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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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주민참여 막는 주민투표법안, 실질적인 주민참여가 보장되어야

1.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중요 현안을 주민투표에 부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주민투표법안>을 마련하고 올 정기국회에 제출해 통과되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주민투표법안은 주민투표 대상과 청구주체, 청구요건, 운동방법 등에 대해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어 사실상 주민들의 참여가 불가능한 ‘껍데기법안’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15대 국회에서 논의된 법안보다 후퇴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 ‘참여정부의 주민투표법안’이라기보다는 ‘권위주의정부의 주민투표법안’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2. 주민투표제의 핵심은 지역주민들이 해당 지역현안에 대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 법안은 주민투표의 대상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어 애초부터 주민들의 참여를 막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부법안에 따르면 “당해 지방자치단체가 주민 전체의 이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공공시설에 관한 사항”과 “자치구가 아닌 구와 읍ㆍ면ㆍ동의 명칭과 구역의 변경 또는 폐치ㆍ분합에 관한 사항”, “지방자치법 제6조의 규정에 의한 사무소의 소재지 변경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명시적 규정이 없으면 주민투표를 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또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결정사항’으로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사항”이라는 불확정적 개념을 사용하여 주민투표의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 더욱이 “지방자치단체의 예산ㆍ결산 기타 재무에 관한 사항”에 대해 주민투표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이나 행정 중에서 중요사안들은 모두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결산 기타 재무”와 관련되어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이를 제외할 경우 주민투표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정부의 주민투표법안은 주민투표 대상부터 ‘성역’과 ‘예외조항’을 두는 ‘반참여적’ 법안이다.


3. 정부 법안은 국가 주요시설 설치 등 국가사무에 대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주민의견 수렴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요구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러나 그 권한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만 부여하고 있어 최근 논란이 된 ‘새만금 간척사업’과 같이 지역주민들과 밀접하게 연관된 국가정책 등에 대해 지역자치단체나 지역주민이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할 수 있는 길을 막고 있다. 따라서 국가사무에 대해서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만 지나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는 정부법안은 특권적 법안이라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또한 현재의 주민투표는 큰 구속력이 없이 ‘자문적 의미’만을 갖고있는 상황인데도 해당지역주민들의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국가사무에 대해 주민들의 능동적 참여를 배제하고 있는 것은 정부법안이 ‘빛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4. 주민투표 청구요건을 일괄적으로 해당지역주민의 5분의 1 범위 안에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게 하고 있는 것이나 지방의회가 주민투표를 청구하는 경우에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법안이 주민투표를 막는 ‘악법’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법안에 따르자면 서울, 경기 등 인구규모가 큰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는 10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만 주민투표청구를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청구요건이 어려워서야 어느 누가 주민투표를 청구 할 수 있겠는가?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는 지방의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다분히 국민투표를 어렵게 만드는 악법적 요소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이처럼 까다로운 조항을 통해 사실상 국민투표를 막는 법안이라면 굳이 정부가 지역현안에 대한 주민참여의 보장이라는 거창한 대의를 내세우며 시간과 예산을 낭비할 필요가 있겠는가? 차라리 그 법안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국민을 위해 좋을 것이다. 특히 15대 국회에 제출된 주민투표법안보다 못한 것이라면 정부는 스스로 ‘참여정부’라는 이름을 쓰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5. 야간을 이용한 호별방문 및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등 주민들의 자발적인 주민투표운동을 막는 것 역시도 문제이다. 이에 따르면 직장을 다니는 주민들이 주체가 되거나 직장을 다니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투표운동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직장인의 특성상 야간에 호별방문을 하여 설명하고 토론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감안해 본다면 이러한 행위를 일률적으로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자발적 주민참여를 막고 과도한 비용과 전시성 주민투표운동방법을 낳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6.이처럼 허울뿐인 정부의 주민투표법안이 ‘참여정부’를 자칭하는 노무현 정부에서 성안 된 것에 대해 개탄하면서 이 법안이 명실상부한 ‘주민투표법’으로 기능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사항을 밝힌다.

  

  첫째 원칙적으로 주민투표의 대상을 열거주의 방식으로 규정할 것이 아니라 모든 사항들에 대해 주민투표가 가능한 포괄적인 방식으로 규정하고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는 사항들만 예외조항을 두는 방식으로 규정해야 할 것이다.


  둘째 각종 국가사무의 실시에 있어 해당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수렴될 수 있도록 국가정책 수립에 대한 주민투표 청구권을 중앙행정기관의 장뿐만 아니라 지역자치단체와 지역주민 스스로도 자체적인 요구에 의해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주민투표를 청구할 수 있는 주민숫자를 비율의 상한선은 10분의 1로 하고 절대숫자에 의한 상한선도 설정하여 인구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정해야 할 것이고 지방의회가 주민투표를 청구하는 경우에도 재적의원 과반수의 의결로 주민투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호별방문 및 옥외집회의 야간 금지시간을 현행 선거법과 마찬가지로 오후11시에서 다음날 오전6시로 확대함으로써 활발한 주민투표운동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20세 이상의 ‘국민’으로 투표권자를 제한하고 있는 조항 역시 시대추세와 ‘주민차지’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바뀌어야 한다.


7. 정부는 스스로를 ‘참여정부’로 규정하고 집권초기부터 여러 가지 국민 참여제도를 마련할 것임을 여러차례 약속해 왔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들어선지 반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까지 정부가 내놓은 국민 참여 제도를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아니 국민참여 제도가 없다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특히 지난번에 발표한 정부의 ‘참여정부 지방분권 추진 로드맵’은 이 정책 성공여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주민참여 제도 도입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주민소환, 주민소송 등의 핵심적인 제도들이 빠진 지방분권 논의는 결국 실패로 끝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나마 이번에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민투표법안마저도 실질적으로 주민들의 참여가 불가능하도록 만들어 놓아 그 취지를 의심케 하는  ‘식물법안’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을 것이다.


  이에 우리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의 형식적인 주민투표법안 추진을 규탄하며 주민투표법으로서 최소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현행법안의 근본적인 개선을 강력히 촉구한다. 우리는 예고된 공청회와 법안제청과정에서 우리의 이 같은 주장을 적극 밝힐 것이며 정부의 개선여부를 지켜볼 것이다. 


(2003.08.08)

<문의 : 지방자치국 강지형 간사 02-771-0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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