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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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평화] 20021209_2002대선 공약 검증 14 : 대미정책
2002.12.09
3,791

 

정책검증팀
송병록(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교수, 경실련 정치개혁위원장)
고유환(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경실련 통일협회 정책위원)
권영준(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경실련 정책협의회 의장)

 

여중생 사망사건 SOFA개정에 대한 입장표

현 안

이 회 창

노 무 현

여중생

사망사건

-미국 부시대통령의 정중한 직접사

 

과,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SOFA의 불평등 조항개정(질의서

 

답변)

-부시대통령의 직접적인 사과표명

 

필요. 정부도 시위대를 강제진압

 

거나 미온대처할 것이 아니라 앞장

 

서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질의서 답변)

한미주둔군지위 협정

(SOFA) 개정

-집권과 동시에 미국과의 SOFA개

 

정 재협상 추진(질의서답변)

 

-21세기 한·미관계를 평등한 관계,

 

상호이익을 고려한 관계, 불편이 없

 

는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SOFA

 

규정 개선 등 한·미협력방안증진(공

 

약집)

 

-노근리 매향리 SOFA개정협정문

 

제 등을 반미감정과 연동하거나 주

 

한미군철수 근거로 삼으려는 주장

 

은 옳지 않다

 

(2000.8.9기자회견)

-재판관할권 등을 포함한 SOFA개

 

정이 필요하면 그 수준은 최소한

 

국과 일본, 미국과 나토가 맺은 수

 

준이 돼야 한다. 재판권과 관련된

 

22조가 개정대상임(질의서 답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사과가 있어

 

야 한다. SOFA와 관련된 재판권

 

문제는 일본이나 독일과 유사한 수

 

준으로 개정되어야 한다(12.4 외신

 

기자간담회)

 

-SOFA문제와 한·미관계가 잘못된

 

것은 우리 외교가 일방적으로 미국

 

을 추종하고 비판없는 외교를 펼쳤

 

기 때문(12.3TV토론)

 

 1. 총 평

 

현재 지구상의 어느 국가도 미국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북한이나 이라크처럼 미국의 일방주의(unilateralism)적인 대외정책을 비판하고 양자주의적 또는 다자주의적 정책결정을 요구하는 국가들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입장은 최근 불거진 미군장갑차에 의한 두 여중생 사망사건을 계기로 한국내에서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그 동안 미국에 대한 한국의 정서는 해방 이후 한국을 원조해 주었고, 한국전쟁을 통해 공산화를 막아주었기 때문에 미국은 ‘수호천사’이고, 무조건 감사해야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었다. 미국을 의심하고 미국의 정책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것은 ‘빨갱이들’이나 하는 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미군장갑차에 의한 신효순 심미선양 압사사건을 계기로 ‘반미’ 정서가 거의 일반화될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미국식’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은 ‘정이나 의리’보다 ‘실리’를 중시하고, 미국도 우리에게 생명과 재산상의 심대한 손해를 끼치면 배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대통령 선거라는 ‘사생결단’의 정치행사를 앞둔 정치권도 이러한 분위기를 외면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나 노무현 후보나 모두 한미관계는 수평적 관계가 되어야 하고, SOFA도 개정되어야 하며,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해서는 두 후보 공히 미국 대통령의 직접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두 후보는 미국은 맹방이라는 데에 동의하고 ‘반미’까지는 나가지 않고 있다.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양 진영의 대미정책에 있어서 큰 차이는 발견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의 주의주장만 가지고 전망한다면 향후 누가 집권하든 대미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심의 초점이 되는 한반도를 안정과 평화를 위한 대미정책에 있어서도 두 후보간 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쟁점이 되는 기타 한미 현안문제와 관련해서 두 후보 모두 대선을 의식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어 차별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미통상정책과 관련해서 두 후보는 ‘외교통상부의 통상협상능력의 향상을 통한 통상 압력에의 효율적 대처(이회창 후보)’와 ‘통상외교의 강화 등 국익 중심의 실리외교를 통한 국제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주한미군주둔과 관련해서 두 후보는 모두 ‘동북아 세력균형자로서의 주한미군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이 주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정부 여중생 압사사건과 관련해서는 두 후보 모두 부시 대통령의 직접사과를 요구했다. 그리고 두 후보 모두 SOFA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덕수궁터 미대사관 아파트 신축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두 후보의 외형적 정책의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보면 정책기조의 강조점에서는 미세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이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즉, 이회창 후보는 한미공조에 무게를 두고 한미 군사동맹관계 발전 등 ‘안보’를 강조하고 있고, 노무현 후보는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미국도 노력해야 한다고 하면서 민족공조에 비중을 두면서 ‘평화’에 비중을 두고 있는 듯하다.

 

아울러 미국에 대한 인식과 태도 역시 약간의 차이가 존재하는 듯 하다.

 

올 초 미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쇼트랙 500m 종목에서 김동성 선수가 금메달을 빼앗긴 사건, 부시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 부시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악의 축’ 발언, 의정부 여중생 압사사건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반미기류와 관련해서, 최근에 다소 다른 경향을 보이긴 하지만 이회창 후보는 ‘반미감정은 지극히 일부의 감정 표현이다(1. 26 뉴욕기자간담회)’라는 다소 안일한 상황인식을 한 반면, 노무현 후보는 일방적으로 미국을 추종하는 비판 없는 우리 외교를 비판하면서 ‘미국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두 후보간 정책의 차이가 크게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발언을 통해 드러난 대미 인식과 태도를 보면 이회창 후보의 경우 ‘전통적 한미관계의 현상유지형’에 가깝고, 노무현 후보의 경우 ‘대등적 관계로의 변화 모색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2. 대미관

 

두 후보는 이구동성으로 미국은 맹방이고, 한반도 안보를 위해 필수불가결하다고 주장한다. 이회창 후보는 미국을 “우방이다”라고 했고, 노무현 후보는 “한국 안보에 불가결한 동맹국”이라고 했다. 두 후보는 한미동맹이 우리 ‘경제와 사회를 일으켜 세운 토대(이회창 후보)’로서 ‘한국이 고도경제성장을 하는데 중요한 안보환경을 제공(노무현 후보)’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다만 향후 한미관계는 ‘수평적 관계’가 되어야 한다는 데 양측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 모두 한미관계는 ‘상호 수평적 협력관계(이회창 후보)’ 또는 ‘수평적이고 균형적인 동맹관계(노무현 후보)’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전통적인 한미우호관계를 바탕으로 국익우선외교, 실리외교’를 추진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 비해, 노무현 후보는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지키는 당당하고 자주적인 외교’를 펼칠 것을 주장하면서 ‘한미관계에 대해 낡은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두 후보에 대해 아쉬운 점은 어떻게 한미간의 엄청난 힘의 차이를 극복하고 수평적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구호적 주장만 있을 뿐이다. 수평적 관계는 말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고, 구체적 실행전략과 미국에 대한 설득논리가 필요하나 두 후보에게는 이러한 세부적인 방책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후보들의 대미 설득 논리개발이 필요할 듯 싶다. 예를 들어 미국문화인 ‘성인독립론’을 도입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국이 어렸을 때는 미국이 ‘양부모’처럼 도움을 주었으나 이제 성인이 되었으므로 독립된 개별국가로 대해달라는 논리이다. 다만 양부모 자식관계이므로 ‘혈연적 유대’는 지속하자는 것이다.

 

 

 3. 대미외교

 

현재로서 한미동맹은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정치가 철저히 힘에 의해 움직여지고, 국가이익을 위해서는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논리는 한미관계에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 동안 한미공조는 미국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에 불과했다는 냉소가 퍼져있는 상황에서 차기 대통령이 과연 미국에게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가 관심이다. 특히 현재 한반도 안보 문제와 관련하여 ‘북한핵문제’가 첨예한 관심사로 등장해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미국은 반테러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차원에서 북한을 ‘악의 축’을 이루는 한나라로 규정하고 대북 압박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에게 있어 ‘북한문제’는 민족내부문제로서 전통적인 한미공조와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의 민족공조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에 처해있다. 따라서 새 대통령은 남남갈등을 잘 수습해나가면서 남북화해 진전에 따른 민족공조와 한미공조 사이의 조화점을 찾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선으로 구성될 새로운 정부는 한반도를 둘러싼 기존 질서의 유지냐 아니면 새로운 질서 창출이냐를 결정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현재까지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고는 하지만 만일 이라크문제가 무력으로 해결되고, 이 과정에서 ‘또 다른 테러’가 발생한다면 미국의 대북 압박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 시기는 물론 차기 대통령이 집권하는 2003년이 될 것이다. 차기 대통령은 과연 북한 핵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이를 위해 미국과 어떤 선까지 공조해 갈 것인가?

 

또한 새 정부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전통적인 한미동맹(한미공조)에서 남북화해·협력(남북공조)으로 비중이 옮겨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날 수 있는 한미갈등과 반미주의 확산을 잘 수습해 나가야 하는 과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한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국제공조에서 민족공조로 비중이 옮겨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한미간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데 새 정부는 양립하기 어려운 ‘국제공조’와 ‘민족공조’를 상호보완적으로 잘 조화시켜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과제를 풀기 위해서 이회창 후보는 ‘남북당사자 원칙과 미북관계 개선의 병행,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미·중·러·일 간의 6자 회담’을 주장하고, 노무현 후보는 ‘공고한 한·미 안보협력체제를 유지하고 자주적 군사외교로 다자간 집단안보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노 후보는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주도적으로 현안인 북한 핵문제 등 대미관계를 풀어나갈 것이며,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협력과 경제회복을 위한 국제적 지원 유도로 북한의 개혁·개방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이회창 후보는 한미공조에 무게를 두고 한미 군사동맹관계 발전 등 ‘안보’를 강조하고 있고, 노무현 후보는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미국도 노력해야 한다고 하면서 민족공조에 비중을 두면서 ‘평화’에 비중을 두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만일 현재처럼 미국이 일방주의적으로 ‘대북공격’을 주장한다면 미국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두 후보에 모두 결여되어 있다.

특히 현재 ‘안보’ 중심의 대북 강경책을 주장하고 있는 이회창 후보의 경우 북한 핵문제와 겹쳐 이러한 상황이 발생 할 경우 결과적으로 미국과 입장이 동일하기 때문에 대미ㆍ대북 설득수단의 상실로 인해 미국 일방주의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후보시절부터 미국과의 공조가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 데 여중생 압사사건에 대해 양측 모두 한국의 정서만 대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선 후에 미국과의 대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편 두 후보 모두 현재로서는 SOFA문제에 대해 즉흥적이고 정서적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이는 오직 선거만을 의식한 단기전략으로서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4. 주한미군

주한미군 문제는 정치인들에게 ‘뜨거운 감자’임에 틀림없다. 미군주둔은 안보상 필수불가결하지만 한국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중생사망 사건이 아직까지는 ‘반미시위-주한미군 철수’로까지 번지지는 않고 있지만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를 일이다.

 

현 정부는 통일 이후까지 주한미군은 필요하다고 하지만 통일이 되면 자연스럽게 주한미군 철수문제가 화두로 떠오를 것이다. 현재로서 양 진영은 모두 한반도 평화체제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안보불안기 존속되는 한 주한미군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회창 후보는 “현재와 같은 동북아의 군비경쟁과 긴장요소가 남아있는 한 세력균형자로서 미군의 역할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노무현 후보는 “동북아 평화체제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후보들은 입장은 우리의 전략목표를 고려하면 적절한 태도라고 보여진다.

미국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이익과 대조적으로 한국의 가장 우선적인 전략목표는 생존의 보장이다. 한국의 안보, 즉 생존보장의 문제가 지구상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절실한 이유는 이 문제가 분단상황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에 내재하는 본질적 도전이라는 데 있다. 한반도는 인접국가들과의 숙명적인 힘의 불균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필요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는 그 어떤 주변국의 침략행위에 대해서도 그런 행동의 손익계산이 불합리하게 되도록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의 자신의 군사력이 필요하고, 둘째는 주변국들간에 안정된 세력균형이 유지되는 것이다. 동북아 지역의 헤게모니 세력의 등장은 한국의 정치적 독립과 자주성에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아울러 한국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북한 핵무기와 같은 규제되지 않은 대량살상 무기의 확산을 방지해야 한다. 이것은 미국의 목표와 일치하지만 미국은 NPT 체제의 유지, 한국은 자체의 안보에 미치는 결과에 더욱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 에 접근 방법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본목표는 동일하므로 정책의 조정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의 역할도 한 미안보협력체제를 기본 바탕으로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주한미군이 이러한 관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설령 남북한이 평화협정에 합의하여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감소되면 주한 미군의 성격은 대북 전쟁억제에서 동북아지역 평화유지로 점차 변해갈 것이다.

그러나 후보들의 주한미군에 대한 입장의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입장은 모두 중국이나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친미’적인 태도여서 향후 중국 및 러시아와 어떻게 조율해갈 지가 주목된다.

 

또한 주목되는 점은 이회창 후보가 “한반도 및 동북아의 진정한 평화가 실현될 때 주한미군은 더 이상 필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먼 장래의 일이기는 하지만 주한미군은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뿐만 아니라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에서 존재한다는 논리와 배치되는 것이어서 미국과의 논쟁이 예상된다.

 

 

 5. 여중생 사망 사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망 여중생에 대한 애도물결은 5공화국 시절 독재타도를 외치다 사망한 대학생들을 추모하는 열기와 비슷할 정도이다. 여중생들이 ‘반미시위’를 하다 사망한 것은 아니지만 오노사건, 미국의 환경오염사건 등으로 인해 미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에 무언의 반미감정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대선 후보들도 한결같이 미국 대통령의 직접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미국 대통령의 정중한 직접사과,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소파의 불평등 조항 개정” 등을 요구하였고, 노무현 후보는 “여중생 사망 사건에 대한 미국과 정부의 초기 태도가 너무 안이하여 국민들의 감정을 격화시켰고, 문제를 더욱 증폭시켰다. 이제라도 부시 대통령의 직접적인 사과표명이 필요하다. 정부도 시위대를 강제 진압하거나 미온 대처할 것이 아니라 앞장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이회창 후보는 그 동안의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이미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판결난 사안에 대해 책임자 처벌까지 주장하고 있다. 실현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같지는 않으며,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표만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SOFA 개정요구,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 매향리 미군사격장 문제의 경우 반미적 운동으로 인식하던 것과는 전혀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신의 최근의 태도변화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노무현 후보는 한국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으나 현재의 한미관계로 보아 미국이 한국정부의 설득을 귀담아 들을 것 같지 않다. 그것은 금번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증명되었다. 따라서 정치한 설득논리 제시가 필요할 듯 싶다.

 

 

 6. SOFA 개정

 

주둔군지위협정은 해외파병국이면 어느 나라나 자국군대의 이익보호차원에서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얼마나 공정한가이다. 현재 우리의 지위협정은 미 일간, 미 나토간 지위협정 보다 불리한 것으로 되어 있다. 특히 공무상 발생한 형사재판관할권이 문제이다. 여중생사망사건과 같은 사망사건 발생 시에는 예상외의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지난 2001년 개정된 현행 SOFA는 형사관할권 분야에서 피의자 신병인도시기를 종전의 최종판결 후에서 네가지 까다로운 전제조건 하에 기소이후 시점으로 앞당겨진 것을 큰 성과로 꼽았다. 그러나 부속협정은 1심에서 무죄가 난 경우 검사가 항소할 수 없도록 한 점, 변호사도 아닌 단순한 미군관리를 수사 및 재판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한 점, 그리고 기소 후 한국 수사당국의 신문금지, 형사관할권 판단기준인 공무증명서 발급 확인 주체로 한국 법원을 완전 배제하고 미군 장성급으로 한 점과 같은 독소규정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음으로써 미군 피의자의 보호에 두터운 보호막을 쳤다.

그런데 이런 문제점이 이번 여중생 사망사건을 통해 드러남으로써 현향 SOFA가 한국의 형사사법주권을 과거 SOFA보다 더 침해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 실증된 것이다.

 

SOFA 문제와 관련하여 이회창 후보는 “집권과 동시에 미국과 소파개정 재협상 추진, 주일 미군, 주 나토미군 수준으로 개정, 재판관할권과 환경관련 불평등 조항의 우선적 개정”을 강조하였고, 노무현 후보는 “재판관할권 등을 포함한 소파의 개정이 필요하다. 그 수준은 최소한 일본, 나토가 맺은 수준은 되어야 할 것이다. 재판권과 관련된 22조가 개정의 대상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양측 모두 유사한 주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개정하느냐이다. 두 후보는 막연하게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보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여중생 사건처럼 이러한 불공정한 재판의 재발방지를 위해 초동수사를 구조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현행 SOFA의 독소조항을 근본적으로 개정하는데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최소한 사망사건에 대해서만은 한국검사와 미국의 공동조사가 필요하다.

아울러 솔직히 이번 사건도 우리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나 미국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등이 있었다면 이처럼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이런 사건 발생시 정부 책임자로서 어떤 원칙과 자세로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표명이 분명히 있어야 할 것이다.

 

 

7. 대미 통상문제

미국은 최근 대외적으로 공정무역과 상호주의를 표방하면서 주로 쌍무적이고 공세적인 일방주의(unilateralism)를 통하여 자국의 통상정책을 표현하고 있다. 즉, 미국의 통상정책은 기본적으로 다자간 무역자유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나, 다자간 무역규범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에 대해서는 보완적인 수단으로서 지역별 무역자유화를 강화하기 위하여 경제의 지역주의를 주장하며 쌍무적이고 일방주의적인 보복조치를 이용한 공격적 협상방법을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多軌道接近方式(multi-track approach)을 취하고 있다.

이는 그 동안 자유무역체제의 수호자로 자처해왔던 미국이 시간이 갈수록 성과가 확실하지 않은 다자간 협상보다는 이국간 협정이나 일방적 조치를 선호하는 경향으로 자국의 통상정책의 방향을 변화하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한미간의 통상관계는 많은 분야에서 첨예하게 대립될 것이고, 이러한 경향은 더욱 더 확산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WTO가 출범한 후의 한미통상현안을 살펴보면 양국간의 통상마찰은 오히려 전보다 더 많은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1997년 한미간 교역규모는 미 상무부 통계기준을 보면 약 480억달러에 달한다. 이러한 추세는 1996년(492.5억 달러)에 비하면 조금 감소하였으나, 전체적으로 한국의 대미무역수지적자액은 약 84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하에서도 한국은 현재 대미주요수출품목인 반도체, 철강, 합성고무제품, 자동차 등이 수퍼 301조와 덤핑규제대상으로 제소되거나 제소될 가능성이 있어 양국간의 통상마찰은 더욱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 나라로서는 이러한 양국간의 통상관계를 원만하게 관리해 나아가는 것이 선진경제로 도약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두 후보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통상부의 통상협상능력의 향상을 통한 통상 압력에의 효율적 대처(이회창 후보)’와 ‘통상외교의 강화 등 국익 중심의 실리외교를 통한 국제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와 민간부문간의 유기적 협조체제 구축과 체계적인 대외교섭 전개(이회창)와 민관역할분담 체계 구축과 민간산업 협력 강화, 산업별로 양자 및 다자협의 채널을 통해 원-원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 WTO 제소 등 국제규범 이용(노무현)을 주장하고 있다.

두 후보간 입장차이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민관 역할분담 등의 과거에 비해 전향적인 주장들이 있으나, 지금 우리의 통상정책 체계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이 두 후보 모두 보이지 않고 있으며, 우리 통상정책의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다음의 통상정책에 보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첫째로, 대미통상을 포함한 通商行政體制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 통상정책의 중요한 문제점의 하나는 우리 정부내 부처간 또는 부처 내 부서간 정책협의 및 정보교환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이로 인해 불필요한 통상마찰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정부내 부처 및 부서간에 정책의 협의와 조정기능을 개선하고 정보교환 체계도 강화해야 하겠다. 정부는 모든 정책의 수립과 집행과정에서 대외통상과의 연관관계를 사전에 검토하여 필요치 않은 통상마찰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내 통상행정체제를 개편하는 것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 외교통상부 체제로 인해 직업외교관이 통상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현실로 인해 외교현안과의 충돌시 통상업무의 능동적 대처 부족, 통상정책 조정상의 비효율성, 통상인력의 전문성 부재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독립적인 통상관련 전담부서의 신설과 함께 국제무역으로부터 발생하는 국내산업피해의 조사와 구제방안을 담당하는 무역위원회는 그 위상과 기능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 韓 美間 對話채널의 확대가 되어야 한다.

한 미간 경제관계에 있어서의 대화는 이제까지 주로 정부간 차원에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양국간 업계 및 의회 차원에서의 다양한 대화채널이 보다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기업과 업계간의 제휴 또는 연계가 있을 경우 국가간 통상마찰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음은 다른 나라의 예에서 자주 찾아 볼 수 있다. 중국과 대만의 경우 큰 규모의 대미 흑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부터의 통상압력이 그 리 심하지 않은 이유는 이들 나라의 기업들과 미국내 기업들이 이해관계로 밀접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업계간의 대화채널은 또한 상대국가의 정책, 제도, 관행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며 이는 궁극적으로 통상마찰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미국과의 대화채널을 의회, 언론계, 학계, 공익단체 등으로 확대시켜 나가야 하겠다. 미 의회는 미국의 업계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업계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 현재 이러한 미국의 의회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화노력은 매우 부족하다고 하겠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우리 국회내에 구성되어 있는 한 미 의원 외교협의회의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으며 동 협의회의 효율적인 활동과 사업을 위해 국가차원의 지원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미 의회에서 각종 통상관련 법안의 입안을 담당하는 의회 입법보좌관들과 상 하원의 무역관련 위원회의 전문위원들을 상대로 한 대화채널 구축과 홍보노력도 한층 더 강화되어야 하겠다.

 

 8. 미 대사관 아파트 신축문제

 

덕수궁 옆에 지으려는 미 대사관 신청사(15층)와 직원용 아파트(8충, 54가구)가 논란이 되고 있다. “문화주권 침해”라는 시민들의 반발에 미국측은 “국제법상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맞서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이회창, 노무현 두 후보 모두 ‘덕수궁터 아파트 건립반대, 대체부지를 통한 해결방안 모색’을 주장하여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옛 덕수궁터에 미 대사관 청사와 아파트를 짓는 문제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지닌다.

첫째로, 덕수궁이라는 문화재 시설보호 구역에 고층 거물이 서는 것이 적정한가의 문제이다. 가깝게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덕수궁은 완전히 빌딩에 포위되는 셈이어서 시야를 막는 것은 물론 미관을 해치게 된다.

 

다음으로 미 대사관이 들어설 터는 예 덕수궁 터이면서, 조선시대 역대 왕들의 영정을 모셔둔 선원전(璿源殿)이 있었기 때문에 유물이 묵혀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문화재 파괴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끝으로, 미 대사관측이 현재 설계대로 공사를 하려면 관련 법개정이 불가피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을 허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주차장법(15층 건물의 경우 5백29대의 주차면적 확보 규정, 미 대사관측은 주차 수요가 1백60여대에 불과하다며 업무시설이 아닌 기타시설로 분류해 줄 것을 요청), 주택건설촉진법(20이상의 공동주택을 지을 경우 지자체로부터 사업승인 받아야 하며 또한 어린이 놀이터와 상가, 노인정 등 부대시설도 갖추어야 함. 당연히 미 대사관 측은 절차 생략요구), 아울러 문화재법(44조의 발굴의 제한 조항, 문화재위원회가 궁터를 팔 경우 ‘건축불가’ 결정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서울시 조례(문화재 보호구역의 건물높이와 거리 보호범위 규정)의 근거조항을 무시해야만 건물신축이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두 후보들이 건물신축을 반대하고 대체부지 제시를 통해 문제해결을 바라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며, 적절한 태도이다.

 

그러나 한가지 지적할 점은 문제가 이렇게 꼬이게 된데는 과거 우리정부가 1980년대 옛 경기여고 교정을 미대사관 부지로 제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단견과 무책임에 근본원인이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86년 서울시와 미 대사관은 양해각서를 체결한데 이어 90년에는 ‘경기여고 터에 15층 짜리 대사관 건물을 짓는다’고 합의한 바있다. 결국 후보들의 주장처럼 정부가 미국과의 재협상 등을 통해 대사관 대체부지를 제시하고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지가 문제 해결의 관건이 되는 셈이다.

 

후보들은 이러한 문제의 복잡함을 인식하여 미국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의 설득논리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며, 설득논리와 함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점에 대한 후보들의 인식이 체계화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아울러 덕수궁 규모가 현재의 모습을 훨씬 넘어선 곳까지 이어졌던 것을 고려할 때 단순히 신축만 막는다고 해서 덕수궁 보호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일대에 이미 들어선 캐나다, 러시아 대사관 등을 포함해 정동의 특성을 살린 문화, 역사 문화지구로서의 성격을 부각할 수 있는 정동일대 종합계획을 마련하고 덕수둥 보전대책을 함께 마련하여 제시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미 대사관 문제도 이런 범주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즉 미 대사관 신축은 우리 문화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큰 원칙에 따라 함께 결정되어야 할 문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