대책을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은 적극적으로 이번 대선의 공약에 반영함이 올바른 것이다.

  민주당의 경우 비교적 이를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경우 정작 ‘제왕적 권력’행사를 예방한다고 주장은 하지만, 만약 이회창 후보가 당선될 경우 그렇게 운용될 공산이 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권력분산에 관한 대책을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보여진다.

(3) 권력구조 개편론에 대한 평가

① 긍정적인 요소들

  각 정당과 후보들이 제시하고 있는 개헌논의에서는 일단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한 대통령의 권력독점과 이를 통한 부작용을 막아보겠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이회창 후보는 미국식의 대통령중임제를 통하여 단임제로 인한 임기말의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고 다시 한번 대통령의 신임을 묻도록 함으로써 그의 독선과 권력남용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여 대통령의 헌법적 책임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통일 후를 대비하여 북한 측에서 부통령을 맡도록 함으로서 통일 이후의 남북한 사회통합과 대통령의 권력분할이라는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도 있다.


  이에 비하여 노무현 후보의 개헌론은 대통령의 독선과 권력행사를 견제하겠다는 점에서 보다 구체적이다. 특히 개헌을 통하여 총리의 권한과 위상을 강화함으로써 프랑스식의 ‘행정부 내의 권력분립”을 모델로 하여 제왕적 대통령제의 페단을 막아보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대선후보들이 제시하는 개헌논의의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개헌안은 다음과 같은 결정적인 흠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 대선후보들의 개헌논의는 대통령중임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개괄적이고 총론적인 수준의 제안이라는 점에서 그 구체적인 내용이나 실체가 제대로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② 이회창 후보의 개헌논의에는 구체적인 내용과 실체가 모호하다

  이회창 후보의 헌법개정에 대한 구상은 원론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판단의 어려움은 있다. 헌법개정을 통하여 권력분할을 위한 정·부통령제로 가겠다는 것은 대통령제의 관점에서 볼 때 헌법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대통령제 4년 중임제 문제는 헌정사적 관점에서 국민여론과 관련 선호를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 다음 영토조항의 개정문제는 영토가 국가의 구성요소라는 점에서 현 상황에서는 거론하기 어렵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면 우선 이회창 후보의 경우 대통령중임제는 현행 헌법상의 단임제에 비하여 어떠한 이유 때문에 대통령의 비대한 권력행사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인지 전혀 언급이 없다. “대통령의 헌법적 책임을 제고하기 위하여 중임제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두 번째 임기말에 똑 같이 제기될 수 있는 대통령의 권력누수현상을 방지하고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국민들에게 제시되어야 한다.


  이회창 후보가 제시하는 중임제라는 것은 미국처럼 대립하는 양당이 명확하여 대통령의 중간평가가 곧 집권여당에 대한 평가로 이해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국회의원이 철새처럼 당적을 바꾸고 정당의 생성과 소멸이 빈번한 현정치 상황에서는 책임정치 구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지 않고 중임제를 도입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이다.  그러한 방안과 정책이 없는 중임제 제안은 “책임지지 않고 부패한 대통령”의 임기만 연장시키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이와 더불어 이회창 후보의 개헌론은 남북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해 보일 수도 있으나 통일 후의 권력분할을 위하여 정·부통령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논리적 근거도 미약하고 또한 현실성도 부족하다. 오히려 통일 후에 부통령이 필요하다면 그는 대통령의 권력을 나누어 갖는 역할보다는 남북한의 사회통합과 각종의 현안을 처리하기 위하여 더욱 성실하게 대통령을 보좌할 의무를 갖게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통일 후의 부통령이 북한의 대표성을 갖고 북한을 관할할 수 있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이러한 개헌안은 남북관계에서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이후보의 “이미지탈색”을 바라고 민주당과 노무현 후보에게 내어준 개헌논의의 주도권을 만회하여 보겠다는 즉흥적인 제안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오히려 이회창 후보는 개헌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봄이 정확한 것이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일부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그것은 통일헌법에 관한 논의에 지나지 않고, 통일의 문제는 북한이라는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북관계에 대해 상대적으로 엄격한 자세를 취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정녕 개헌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흡수통일을 전제로 하지 않고는 그 구상을 실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승리한다면, 현재 한나라당이 국회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록 당총재와 대통령이 분리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현직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적지 않을 것임에 따라, 대통령을 수반으로 한 행정부와 한나라당에 의해 장악된 국회 사이에서 권력통합이 이루어지지, 권력분산이나 권력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질 개연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흔히 이야기하는 ‘제왕적 대통령’이 등장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바로 이에 대한 대책을 이후보는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③ 노무현 후보의 분권형 대통령제는 정부의 국정운영을 경색 시킬 수 있다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국정운영을 분담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 안에서 대통령은 통일·외교·국방·안보 등을 주로 담당하고 헌법기관 구성원의 임명권, 국가긴급권과 사면권 등을 갖고, 국무총리는 경제·치안·복지 등과 검찰권·조세권·금융감독권 등을 갖고 내치에 관한 권한을 행사함으로서 현 대통령제의 문제점인 제왕적 권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이 안의 특징은 대통령에게 내각의 건의를 전제로 한 국회해산권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프랑스의 半대통령제와 유사하지만 차이점도 있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내각의 총리는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자로서 정당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나, 노무현 후보가 제시하는 개헌론에서는 국무총리가 갖는 권한에 비하여 그것을 뒷받침하는 정당성은 미약하다. 그리고 대통령제는 특히 엄격한 권력분립을 기초로 형성된 정부형태이다. 그동안 우리 헌법현실에서 너무나 파행적으로 제도가 운영되었지만, 제도 자체는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큰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는 그 자체 이미 헌법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노무현 후보가 제시하고 있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대통령의 권력남용과 독선를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지만 과연 한국의 정치풍토에서 대통령과 총리간에 이러한 권력분할이 무리 없이 진행되어 효율적인 국정의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에 대하여는 회의적이다.


  우선 외교와 군사 등 외치와 통상적인 내정이 확실하게 구분될 수 있는 것인지 불명확하다. 예를 들어 미국이 이라크에 대하여 전쟁수행을 위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 이는 표면적으로 외교나 군사에 대한 문제로 보일지 모르나 그것이 경제나 테러방지를 위한 국내치안에 미치는 영향도 심대하다. 만약 대통령과 국회의 다수세력의 지지를 받는 총리의 의견이 대립할 경우 국정운영에 심각한 장애요인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을 의식한다면 차라리 모든 국정의 운영을 총리가 주도하는 내각제개헌이 보다 솔직하고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렇게 본다면 분권형 대통령제를 위한 논의의 핵심은 “대통령의 권한은 제한할 수 있되 결코 박탈할 수 없다”는 원칙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제왕적 대통령을 극복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분권형 대통령제가 자칫 대통령에 대한 권력견제장치라기 보다는 정부의 국정운영을 경색시키는 위험한 제도로 변질될 가능성은 없는지 보다 진지하고 다양한 검토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권력은 무조권 분배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적절한 분배와 통합을 통해서 효율적이고 책임있는 통치권행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제도의 도입이 곧 문제해결이라는 선입관을 버리고 한국 헌정사의 경험을 토대로 이루어진 정치의식과 민주화의 성숙을 반영하여 정치풍토와 국민들의 헌법의지를 투영해 낼수 있는 헌법이 필요하다.


  이상의 각론의 내용에서 차이를 보이고는 있지만 개헌문제에 있어서 그 주도적 입장에 있는 국민의 의사가 무엇이고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조사 없이 정략적인 목적에 의하여 개헌논의가 전개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길이 없다.  더욱이 현행헌법을 운용함에 있어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어떻게 문제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없이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구호만을 가지고 논의를 진전시킨다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다.  그만큼 정치권의 개헌논의는 진부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2. 청와대 기능조정

(1) 내 용

  그동안 대통령의 의사결정이 헌법기관에 의하여 정식적으로 행해졌다기보다는 대통령 비서실 등에 의하여 비정식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이 있었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하여 양 후보는 대통령 비서실의 기능과 역할, 규모를 축소 내지 재조정하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먼저 이회창 후보는 대통령 비서실을 보좌 역할만 담당하는 본래 기능으로 환원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나아가 대통령의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옮겨 상징적인 조치까지도 강구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 비서실의 규모는 현행을 유지하되 역할과 기능을 재조정하고 비선장치를 제거하는 등 개편을 통하여 국가경영전략의 기획과 주요 현안에 대하여 조정기능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2) 평가

  청와대 기능조정에 대해 두 후보는 구체적인 개선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원론적인 내용을 제시한 것에 불과하다.

  이회창 후보의 공약은 대통령의 의사결정 체제가 대통령비서실에 상당히 좌우되는 현실을 개선하여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권한을 부여받고 있는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등을 중심으로 분권적 체제로 가야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청와대가 갖는 상징성에 비추어 대통령의 집무실을 옮기겠다는 구상은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 국무총리 그리고 각 부 장관들간의 분권화체제 구축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좌적 지위에 있는 대통령 비서실의 규모와 직급, 그리고 역할에 대한 구체적 개선방안(규모축소, 직급하향과 역할재조정의 문제)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집권후 즉시 실천하기 어렵고, 선언적 의미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의 문제는 그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국정운영의 내용이 바뀌지 않는 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비서실의 규모나 체제는 현재와 같이 유지하면서 기능을 재조정함으로써 기능은 살리면서 권부의 폐해만 개혁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그 동안 경험으로 미루어 그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한지 의문이다. 대통령 비서실이 국가경영전략의 기획기능을 수행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주요 현안에 대한 조정기능 부여는 대통령 비서실이 그 동안 월권적 행위를 해온 중요한 토대가 되어왔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조정기능은 국무회의 등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

 

3. 총 평

  우리 나라에 있어 대통령에 대한 권력집중현상은 제도의 문제이기이전에 사람의 문제이다. 권력분립적 지위에 있는 입법부와 사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권력분산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1) 권력분립원칙 하에서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다.

  권력분립의 원칙은 국가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면 안된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다. 우리 헌법 역시 권력분립원칙을 구조상 천명하고 있다. 국가권력구조에서 보면 국가원수로서의 대통령의 권한은 다분히 형식적인 것이고,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권한이 그 중심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권한이 무소불위하거나 영도적인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만약 그런 점에서 본다면 어느 국가의 어떤 헌법도 그 결함이나 흠을 호소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차피 불완전한 인간이 만든 제도가 완전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회창 후보의 정·부통령제로 전환하는 주장은 일응 대통령의 원형을 통하여 대통령제의 장점을 가능한 한 살려보자는 점에서 수용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현행 헌법에서 임기 5년의 단임 대통령제를 채택하였던 이유는 우리 헌정사에서 기인하는 것이고 그런 헌법현실을 무시하기란 어렵다는 점에서 너무 이상론에 흐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노무현 후보가 제시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글자 그대로 대통령의 권한을 책임 있는 국무총리에게 분산함으로서 권력집중형 대통령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단순한 관점에서 본다면 일응 수긍할 만한 요소가 있으나, 국민으로부터 선출되지 못한 국무총리가 그 책임을 갖고 행해야 하는 권한의 정당성을 어디로부터 찾을 수 있는지 그 해답이 없다. 현 국무총리의 경우 대통령의 궐위시 국무총리가 대행하도록 되어 있으나, 여기서도 행정부의 수반으로서가 아니라 국가원수로서 대행한다면 그 정당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현행 헌법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면 이점을 좀 더 노무현 후보 개헌론에서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2) 개헌의 논의는 국민의 의사로

  각 후보진영에서 나오는 국가권력구조의 개편에는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는 권한을 분산시키자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보여진다. 이는 대통령의 국가원수라는 헌법상의 지위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력분립의 원칙에 의하여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다. 정부형태가 대통령제라고 하여 대통령이 헌법에서 주어진 권한을 정당한 사유 없이 행사할 수는 없다. 헌법의 명문규정에 의하여 국가기관에 주어진 권한은 표현상 권한일 뿐, 실제로는 국민에 대한 의무이다. 대통령 역시 선출된 국가공무원으로 전체 국민의 봉사자일 뿐이다.


  헌법개정의 주체는 국민이고 결코 대통령이나 국회 등 국가기관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 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개헌논의는 다분히 정략적이고 의도적이다. 물론 헌법개정에 대한 논의가 금지된 사항이 아니고, 헌법 역시 규범으로서 시대의 변천에 따라 변화되어야 된다면 헌법개정 또한 당연한 이 시대의 주제이다. 그러나 당리당략 또는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의하여 전개되는 개헌논의는 국민을 도외시하는 처사이다.


  개헌은 헌법을 바꾸는 일이다. 헌법을 바꾼다는 것은 대한민국 통치질서의 근본을 바꾼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어떠한 주제와 대상이 되었든 개헌을 함에 있어서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적 동의와 지지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각 당의 대선후보들은 자신들이 제시하는 개헌의 내용, 방법, 시기 등이 국민적 합의와 동의를 받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자신이 제안한 개헌안에 대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개헌안의 정당성과 실현가능성에 대한 검증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 특히 개헌안의 논의의 출발점이자 궁극적인 목표가 한국헌정사에서 고착화된 제왕적 대통령제를 불식하고 대통령의 권력행사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고자하는 것이라면 그 방안과 시기에 대하여 굳이 제한을 둘 이유가 없다. 그것은 개헌이 우리공동체의 운명을 장기적인 차원에서 결정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백년대계”에 해당하는 중차대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대선후보들은 국민이 개헌의 필요성에 대하여 공감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이제 그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그 중심에 놓일 수 있도록 그들의 공약을 재조정하여야 한다. 이제 차기대통령은 정치의 중심을 행정부와 청와대로부터 국회로   돌려주어야 한다. 대통령이 여당의 총재로서 국회를 장악하려는 구태적인 정치를 청산하고 국회로 하여금 헌법상 보장된 대행정부 견제권을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조정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은 현재의 헌법에 규정된 국회 등 다른 헌법기관의 헌법적 기능과 권한이 제대로 행사될 수 있는 守憲의 의지를 구현하는 것이 개헌의 방법보다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는 것이다.


  물론 대선에서 개헌논의가 하나의 이슈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정치적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헌법개정에 관한 논의는 국민에 의하여 즉 시민단체 등 영향력을 가진 비정부조직에 의하여 시작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더구나 오늘날과 같이 참여민주주의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리고 개헌논의가 이왕 전개된다면 헌법의 주축인 기본권 부분부터 시작하여 헌법 전반에 걸쳐 좀 더 체계적으로 다루어져야 하며 내용적으로 정치화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국가권력구조에 대한 개헌논의는 기본권과의 관계 속에서 전개되어야 한다. 특히 권력분산형 대통령제 개헌논의는 법리적으로 현실적으로 좀 더 신중하게 논의되어야 할 사항이고 대선용이 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