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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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패] 민주당 대선자금 부분 공개에 대한 경실련 논평

  민주당이 오늘 후원금 기부자의 실명 공개 없이 대선자금의 수입과 지출, 잔여금 내역을 공개했다. 전례 없는 민주당의 이런 태도는 대선자금의 전면공개를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공개의 핵심사항인 기부자의 실명공개가 누락되어 있어 공개의 실질적 의미를 살리지 못했다고 본다.


  국민들이 정치권에 대선자금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지금까지 잘못된 정치권의 음성자금 수수관행을 이번 기회에 단절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치권 스스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전면적으로 드러내 놓고, 잘못된 관행에 책임이 있는 정치인, 기업을 포함하여 국민 모두가 자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자는 데 있다. 그리고 이런 공감대에서 정치자금 제도를 완전 혁신하여, 우리 정치를 질적으로 한 차원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국민들의 이러한 요구를 진정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가졌다면 이것저것을 고려한 제한적 공개가 아니라, 고해성사 심정으로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공개하여 국민들의 이해와 용서를 구했어야 한다. 이럴 때만이 국민들도 실정법 차원을 떠나 정치자금의 법과 관행의 괴리를 이해하고 이 문제를 생산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에 공감을 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공개는 핵심을 피한 미봉적 차원의 공개로 국민들의 이해도 구할 수 없을뿐더러, 특히 야당인 한나라당을 설득하고 견인하기는 커녕 오히려 당리당략적으로 이 문제를 접근했다는 비난을 자초하는 결과가 되었다.


  민주당은 정치자금법을 근거로 하여 기부자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법과 관행의 괴리로 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다’, ‘법과 제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정치인을 모두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는 정치권의 주장과 논리적으로 배치되는 태도이다. 법에 문제가 있어 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하면서 한편으로는 법을 근거로 기부자를 공개할 수 없음을 주장하는 것은 법에 대한 이중적 태도로 편의에 따라 자신들의 입장을 강변하는 표리부동한 태도에 다름 아닌 것이다.

  특히 기부자의 대부분인 기업 또한 과거 음성적 정치자금 관행의 한 축으로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치발전 차원에서 기업의 기부내역 공개는 한번은 거쳐야 하는 불가피한 일이다. 그래야 향후 정치자금 제도 운영에서 기업의 올바른 역할 설정이 가능할 것이다.       


  정치권 주장대로 정치자금 문제에 관한 정치권 모두가 법 위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라면, 현재 정치권에게 정말 요구되는 것은 일차적으로 자성과 진실 어린 태도이다. 진실과 자성의 태도 없는 당리적 차원의 모습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정치제도 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그리고 집권여당으로서 좀 더 높은 책임의식과 역사의식을 갖고 있다면, 마음을 비우고 결단을 통해 기부자 실명을 포함 대선자금 일체를 공개해야 한다. 민주당의 결단을 재차 촉구한다.         

2003.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