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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EJ 칼럼] [특집] 집을 쇼핑 상품화하는 공급확대로는 집값 못 잡는다
202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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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7,8월호 – 특집. 22번의 부동산 대책 결과는?(1)]

집을 쇼핑 상품화하는 공급확대로는 집값 못 잡는다

 

김성달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

 
22번째 대책에도 집값은 오르고 있다. 급기야 당정은 공급확대로 집값을 잡겠다며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허파를 파괴해서는 안된다는 시민여론과 서울시 주장에 밀려 비난이 거세지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지 않겠다며 논란을 정리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급확대가 불가피하다며 역세권 고밀개발, 3기 신도시 조기공급,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등을 언급하고 있다. 이미 집이 주거공간이 아닌 쇼핑수단, 투기수단으로 변질된 상황에서 단순히 물량확대로 집값을 잡겠다는 것은 과거 토건정부의 발상과 다르지 않다. 이미 판교, 위례, 마곡, 광교 등의 신도시 공급을 확대해왔지만 집값 불안은 해소되지 않았다. 정부가 주택을 쇼핑할 수 있도록 판매용 아파트를 잔뜩 공급했기 때문이다. 특히 싸게 공급하면 수분양자 로또가 문제라며 공급가격까지 원가보다 비싸게 책정하였다.

그 결과 LH공사, SH공사 등 공기업은 물론 민간업자들은 원가를 부풀린 장사로 수조 원의 불로소득을 챙겼다. 경실련 조사결과 판교신도시에서
만 LH공사, 성남시, 경기도 등 공공사업자가 땅장사로 가져간 이익은 6조 3천억 원이다. 새 집이 시세보다 찔끔 낮게 공급되면서 집값도 떨어지지 않았고 수분양자들도 막대한 시세차액을 가져갔다. 하지만 비싼 분양가 때문에 무주택서민들은 신도시 입성의 기회를 갖지 못했고, 신도시에서 비싼 새집이 공급되어 주변 집값까지 덩달아 올라버리면서 서울내 모든 무주택 서민들까지 주거불안에 시달렸다. 80% 이상을 판매용 아파트로 공급했기 때문에 주거안정에 절실한 장기공공임대주택은 10~20% 정도만 공급되어 지금도 장기공공임대 재고량은 5%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무주택서민 내집 마련을 위해 도입된 10년주택 조차 시세 기준으로 분양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3조 원의 부당이득이 LH공사와 부영 등 민간업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지금같은 고장난 공급방식, 공기업과 민간업자만 배불리는 공급방식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주택은 여전히 쇼핑수단, 투기수단에 머물 수밖에 없으며 집값거품 제거도 요원할 뿐이다. 개발관료들은 이러한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공급시스템 개선없는 공급확대로 집값을 잡겠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국토부장관, 기재부장관, 정책실장 등은 개발관료에 의존하여 투기조장책을 내놓고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무능함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정부, 집권여당의 오락가락 행보에서도 무능함과 철학부재가 재확인됐다. 이들에게서는 더 이상 집값 안정과 투기근절 대책이 나올리 없다. 당장 문책하고 집값 상승의 근본원인 진단과 해법마련에 나서야 한다.

지금 집값 상승의 근본원인은 주택부족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 중반까지 강남에 재건축이 거의 일어나지 않아 물량확대가 없었지만 집값은 하락했다. 정부가 강력한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며 바가지 분양을 할 수 없게 되어 시장을 자극하지 않았고, 공공은 강남에 평당 500만 원대 건물분양 아파트, 평당 900만 원대 분양아파트 등 반값 아파트를 공급한 결과이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지고 분양시장이 위축되며 건설사들이 과거처럼 손쉽게 불로소득을 가져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개발관료, 정치권 등이 야합하여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했고, 반값 아파트마저 없애고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을 추진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 말부터 집값이 다시 상승했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실책까지 이어지며 폭등했다. 즉, 지금의 집값 폭등은 철저히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정책 때문이다. 대선공약으로 제시된 50조 원 도시재생 뉴딜로 정권 초기부터 강북권 집값이 올랐고, 2017년 12월 임대사업자에게 투기 꽃길을 깔아준 종부세 면제, 양도세 완화, 80%까지 대출허용 등의 특혜정책으로 집값이 급등했다. 이후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인상, 대출규제 등으로 상승세가 잠시 주춤했지만 정부의 3기 신도시 강행, 용산정비창부지 개발, 잠실 운동장 일대 마이스(MICE) 개발 등의 개발책이 남발되며 다시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정부가 22번째 대책을 내놓은 이후에도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로 거론된 내곡, 세곡동 아파트값이 1~2억 원 올랐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랐다. 정부가 부동산대책만 발표하면 집값이 오르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발언만 믿고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있는 국민은 거의 없다. 정부가 집값 상승을 조장해놓고 개인에게만 막대한 세제부담, 대출규제의 올가미를 씌운다는 비판과 분노만 키울 뿐이다.

이제는 대통령이 나서 직접 부동산정책을 챙겨야 한다. 개발관료, 무능한 정책결정자들을 즉각 교체하고 서민 눈높이에서 주택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 그리고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3기신도시정책 등을 전면중단하고 공급방식의 개혁방안부터 제시하기 바란다. 특히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설립된 LH공사 등이 땅장사, 집장사로 배만 불리는 장사 행위를 못하도록 중단시켜야 한다. 강제수용권, 용도변경권, 독점개발권 등의 3대 특권을 국민이 공기업에 부여한 이유는 오로지 서민주거안정을 위해서임을 명심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공택지 내 신도시를 개발, 절반을 무주택자들을 위한 30년 거주 가능 기본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나머지 절반도 토지임대건물분양방식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더 이상 공공주택이 공기업과 건설업자의 멋잇감이 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으로 매우 바람직하다. 서울시는 역세권의 고밀개발을 통해 주택물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 불분명하고 현재의 민간특혜 청년주택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인지 우려스럽다. 서울시에는 여전히 용산정비창부지, 서울의료원부지, 태릉 등 좋은 위치에 국공유지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부지를 공공이 직접 개발하여 평당 500만 원대 토지임대 건물분양 주택이나 장기임대주택 등으로 공급한다면 주변 집값을 낮출 수 있다.

정부가 정말로 의지가 있다면, 집값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