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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특집] 코로나19발 경제 위기와 정책대응
202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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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5,6월호 – 특집. 그리고… 다시 시작(1)]

코로나19발 경제 위기와 정책대응

 

박상인 경실련 정책위원장, 서울대 교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위축되는 실물위기가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을 막기 위해서 봉쇄조치(lock-down)라는 극단적인 정책을 택한 미국의 경우에 4월 실업률이 14.7%로 치솟으면서 2,025만 명이 실직했는데, 이는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실업률이 25.6%로 정점을 찍은 이후 최고 수준이다. 초기 방역이 성공적이어서 극단적인 봉쇄조치를 취하지 않은 우리의 경우에는 사정이 나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4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한국의 고용 사정도 예상보다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4월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47.6만 명 감소한 것도 심각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올해 2월 대비 취업자가 102만 명감소했다는 점이다. 동 기간에 실업자는 12만 명 증가에 그쳤으므로, 이는 취업을 포기한 무직자가 폭증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참고로, 1997년 외환위기 발생 이후 첫 두 달 취업자 감소는 92만 명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경우에는 일시해고(layoff) 제도로 실업자로 분류되었을 일시휴직자도 4월에 148.5만 명에 달해 3월에 이어 두 달 연속 100만 명을 상회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상실은 여성, 고령자, 임시일용직, 개인서비스업과 사회서비스, 단순 노무직과 서비스직 등 취약계층에 집중되었다. 이는 코로나19의 1차적 충격이 대면 서비스업과 항공운송산업에 집중된 결과이다. 그런데 4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3% 감소한 369억 2천만 달러를 기록하고, 무역수지는 9억 5천만 달러 적자를 내면서 99개월 만에 흑자 행진을 멈췄는데, 이런 수출부진 영향이 4월에 제조업에서도 취업자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수출부진과 제조업 위기라는 코로나19의 2차적 충격이 이미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가 향후 어느 정도 확산될지는 세 가지 요인에 달려있다. 먼저, 코로나19가 이미 확산된 정도이다.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 확산은 정점을 지난 듯하나, 인도, 중남미, 아프리카 등에서는 폭발적으로 확산이 일어나고 있는 중일 수 있다. 둘째, 코로나19 대유행이 얼마나 지속될지의 문제이다. 이는 치료제나 백신 도입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과도 연관된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한 세계 각국 정부의 경제 정책과 방역 정책에 따라서 코로나19의 확산과 경제적 충격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봉쇄조치 완화로 2차 대유행의 발생 여부가 관건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의 확산과 지속에 대한 불확실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실물 경제 위축이 경제의 구조적 위기와 금융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고 취약계층의 생계를 지원하는 두 가지 정책목표를 세워야 한다. 이런 정책목표하에서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의 확산과 지속에 대한 시나리오별로 재정 여력을 고려한 단계별 대응계획(contingency plan)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정책목표와 대응계획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지금까지의 정부 대책은 상당히 미흡하다. 정부는 1차와 2차 추경으로 이미 24조 원 정도의 재정을 투입했고, 100조 원 이상의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더해 40조 원의 기간산업 안정기금, 35조 원의 추가 금융지원, 36조 원의 무역금융 그리고 10조 원 상당의 긴급고용 안정대책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재정·금융 지원정책은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고, 고용보험에 가입된 좋은 일자리 노동자 위주이다. 경제적 충격을 1차적으로 받아 생계가 불확실해진 취약계층과 취약업종에 대한 충분한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 대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의 구체적 지침도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는데, 과거 산업은행주도의 구조조정 실패를 답습할 우려가 여전하다.

취약계층과 취약업종에 대한 지원대책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최근 정부가 소상공인에 대한 긴급경영자금 신규 지원 규모를 12조 원에서 26.4조 원으로 확대한다고 했으나, 여전히 지원대상의 5% 미만만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3차 추경을 통해 1조 3,950억 원을 조달해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 영세사업자 등 93만 명에게 고용안정지원금을 3개월간 50만원씩 지급할 계획이라고 하나, 이들의 약 25% 정도만 지원대상이 될 뿐 아니라 일인당 지원 금액도 너무 적고 기간도 짧다. 한편 무급휴직자에 대한 지원도 3개월간 50만 원씩으로 계획하고 있으나, 실업급여나 휴업수당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또한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취업자가 1,300만 명을 넘는데, 이들에 대한 실효적인 대책은 사실상 없다.

이런 문제점을 의식해 정부가 전국민고용보험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했으나, 단계적 시행에 앞서 선행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그런데 보다 중요한 점은 전국민고용보험이 지금 당장의 문제에 대한 해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정부는, 무직자가 급증하는데도 불구하고,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의 실행을 올해 7월에서 내년 1월로 연기했다.

코로나19는 세계 무역 및 산업 지형을 바꿀 개연성이 높다.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는 미중 분쟁 격화, EU붕괴, 탈세계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성 등이 예견된다. 또한 디지털화와 불평등이 심화되고, 환경 규제가 강화되며, 전 세계적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개연성이 높아졌다. 이런 포스트 코로나19에 대응해 정부는 한국판 뉴딜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판 뉴딜은 “New Deal”이라기보다는 “Old Deal”이고, 개혁보다는 재난 자본주의적 규제 완화에 가까워 보인다.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이미 문제가 되고 있는 제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사회안전망 강화와 혁신형 경제에 적합한 정부개혁과 제도개혁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한국 경제와 사회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