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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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프레스센터에서는 정치개혁국민행동이 주최한 “3당 정치개혁안에 대한 검증, 평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3당 정치개혁안에 대한 토론자들의 질의, 의원들의 답변이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진행되어 의원들과 전문가들 사이의 불뿜는 공방이 오고 가 여느 토론회보다 긴장감 넘치는 토론회였다.


  한나라당에서는 김용균 의원이, 민주당에서는 박주선 의원이, 열린우리당에서는 강봉균 의원이 각각 참석해 당의 정치개혁안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토론회는 시작되었다(3당 정치개혁안은 첨부자료 참고).


“비례대표 의석 수 늘려라”라는 주문에 3당 모두 “국민 감정 들어”


  먼저 토론에 나선 김용호 교수(인하대 정외과)는 “선거구에만 관심이 있고, 비례대표(전국구)제에 대해 3당 모두 너무 소홀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교수는 “헌재의 결정으로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는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선출된다(註:헌법재판소는 현행 1인 1표에 의한 비례대표 선출방식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한 바 있다. 내년 총선에서는 비례대표제가 유지된다면 지역구 후보와 정당에 각각 한표를 던지는 1인 2표제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정당에게만 유리한 현행 비례대표제를 지역구 의원수와 거의 동등한 수로 늘려야만 현재의 지역주의 선거풍토나 국회의 모습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려야한다는 김용호 교수의 주장에 대해 “비례대표제는 직접 선거를 원칙으로 하는 우리 헌법과 맞지 않으며 이합집산이 심한 우리 정당 구조에서는 명분상으로나 논리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즉, 비례대표는 직접 선거에 의한 지역구 의원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제도일 뿐이라는 것. 박주선 의원은 “지금도 그 당의 지지에 의해 비례대표가 된 사람이 당적을 가지고 다른 당에 가서 일하고 있다”며 “이런 의원을 어떻게 국민이 직접 뽑은 국회의원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열린우리당 강봉균 의원은 “비례대표 수 증가는 원칙적으로 옳으나 일반 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해 299명 이상을 주장할 수가 없어 비례대표 의원 수 증가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면서도 “바람직하기는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수를 2:1수준 정도로 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특히 의원정수를 현행대로 273명으로 유지하면서 비례대표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한 한나라당안에 대해 김용호 교수는 “인구 편차 등을 감안해 지역구 의원수를 245석으로 늘리게 되면 비례대표가 28명 정도밖에 되지 않고, 여기에다 지역구에서 떨어진 후보를 구제하는 석패율제도까지 도입하면 비례대표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한나라당 김용균 의원은 ”인구팽창, 헌재의 결정 등으로 인해 지역구 재편이 전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므로 불가피하게 지역구 의석수를 늘릴 수 밖에 없고, 현재의 경제 형편으로 의원수를 늘리는 것은 무리가 있어 한나라당은 현행 유지하는 쪽으로 당론을 결정했다“고 답했다. 또한 김용균 의원은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언론의 비난이 쏟아졌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의원 정수 늘리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많아 현행 유지 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며 3당 간사 회의 때 299명으로 늘리는 것을 잠정적으로 합의하고 나서 당에서 자신이 매우 난처했음을 토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3당 의원, 왼쪽부터 김용균 의원, 박주선 의원, 강봉균 의원 순>


“지역구 의원수 줄이고 비례대표 늘리면 왜 안돼나?”


  김용균 의원의 이러한 답변에 대해 정진민 교수(명지대 정외과)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이고 석패율제가 도입되면 비례대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해 지역구 선거만 남게 되는데 그럴 거라면 한나라당은 차라리 비례대표를 폐지하는 전면소선구제를 주장하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정진민 교수는 비례대표제는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우리 정당 정치를 발전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비례대표가 늘어나면 정당간의 정책경쟁이 일어나고, 그것이 지역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쳐 정책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


  정진민 교수는 “왜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느냐? 선거구의 인구 하향선을 올리게 되면 의원 총수를 늘리지 않고도 비례대표를 늘릴 수 있지 않느냐?”며  공격적인 질문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김용균 의원은 “우리의 행정구역은 5천년의 역사 속에서 이어져 내려온 것이어서 시군 개념을 깰 수가 없는 상황에서 단순한 인구수만 가지고 지역구를 나누기가 어렵다”며 “자치단체의 인구평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의원은 “우리나라 정당의 현실에서는 비례대표는 사실상 당수의 주머니 속에 있기 때문에 비례대표를 너무 많이 늘리게 되면 정당이 관료화 당수의 권력이 강화된다”고 주장했다.


중대선거구제의 당선자 결정 방식을 놓고 박주선 의원과 정진민 교수간의 설전 벌어져


  민주당이 주장하는 중대선거구에서는 ‘한 선거구에서 10명을 뽑을 때 1위부터 10위까지 득표수에 따라 당선자가 결정된다’는 박주선 의원의 설명에 정교수는 “그렇게 하는 나라가 어디 있냐”고 물었다. 박의원이 “일본에서 했었고, 노르웨이, 스웨덴..”이라고 답하자 정교수는 “노르웨이, 스웨덴등 북유럽은 득표순위에 따라 1등부터 10등까지 뽑는 방식이 아니라 정당이 작성한 후보리스트를 제출하는, 사실상 비례대표가 병합된 방식이며 일본에서도 과거에 그런 방식을 썼지만 문제가 많아 폐지가 되었다”라고 응수했다. 민주당의 방식은 정당 중심의 선거가 치러지지 않고 계파중심의 선거가 되며, 소수의 득표율로도 당선이 될 수 있어 과대대표가 될 가능성이 있는 등 문제가 많다고 정교수는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의원은 “정치 제도는 장단점이 다 있어 선택의 문제이다”라며 “정교수의 말대로라면 완전 비례대표제로 가자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정교수가 그것도 한 방법이라고 답하자 박의원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찍어야지 하루살이 정당에 투표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당 현실에서 가능하냐”고 재차 반박했다. 이에 정교수는 “그렇다면 계속 하루살이 정당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냐? 비례대표제가 확대되지 않으면 정당정치가 활성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주선 의원과 정진민 교수간의 공방은 사회자의 중재로 일단락되었다.


  민주당의 여성전용선거구 제안 관련해 “중대선거구제 하에서 여성전용선거구가 과연 가능한가?”라는 김용호 교수의 질문에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지역구를 통한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전체 선거구의 10%는 여성전용선거구로 하자는 것이며 선거구제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조영식 국장이 여성전용선거구나 주민투표를 통한 당적 변경 등은 이 위헌소지가 있는 것이 아니냐라고 묻자 박주선의원은 “헌법상 문제는 있다고 보지만 현실 필요상 제안된 것으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열린우리당은 선거제에 대한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용호 교수는 “10월 29일 작성한 안은 중대선거구제 또는 소선거구제 +비례대표제로 되어있으나 11월 10일에 작성한 안에는 중대선거구제로 못을 박았는데 어느 것이 진짜 당론이냐”고 물었다. 강봉균 의원은 “열린우리당안은 중대선거구제 맞다”면서도 “몇달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선거구제를 고치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어 소선거구제 얘기도 나온 것 같다”고 답했다.

  정진민 교수는 강봉균 의원에게 정치자금의 소액다수기부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기부한도액을 대폭 낮출 의향은 없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강봉균 의원은 “소액다수가 희망이지만 사람들의 행태나 사고방식이 금방 고치기 어려워 최소한의 정치자금이 들어올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답했다. 정교수는 “현실의 어려움은 있겠지만 그래도 개혁은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후원회 폐지 관련해 각당의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한나라당 김용균 의원은 “후원회를 폐지하고, 선관위가 제안한 대로 법인세 1%의 기탁금으로 운영하면 된다”고 한 반면 박주선 의원은 “후원금은 잘 하라고 주는 것인데 잘못하는 의원들한테도 법인세 기탁금이 돌아가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투명하고 정직하게 받으면 후원회 폐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참여경선에 대해 한나라당, 민주당 “문제많은 제도”


  국민참여 경선에 대해 정진민 교수가 각당의 입장을 묻자, 김용균 의원은 “후보 경선에 돈을 다 써서 막상 본 선거에 가서는 돈이 떨어져서 선거운동을 제대로 못하고, 경선에서 떨어진 후보는 반대운동을 하고 있는 등 국민참여경선을 해봤으나 문제가 많았다”며 “한나라당에서는 국민참여경선에 대해 다시 연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박주선 의원 역시 “국민참여경선을 지향하지만 지역주의가 뿌리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경상도에서 국민경선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냐”며 “겉으로는 아름답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굉장히 불합리한 점이 많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주선은 “현실을 무시한 개혁은 개악이고, 외국 제도를 들여다 대는데 그건 제도 사대주의다”라고 주장했다. 정진민 교수가 그렇다면 민주당은 국민참여경선에 대해 반대하냐고 묻자 박주선 의원은 “나는 부작용을 말했을뿐 민주당은 당론으로 국민참여경선을 하고 있다”며 “우리만 안하면 반개혁이라고 하는데 안할 수 있겠냐”며고 해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토론회 말미에는 우리 정치에 대한 기대의 말로 마무리되었다.


  정진민 교수는 토론회 말미에 “왜 우리나라는 조용필처럼 열광적인 팬들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 없는지 모르겠다”면서 “부디 우리 정치인들이 존경받는 정치, 열광할 수 있는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영식 국장도 “지금이 근본적 정치개혁을 할 수 있는 호기이지만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면서 “현실에 안주하면 제도개혁이 불가능하다. 제살을 깎는 개혁을 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정리 : 사이버경실련 김미영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