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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노무현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대한 논평

  오늘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현재 ‘취임 초 100일이 임기 말 100일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국민들의 국정운영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희망과 비젼을 제시하는데 부족한 회견이었다고 본다.


  첫째, 국민들은 현재 국정운영 난맥상의 근본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대통령이 솔직히 밝히고, 그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새로운 문화에 대한 적응 부족, 언론의 비협조적 태도 등을 언급했을 뿐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특히 대통령과 청와대 보좌진 역할에 대한 지적과 관련하여 변호성 발언만을 했을 뿐, 역할에 대한 비판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국정운영은 실험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문제점이 지적되면 국정운영 주체인 대통령ㆍ청와대 보좌진ㆍ내각의 역할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시스템을 어떻게 정상화시킬 수 있을지 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지금의 국정운영 과정을 적응기간으로 삼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대통령이 약속한 책임총리제, 내각의 국정운영 책임체제 등이 구현되지 않고 있음에도 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다.


  둘째, 국정과제에 대한 분명한 우선순위와 그 구체적 과제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은 향후에 서민생활 안정과 부동산 문제 등 경제안정, 북핵 등 한반도 평화안정 등 국정청사진을 착실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추상적인 주장이 아니라 피부로 느끼는 문제에 대한 명료한 정책내용이다.


  부동산 문제의 경우 잦은 정책변경으로 인한 예측불가능성이 정책의 실패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에 오늘 기자회견에서는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와 함께 세부적인 대안이 동시에 제시되었어야 한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우선적인 국정과제에 대해서는 최소한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여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보장해야 한다. 이럴 때만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신뢰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오늘 기자회견은 이후 국정과제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데 부족하다.


  셋째, 대통령 측근들의 의혹에 대한 안이한 태도의 문제이다. 대북송금 특검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제기하는 비리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수용, 불가피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대통령 후원회장 이기명씨 문제 등 측근들의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새로운 의혹이 있으면 제시하라’는 태도를 보여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이는 대통령의 측근들에 대해서는 온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중적인 모습으로 비춰지는 측면이 있다.

  결국, 이와 같은 태도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들이 느낄 수 있는 문제, 의혹에 대해 대통령만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는 참으로 불행한 것이다. 과거 역대 대통령의 불행 또한 현재의 노 대통령이 보이는 측근에 대한 온정적 태도와 같은 데서 기인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측근들의 문제에 대해 지금과 같은 태도를 보여서는 안되며, 보다 엄정한 자세로, 국민들의 입장에서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공적인 기구를 통한 투명한 절차를 거쳐 해결될 수 있도록 지시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지난 100일에 대한 자성적인 태도를 갖고 국정운영 비판에 대해 열린 자세를 보여야 한다. 지금의 국정혼선의 많은 부분이 대통령과 청와대, 내각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따라서 그 이유를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으며, 대통령과 청와대, 내각 스스로가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이 이런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이후 국정운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지금과 같은 혼선은 지속될 것이다.

  대통령의 답답한 심정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냉정하고 차분하게 문제의 원인을 찾아 그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참여정부의 성공은 국민 모두가 바라는 바이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국정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대통령은 자신의 주장을 앞세우고 강조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수용하는 것에서 이후 국정운영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