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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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청계천 주변지역 재개발, 산 넘어 산

아직 보안해야할 부분이 더 많다


  저층저밀인가 고층고밀인가, 주변 상권은 현재 상태를 유지해야하는가, 아니면 새로운 첨단 IT단지가 들어 설 것인가. 보존해야할 것은 무엇이고 퇴출할 것은 무엇인가?

  새로운 신도시 개발 정책으로 나온 말이 아니다. 서울의 핵, 청계천 주변지역 재개발을 염두에 두고 불거져 나오는 쟁점에 대한 언급이다.


  지난 6월 2일, 청계천 복원 사업 분야별 토론회 그 두 번째, ‘주변지역 재개발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서울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강당에서 경실련 주최로 열렸다. 이날 사회를 맡은 권용우(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성신여대 대학원장) 교수는 “시민단체와 서울시가 의견조율이 안 맞는 상태에서 7월 1일 청계천 복원 착공을 맞을 거 같다”는 말로 토론회를 시작했다. 교통대책이나 복원방식에 비해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주변 개발에 있어서는 보다 의견적 합의를 거쳐 시행해야 한다는 권 교수의 지적이다.



“품격 있는 도시, 서울을 만들겠다”

  첫 발제자로 나선 김광중(시정개발연구원) 박사는 서울시가 준비하고 있는 기본적인 주변지역 관리방향에 대한 대략적인 계획안을 파워포인트를 활용하여 설명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서울시는 주변 재개발을 위해 작년에 먼저 초기 구상을 시작했으며, 올 초 각계 의견을 수렴하여 현재 1차 계획안을 작성한 상태로 올해 안에 계획안에 대한 보완작업과 기본집행계획을 수립할 예정에 있다고 한다.


  김 박사는 강남북이 불균형이 심화하고 도심의 정체성과 특성을 상실하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앞으로 서울을 역사도시의 품격과 문화와 경제적 다양성과 생동감이 넘치는 대한민국의 얼굴로 변모시키겠다는 큰 틀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공공투자를 확대하면서 민간투자를 유도하고 자연, 역사, 문화자원을 활용하겠다는 3대 추진 전략을 세웠다.

  세부실천사항으로 건물의 높이를 제한하여 일반지역인 경우 최고 92m이하로 제한하고 전략지역에 한해 조건부 완화할 방침이다. 또 개발밀도 관리를 위해 용적률을 지하층 영업공간 포함하여 600%로 유지할 예정에 있다. 반면 건폐율은 60%~ 80%까지 기준을 완화하여 적용할 방침으로 계획 중에 있다.


  김 박사는 또 도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현행 재개발 제도를 통해 업무공간 수요를 도심에서 흡수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자율갱신 및 수복재개발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사대문안 자율개신 지원’ 사업을 시행하여 특별조례를 제정할 방침이다. 그 대상에는 청계천주변 4개 블록(관수동, 수표동, 광장시장, 방산시장)이 포함되고 사대문안 도심에는 6개 블록(종묘주변, 종로5,6가동, 사직동, 필동, 회현동)으로 총 2000억원의 소요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총 457억원의 사업비로 청진동 수복재개발 사업을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도심산업의 고도화와 활성화를 위한 방침으로는 청계천변 2대 전략지역을 선정하여 개발에 들어갈 것임을 밝혔다. 다동과 삼각동의 총 7만 평(서린, 무교, 다동, 을지로 1,2가 구역)에 국제 비즈니스 센터를 개발하여 다동에는 호텔과 회의기능 중심지로, 삼각동은 업무기능 중심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세운상가 주변은 문화와 쇼핑, 주거 등 도심복합타운으로 개발하기 위한 구상 중에 있다.


  교통대책에 있어서도 대중교통체계로 개편을 추진하고 광화문에서 서울역을 잇는 보행자 중심의 서울시민가로를 조성함은 물론, 횡단보도를 점차 확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계천 주변지역은 천변과 내부블록을 나누어 계획적으로 관리하되 인위적이고 과도한 정비계획을 지양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큰 틀만 정해주고 개발은 민간주도가 될 것임을 밝혔다.


  김 박사는 마지막으로 이와 같이 청계천복원과 맞물려 진행될 도시기본계획을 단기(2004~2009), 중기(2010~2014), 장기(2015~2024)로 나누어 단계별로 수립 될 것임을 밝혔다.


“원칙과 절차가 중요하다”

  류중석(중앙대 도시공학/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정책부위원장)교수는 “서울시가 계획하는 것들이 별다른 공표 없이 진행이 되어 왔기 때문에 밑그림 없이 진행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그나마 오늘 주변지역 재개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밑그림을 잡고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도 세부적으로 구체적이지 못하고 미흡한 점이 많다”는 말로 두 번째 발제를 시작했다.


  우선 류 교수는 재개발에 따른 쟁점사항을 정리하면서 당장 7월 1일 착공할 만큼 도심부의 종합적인 기능재편에 대한 세부계획이 마련되었는지, 주변지역 난개발과 과밀개발 방지책은 수립됐는지, 교통대책은 충분히 수립됐는지, 상인들 대책은 마련됐는지, 주변 상인과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5가지의 의문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착공반대와 강행이라는 양분법보다 서로 동의하는 부분은 무엇인가를 먼저 확인하고 이슈화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도심제조업의 재편성에 대한 의견에서도 “지저분하고 낙후된 산업이라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 도심제조업은 나름대로 특성화하여 50년 간 형성된 산업으로 비공식부분의 노하우를 가진 싱크탱크로 봐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국가에서 장려해야 한다”며 “현재보다 훨씬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더불어 도심제조업 활성화에 뚜렷한 방안이 없을 경우 제조업 시스템의 경쟁력 약화 및 붕괴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행정수도가 이전 될 경우에 대한 문제점도 피력했다. 류 교수는 “서울시가 제시한데로 다동 일대의 국제금융지구 특화구상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국가차원에서 행정 및 업무기능의 공백을 메울 전략이 제시되어야 하지만 지금은 서울시의 입장만을 가지고 추진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 금융 및 비즈니스 산업은 이미 여의도에 형성되어 있는 상태이고 향후 국제금융 중심지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는 용산지역에 비해서도 열등한 상태”라며 도심산업의 경쟁력에도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서울시가 용적률을 상향조정하겠다는 대책에서도 류 교수는 “오히려 교통여건을 더 악화시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현재 250%인 도심부 평균 용적률이 600% 수준으로 상향 될 경우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확장이 어려운 도심간선도로가 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때문에 개발유인책으로 용적률을 상향조정하기보다 청계고가 철거로 인한 교통량 축소를 감안하면 오히려 용적률을 낮게 책정해야하며 역사와 문화 복원이라는 기본취지를 위해서라도 고밀도의 개발은 자제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고밀화 및 난개발 방지를 위한 세부계획 수립과 기존 산업과의 연관관계를 고려한 점진적 개발을 해야한다”고 류 교수는 주장했다. 지구단위계획 수립 방안도 “블록단위의 개발보다 청계천에서 가까운 곳부터 여러 블록에 걸친 가로변 도시설계의 형태로 수행하는 것이 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류 교수는 “원칙과 절차가 무시되는 경우 이해 당사자들 간의 문제해결은 더욱 멀어진다”면서 “몇 년 일찍 개발하려다 후손에 못 쓸 짓 하는 결과를 나을 수 있기 때문에 눈앞의 가시적 성과보다 백년대계를 위한 초석을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발제를 마쳤다.


“도심은 오히려 역차별 받는다”

  박성근(청계천복원추진본부) 과장은 “청계천주변지역 재개발이 무조건 고밀화만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영세상인에 대한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지 않다. 시민의 완전한 동의를 얻으면서 완벽한 대책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지속적으로 보안발전해야할 문제”라고 서울시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리고 “이번 hi seoul festival에 참가해서 청계고가도로 위를 걷는데 초라한 건물과 지붕들을 보면서 과연 이곳이 수도 서울의 다운타운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어다. 그래서 복원을 계기로 아름답게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가졌다”고 말했다. 또 “도심은 오히려 도심 외지역에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면서 기존의 서울시 계획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예측은 하고 계획을 세웠나”

  강우원(세종사이버대) 교수는 서울시의 계획에 대해 강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우선 그는 “환경이나 강북활성화에 대한 마인드가 상당부분 실질적이지 못한데다가 청계천 복원을 위해 억지로 짜 맞추어진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강 교수는 “국제금융지역계획에 대해서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행정수도이전으로 그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런 계획은 권위주의 시절 권력은 중심지역에 있어야 한다는 공식이 성립될 때나 어울리지만 지금은 분산되는 형태로 시대가 발전하고 있다”면서 “서울시가 정확한 예측을 가지고 계획을 세웠느냐”고 질타했다.


  또한 “도심제조부분은 이미 77년에 적극적으로 이전계획을 수립했으나 실패했는데 당시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문제해결 없이 그 때 방식 그대로 계획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며 서울시의 뒤돌아보지 않는 행정에 다시 한번 채찍을 가했다.


  강 교수의 직설법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건물만 물리적으로 재개발하는 것은 무리인데도 기존의 많은 계획들은 서울시가 복원의 개념보다 사업으로만 봐왔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며 “청계천을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든다면 바로 옆 종로를 걸어봐야 하는데 정말 종로거리가 걷고 싶은 거리인가”라며 전체를 바라보지 못하는 행정에 질책을 가했다.


  주민들과 공청회를 하고 상인들을 만나는 것도 서울시의 요식행위라고 강교수는 잘라 말했다. “이미 계획은 서울시가 정해놓고 실행하면서 공청회나 시민대화 같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그런 것을 무슨 통과의례쯤으로 서울시가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무란 것이다.


“순진한 생각 때문에 오히려 힘들 수도…”

  최막중(서울대 환경대학원)교수는 “주변개발은 비물리적인 측면이 어쩌면 더 중요하다”며 말의 첫마디를 땠다. 그는 “결국 주변개발의 주체는 토지소유주와 개발사업자들로 이들은 돈 되는 사업을 먼저 하겠다고 나서는 게 상책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하고, 또 토지소유주들은 용적률을 최대한 높게 잡을 생각을 하고 있다”라며 이 문제가 나중에 첨예하게 대립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했다.


  저층저밀 개발을 시사한 류 교수의 의견에도 “순진한 접근은 힘들 수 있다. 저층저밀도 좋지만 그렇게 될 경우 오히려 서울 외곽이 고층으로 개발될 염려가 있으니 어차피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를 저층저밀로 개발을 못 하도록 할거면 차라리 도심이 고층고밀로 개발되어도 무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재개발에 따른 전면철거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거꾸로 생각해 봐야할 사항이다. 할 수 있다면 전면 철거해야 가장 효과적으로 재개발을 할 수 있는 사항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강북이 강남의 베드타운화가 우려되는 만큼 강남북균형발전도 우선 고려해야 서울시가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서울시의 성곽보호 사업에 대해서도 “잘못되면 대부분의 건물들이 위법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는 제도적 통합이 우선되어야 선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중하지 못하다면 다음 세대로 넘겨야할 몫”

  황희연(충북대 도시공학) 교수는 “지금 청계천 복원을 제대로 못한다면 차라리 다음 세대로 넘겨야할 몫 아니냐”며 “중대한 사업을 너무 서두르면 오히려 망칠 경우가 있는데 합의된 시책도, 구체적인 연계체계도 아직 없는 등 실행 절차에 아쉬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주변지역 정비에 대해서는 “청계천주변이 이미 역사가 긴 시가지라서 신도시 수립계획과는 근본적으로 맥락이 다르다. 때문에 전면 철거 시행은 불가능한 얘기다”라고 목 박았다.

  그리고 “청계천 복원은 도시기본계획과 함께 가야할 사항인데 서로 따로 가고 있어 아쉽다”면서 “대책이 충분하지 못한 7월 1일 철거는 지금이라도 미뤄져야 하는 게 마땅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날 서울시 관계자들은 주변개발에 대해서는 7월 1일 시작되는 청계고가 철거보다 시간이 있는 만큼 여러 의견을 수정 보안해 나가는 작업을 꾸준히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해외의 경우 70~80% 의견수렴을 충분히 한 후 모든 사업을 실행하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별로 없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의견을 모아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로 토론회를 정리했다.


(2003.06.03)

<취재 및 정리 : 홍보팀 양세훈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