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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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패] 이솝우화의 ‘양치는 牧童의 거짓말’이 아니길 바란다

  전경련이 또 다시 불법정치자금을 위한 비자금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하였다. 현대와 SK 그룹의 수 백억대 불법비자금 조성 사건이 터지는 상황에서 재벌들의 모임인 전경련의 이러한 결의는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결의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어렵고 그 신뢰성도 약하다. 비슷한 결의와 선언이 이미 작년 초에도 있었고, 그 이전에도 있었음을 상기한다면 오히려 최근 재벌들의 비자금 사건이 연이어 터지는 상황을 면피하기 위한 행동에 다름 아니다. 


  이전에 결의한 사항을 제대로 준수했다면 이번과 같은 대형 비자금 사건이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국민들에게 거짓말처럼 비쳐지는 과거와 똑 같은 결의를 다시 하게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재벌들의 대형 비리사건만 터지면 이러한 선언만을 반복하는 전경련의 태도는 국민적 설득력이 없다. 


  전경련의 이번 결의가 과거와 같은 거짓말이 아니고, 진심 어린 결의임을 신뢰하게 하려면 최소한 다음 몇 가지 구체적인 조치를 동시에 수반해야 한다.

  첫째, 불법정치자금 조성과 기부를 하지 않겠다면 말로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재계 스스로 실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향후 일체의 정치자금 기부는 이사회의 의결을 통해서 하고, 주총에 공식 보고하겠다는 조치와 같은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의 채택을 통해  재계 스스로 결의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이를 위반할 시에는 전경련 탈퇴를 강제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음을 국민들에게 약속해야 한다.

  둘째, 재벌 집단인 전경련이 불법정치자금을 근절하고 정치자금 투명화에 기여하는 조직으로 새롭게 출발하겠다면, 이미 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전경련 회장인 손길승 씨가 현재 SK그룹 분식회계와 비자금 조성 사건으로 범죄 피의자 신분임에도 회장직을 계속 유지한다면 전경련의 결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불법 정치자금 조성에 관련된 인사를 조직의 수장으로 앉혀 놓고, 조직에서는 그와 같은 행위를 다시 하지 않겠다고 결의하면 그 결의의 순수성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전경련은 조직의 결의에 맞게 손 회장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셋째, 전경련 이번 결의가 보다 더 신뢰를 주고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최근 증권관련집단소송제도나 공정위의 계좌추적권 등 기업에 대한 내·외부의 견제와 감시 조치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현재 집단소송제는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국회에서 표류 중에 있고, 건전한 시장질서를 지키기 위한 최소 요건의 하나인 계좌추적권은 쓸데없는 논란에 빠져 있는 상태이다. 이런 왜곡된 현상의 저변에 재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결국, 전경련의 결의에 대한 신뢰는 전경련 스스로의 뼈를 깍는 결의를 보여줄 때 가능할 것이다.
  

  불법정치자금 문제는 수요자인 정치권에 대해서 그 책임을 묻는 것도 필요하지만, 공급자인 부도덕한 기업인에 대해서도 그에 상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불법정치자금은 단순히 주는 차원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이권을 반대급부로 얻기 때문이다.   

  전경련이 불법정치자금의 공급자 입장에서 최근 재벌들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 대한 책임의식을 확고히 하기 바라며, 자신들의 이번 결의가 또 다시 이솝우화의 ‘늑대를 지키는 양치는 목동의 거짓말’이 안되게 하기 위해 그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하여 실천할 수 있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