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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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6월 내로 청계천주변상인들과 협상 가능하다는 서울시의 의지

“대화상대로 당신들은 부족해”


  “희생이라니요? 무엇 하나 희생할 것이 없는 사람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 그것은 차라리 죽으라는 말과 같습니다.”(김종상 청계천노점상생존권사수투쟁위원회 집행위원장)


  생존을 위해서는 투쟁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투쟁조차 논외의 대상으로 생각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서울시에 김 위원장은 “청계천 주변 1,000여 개의 노점좌판이 죽을 위기에 처해 있다”며 강하게 호소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서울시 권종수 건설행정과장은 “언제까지 불법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참에 떳떳하게 먹고 살 궁리를 하는 게 더 현명한 일 아니냐”라며 불법노점상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전혀 없다는 뜻을 드러냈다.



  경실련이 주최하는 청계천 복원사업 분야별 토론회의 마지막 주제인 ‘청계천 주변 상인 및 노점상 대책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토론이 지난 6월 4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있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당장 7월 착공으로 생계가 막막해지는 주변상인과 노점상 관계자들은 서울시를 상대로 보다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며 한결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심중이다”

  “서울시에서 정책적으로 해줄 사항이 있는데 이해관계가 다양한 상인들의 요구를 다 들어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우리도 상인들을 만나면서 상가별로 어떤 요구가 있는지 확인하느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할 만큼 하고 있다.”


  서울시 최동윤 청계천복원추진본부 총괄 담당관은 주변상인 대책이 부족하다는 상인들의 지적에 지금도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말로 얘기를 꺼냈다. 그는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대체로 상인들은 영업손실 보상과 교통불편 해소, 조업공간 및 주차장 확보, 기타 개별적인 상가 민원사항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법률상 손실보상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대신 “현재 영업활동을 최대한 보장하고 상권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상인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상인대책을 위해 실시한 현장조사에 따르면 청계천주변에 62,783개의 점포가 있으며 여기 종사자만 213,462명에 달한다. 때문에 업종별, 상가별 특성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양하여 서울시도 어느 입장에서 상인대책을 세워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다. 서울시는 대체로 현지에서 계속 영업을 희망하는 업종에 대해서는 영업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상권을 활성화하는 대책과, 이주를 희망하는 업종에 대해서는 이주지원을 해주겠다는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건물철거나 영업장소 침해는 절대 없다”라는 대원칙과 함께 문정장지지구를 상가이주단지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재 9만평을 확보한 상태로 계속 추가 부지를 확보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미 지난 4월 2일 상인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50년 동안 일궈낸 상인들의 분노

  그러나 청계천 주변 상인들은 서울시의 종합대책이 “일방적인 행정편의주의적인 정책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청계천상권수호대책위원회 박종철 사무국장은 “손발이 트는 세월을 버리며 50년간 축적되어 형성된 청계천 상권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이 지금 상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사항이다”라며 “한 업종만 무너져도 연계된 업종들은 도미노현상처럼 손볼 틈 없이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미 수천만원에서 억대를 오가던 권리금마저 사라지고 매출이 급격히 감소돼 상권이 공황상태에 빠질 텐데 올챙이나 수생생물이 사는 하천을 만들지만 정작 상인들은 이런 생물들보다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거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또 “서울시가 무책임하고 성의 없는 대화로 일관하고 상인들을 이간질해 단체를 분열시키고 있으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상인대책을 충분히 상인들과 논의하고 있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며 상인들이 서울시 공무원들을 불신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부적격한 대화 상대가 있다.

  상인들은 노점상인들에 비해 그나마 여유가 있다. 앞서 말했듯 서울시는 노점상인들을 대화의 상대로 보지 않는다. 모두 불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계천노점상생존권사수투쟁위원회 김종상 집행위원장의 목소리에는 처절한 비애와 분노마저 느껴진다.


  “우리는 서울시에 공식, 비공식으로 대화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한번도 이후 어떻게 하자는 연락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우리 단체도 사무실이 있습니다. 거기에 컴퓨터도 있고, 팩스도 있고 전화도 있습니다. 저는 매일 같이 그곳에 출근해서 체크하고 있습니다. 왜냐구요? 혹시 서울시에서 대화하자는 연락이 올까 해서입니다. 그러나 한번도, 단 한번도 연락받은 적이 없습니다.”


  현재 청계천 주변에 1,000여 개에 달하는 노점좌판과 30,000여 개에 달하는 영세상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들 또한 복원과 관련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이면서 서울시민이다. 노점상인도 ‘살아야 할 권리’가 있기에 서울시가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니, 대책은 고사하더라도 우선 이들은 자신들, 노점상인들과도 대화에 임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많은 고민을 거듭해야 할 과제가 많다. 그 중 노점상에 대한 어려움도 포함된다.” 권종수 서울시 건설행정 과장의 말이다. 그러나 그의 답변에서조차 핵심은 빼놓고 있었다.


  “작년 말부터 노점상이 늘고 있습니다. 노점상은 경제상황과 맞물리는 가변적인 문제입니다. 현재 저소득계층 시책이 운영되고 있는데 노점상 문제는 여기에서 처리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해보상은 절대 없다

  이웅재 수호위 위원장은 “서울시가 준비한 대책에 눈물나도록 고맙지만 이주문제나 활성화 문제에 모두 함정이 있다”며 “서울시 눈높이에 맞추지 말고 상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보다 구체적인 지적은 경실련 박완기 국장이 했다. “이명박 시장이 상인문제를 6월 중 타협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대로 어떻게 타협이 되겠는가. 서로 상황인식이 상이한 상태에서 7월 착공은 불가능하다.” 고 말했다. 또 “착공은 7월에 하면서 이주는 2~3년 후에 한다면 그동안의 시차를 메울 방법은 무엇인가”라며 의문을 제시했다.


  손실보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해서도 박 국장은 “조금만 노력하면 될 문제라고 본다. 중앙정부와 협의해서 특별법을 만들 수도 있고, 이것조차 어렵다면 조례를 만들 수도 있다.”며 서울시가 손해보상을 위해 여러 가지로 모색해줄 것을 주문했다.


  상인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최동윤 총괄담당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우리는 상인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함께 고민했고 집회현장에서도 먼지를 마시며 함께 있지 않았는가. 서울시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그래서 묻고 싶다. 과연 우리가 상인들을 이간질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상인들이 말하는 성의 있는 대화는 무엇인가”라며 상인들이 이렇게 반발하는 이유를 이해못하겠다는 듯이 말을 했다.  최 담당관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대책협의는 그냥 협의다. ‘내용이 뭐냐, 결과가 뭐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나름대로 대화창구를 마련한 것이다. 직접 가서 얘기를 나누는 것도 대화인데 공청회를 통해서만 대화하자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대체부지를 선정하는 것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상인들이 먼저하면 우리가 도와줄 것이다.”


  박완기 국장의 특별법 언급에 대해서도 최 담당관은 “특별법을 만들면 나중에 법률체계에 큰 혼란이 올 수도 있고 사례도 없다. 조례를 만들어 보상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말로 그럴 뜻이 없음을 드러냈다.


  “6월 내로 상인들과 타협할 수 있다”며 이명박 시장이 언론에 언급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청계천복원추진본부의 의지를 그렇게 시장에게 전달했던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또, “상인대책은 서로 신뢰가 중요한데 상인들이 우리를 믿지 못한다면 어떤 대책이 나와도 믿지 못할 것이다. 대책에 대한 방향은 이미 제시했으며 잘못된 점이나 보완할 점, 현실성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며 계속 노력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이에 대해 경실련 박완기 국장이 다시 말문을 열었다. 박 국장은”서울시가 손해배상을 안 하겠다는 것은 곧 실질적으로 대책이 없다는 것과 같다”며 다시 한번 대책 없는 7월 착공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특별법이나 조례규정을 만드는 것에 대해 “경기도는 법개정 과정을 활발히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 문제는 조금 더 토의해 봐야 할 문제”라며 법개정의 여지가 있음을 알렸다.



떳떳한 직업을 가져라

  “노점상도 대화상대로 인정해달라”는 주문이 계속 들어오자 권종수 과장은 “노점상은 도로관리 측면과 사회적 측면으로 볼 수 있다”며 어렵게 말을 끄집어냈다. “노점상들은 영세상인이라 지원이 필요한 대상으로 본다. 그러나 무단점유의 문제로 법률상 충족이 안 되기 때문에 오히려 감소 대상으로 보고 있다. 노점상인들은 스스로 어떻게 인식해야 할지 자명해질 것이다.”


  서울시 입장이 이럼에도 김종상 위원장은 노점상들의 정당함을 설득하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뜻을 굽히지 않았다.

  “도로점유하고 기업형으로 노점을 하는 사람들은 단속하십시오. 우리도 그들을 노점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도 기본 방침이 있습니다. 정말 우리 같은 노점상을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를 함께 사는 이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냉담했다. “노점상은 상인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상인들은 노점상을 단속해줄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최 담당관의 말이었다.

  순간 토론회장이 술렁였다.


  방청객으로 앉아 있던 노점상 관계자는 “가슴이 아프다. 노점상 문제는 대책도 대안도 없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지금 서울시 관계자가 한 말, 상가에서 노점상을 단속해 달라고 했다는 말이 이간질이 아니고 무엇입니까?”라며 재차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최 담당관은 “의견수렴과정에서 들어온 것을 사실대로 말한 것이고 공개석상에서 나온 말이다”라고 해명했다.


  또 권 과장은 “노점은 순기능이 있기도 하지만 역기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순기능이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노점상인들은 정당한 방법으로 살아갈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말하기 어렵지만 대를 물려가며 할 직업은 아니라고 본다. 사람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다른 생업을 고민해야 한다”는 말로 노점상이라는 직업에 대해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후 이곳저곳에서 방청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서울시가 마련한다는 주차쿠폰에 대해 들어 본 적도 없다며 확인해달라는 상인, 그리고 당장 7월 14일 철거에 들어가는 청계 4, 5가 육교상가의 막막함을 토로하는 상인, 정확한 이주지가 어디냐고 질문하는 상인, 청계천복원착공을 절대 반대한다며 직접 장문의 궐기문을 쓰고 나와 한참을 읽어 내려가신 할아버지 등등 피해의식과 불안감에 휩싸인 상인들은 저마다 서울시를 상대로 하소연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김종상 위원장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우리 영세 노점상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청계천 주변에 노점상은 존재할 수 없는가”


(2003.06.05)

<취재 및 정리:홍보팀 양세훈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