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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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노무현 정부 출범 100일 평가 토론회

노무현 정부, 국정운영의 비전과 전략이 없다.

– 명확하고 일관성 있는 원칙을 통한 구체적 실행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 노무현 정부 출범 100일 평가 토론회가 지난 2일 열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언론이나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역대 정권 초기에 비해 노무현 정부의 지지도가 급락하고 있으며 최근 NEIS, 화물연대, 방미외교 등에서 보듯이 국론은 계속 분열되고 있다. 경실련은 노무현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국정운영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를 지난 2일, 프란치스꼬 교육회관에서 개최했다.

  이광택 교수(경실련 상집부위원장, 국민대 법대)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의 참석자들은 청와대의 갈등 조정 시스템 구축, 청와대 기능 조속한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원칙을 지켜야

  발제에 나선 권해수 교수(경실련 정부개혁위원장, 한성대 행정학)는 “노무현 정부는 YS정부나 DJ정부 등 역대 정부 중에서 가장 민주적인 정부”라고 평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탈권위주의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권교수는 “화물연대나 NEIS 등에서 나타나듯이 조직화된 이익집단의 압력에 쉽게 굴복함으로써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는 개별사안별로 청와대 주도의 정치적 해결에 의존하고, 제도나 정책적 접근을 포기함으로써 정부가 원칙을 고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즉, 사회의 다양한 요구에 대해 원칙을 고수하지 못해 정부의 조정능력이 전혀 발휘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권교수는 “철도민영화의 지연 등 공공부문 개혁을 지연시킴으로써 개혁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현정부가 개혁이라는 담론에만 집중해 국정수행의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제시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정부의 참여’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었다. 권교수는 참여를 강조하기 위한 청와대의 민정수석, 국민참여수석, 홍보수석, 국정상황팀 등의 조직이 그 역할과 기능상의 차이가 불분명하고 참여 및 참여과정에 대한 공평한 기회가 제공되지 못하고 참여집단의 신뢰여부를 선입견에 따라 결정하고 있어 “참여정부에서의 참여는 들러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권교수는 “국민의 개혁요구, 탈권위주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기득권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는 점 등 현재 노무현 정부가 갖고 있는 기회와 강점을 살려 국정운영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면서 향후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 방안으로 명확한 비전의 설정과 중립성 확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국정운영과 책임총리제의 강화, 부처내부의 혁신관리팀 신설등의 부처간 관계 재설정 등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을 제시해야

  사회분야 토론을 맡은 이성희 연구원(한국노동연구원)은 ” ‘공정성을 높이고 사회약자를 배려한다’는 것이 현 정부의 사회정책의 방향이었지만 실제 추진과정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사회정책의 기조의 모호함,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의 부재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또한 이연구원은 정부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사회적 쟁점을 해결하는 데만 급급하는 등 수동적인 역할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연구원은 “정부가 힘의 균형, 대화와 타협의 노사관계를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화물연대, 두산중공업 등에서도 보듯이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면서 대화와 타협이 사라져버렸다”고 면서 정부의 개입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연구원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집행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이해집단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행 로드맵 제시, 분쟁 사전예방 및 조정 시스템 구축 등 분쟁해결능력 강화, 정책의 일관성 견지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경제는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 명확한 청사진 제시가 필요하다.

  경제분야 토론자로 나선 전주성 교수(이화여대 경제학)는 “개혁이란 당위론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노무현 정부의 경제개혁에 대한 선명한 비전과 전략의 제시를 요구했다. 전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개혁정책은 “손해보는 세력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정당성의 확보가 중요한데 이를 소홀히 한 채 개혁의 당위성만 강조함으로써 오히려 소모적인 이념 논쟁이나 집단 계층간의 갈등을 확산시킨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면서 “구조적인 개혁정책이건 단기적인 경기대책이건 경제전반의 정책이 입안되고 조율되는 것은 하나의 체계적인 청사진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교수는 “경제가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힘들다”면서 “경제는 정치와는 달리 하루하루가 전쟁임을 정부는 인식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전교수는 향후 국정 운영 방안에 대해 개혁의 목표와 내용에 대한 명확하고 체계적인 청사진 수립, 개혁과 안정의 동시 추구를 위한 인식과 설득, 개혁의 정당성 확보에 대한 노력 등을 제안했다. 전교수는 “위원회와 태스크포스만으로는 지금 내세우는 개혁의 내용을 실천하기 힘들다”면서 부처간의 이해 관계에 대한 조정 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와대가 대학연구소인가?


  정부 분야의 토론자로 나선 함성득 교수(고려대 대통령학)는 청와대 조직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함교수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 나타난 지지도나 국정혼란 등을 보면 취임 100일이 아닌 임기 100일을 앞둔 대통령을 보는 듯 하다”면서 이러한 문제의 원인으로 청와대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국정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함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는 조직과 예산이 역대 정부 중 가장 비대함에도 불구하고 국정조정능력은 가장 떨어진다”며 “청와대가 마치 대학 연구소를 보는 듯 토론만 하고 있어국정 현안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고 있다”고 비판했다. 함교수는 보고체계의 부재, 책임과 권한의 모호함, 전문성 있는 참모의 부재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함교수는 “청와대와 내각의 유기적 체계가 구축되지 않다보니 대통령이 나서게 되고, 대통령이 나서다 보니 책임총리, 책임장관은 없어지는 악순환이 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청와대의 조속한 개편을 주장했다.

  함교수가 제시한 청와대 개편 방향은 책임총리 부활을 위한 청와대 조직의 축소, 수석비서관의 부활, 대통령의 명확한 비전 및 구체적인 프로그램 제시 등이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의 정체는 무엇인가?

  정치분야 토론자인 신율 교수(명지대 정치학)는 햇볕정책을 계승한다는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 정책의 실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신교수는 “한미공동성명에 추가적 조치가 포함된 것이나 언론 인터뷰, 보도에서 나타난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 군사력 사용 불배제 가능성, 미국의 한국에서의 군사력 강화 방침 등의 일련의 상황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정책 추진에 있어 가장 근본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 평화의 개념이 미국식으로 변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또한 신교수는 “정부가 남북 교류협력을 북한 핵문제의 전개상황을 보아가며 추진해 나가겠다고 하면서도 5차 경추위에서는 북한과 많은 부분에 합의를 한 것을 보면 과연 정부의 정책이 병행 전략인지, 아니면 연계전략인지 매우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신교수는 “한반도 평화 문제는 생존의 문제이므로 대북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확고한 원칙과 방향 하에서 흔들림없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폭포수 밑에 앉아있는 대통령

  윤창중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노무현 대통령을 “폭포수 밑에 앉아있는 대통령”에 빗대었다. 윤위원은 “우산이나 우비도 소용 없이 비판이 몰아치고 있 상황”이라면서 “이는 노무현 대통령과 주변세력이 자초한 일”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윤위원은 “현재 정부와 언론간의 감정대립이 위험선(red-line)을 넘어서서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끊임없이 언론을 자극하면서 지금의 상황까지 온 것은 청와대가 언론의 속성과 매카니즘을 너무 모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윤위원은 “대통령 측근들의 세련되지 못하고 정제되지 못한 실언들이 언론의 보도를 더욱더 부채질 했다”고 지적했다.

  윤위원은 “청와대와 내각을 중량급 인사로 교체하는 전면 개편과 청와대 직제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과도기, 노력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

  박주현 청와대 국민참여수석은 과도기를 거쳐 본궤도에 오르기에는 100일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며 좀더 지켜봐 줄 것을 요청했다. 박수석은 “현재는 정부와 유착관계에 있었던 검찰, 국정원, 언론과의 관계 단절로 인한 냉각기”라며 “냉각기를 견디면서 이후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수석은 청와대 조직이 비전문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개혁세력에는 아마추어가 많다”면서 “그동안 당정분리 원칙에 따라 전문성 있는 중량급 정치인 등용이 배제되어온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박수석은 국정현안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국정원과의 단절에서 오는 문제점이라고 본다”면서 “청와대와 내각의 분리원칙에 따라 내각의 자율성 유지를 정립해나가는 과정 중에 있으며 국정 현안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대북대미 정책에 있어서도 박수석은 방미외교 결과는 불가피성이 존재했다면서 “참여정부의 핵심지지층이 기대했던 자주외교, 햇볕정책의 계승에 대해서는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지만 이러한 과정이 없었다”고 평하면서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과거 김대중 정부가 구축해놓은 남북간 신뢰를 바탕으로 업그레이드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수석은 참여정부에 참여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최근 국민참여마당을 통해 국민들의 정책제안을 받고 있다면서 20일만에 3천건이 넘는 제안이 쏟아져들어올 만큼 국민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토론회는 그간 100일 동안의 국정 운영의 문제점을 쏟아내고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토론회였다. 노무현 정부가 이러한 시민단체와 국민의 애정 어린 충고를 받고 남은 5년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 주목해 보자. 

(2003.06.03)

<취재 및 정리 : 홍보팀 김미영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