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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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이야기] [같이 연뮤 볼래요?] 뮤지컬 <차미>
202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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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7,8월호 – 같이 연뮤 볼래요?]

‘사랑해 봐요. 있는 그대로의 나’,

뮤지컬 <차미>

 

효겸

 

이전 3번의 [같이 연뮤볼래요?]에서는 웨스트앤드, 비엔나, 그리고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차례로 다루어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한국 창작 뮤지컬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아직까지 많은 분들이 한국 창작 뮤지컬은 규모가 작고, 퀄리티가 라이선스 뮤지컬 대비 좋지 못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 창작 뮤지컬은 다양한 주제와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대극장에도 자주 올라올 뿐만 아니라,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과 같이 미국으로 진출해 외국 관객을 맞이하는 한국공연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국 창작 뮤지컬의 최대 장점은 우리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반영한다는 점인데요. 오늘 소개드릴 뮤지컬 <차미> 역시 한국 창작 뮤지컬로, 2016년 우란문화재단의 한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되어 2017년, 2019년 2번의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쳐 올해 정식으로 초연되었습니다.

‘차미(@Cha_Me)’는 바로 이번 뮤지컬의 주인공인 차미호의 SNS 계정 이름입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SNS, 특히 인스타그램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 같습니다. 인스타그램으로 다른 사람들의 계정을 보다 보면 부럽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하죠. 필자의 경우에도 어느 날 좋은 곳에 가게 되면 왠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업로드 해서 ‘좋아요’가 몇 개나 뜨는지 관심받고 싶어 안달하고는 합니다. 예쁘게 나온 하늘 사진이 있으면 어쩐지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고요. 잘 나온 셀카를 올리면서 #셀스타그램이라고 해시태그를 달기도 하지요.

뮤지컬 <차미>에서 미호는 소심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인데요, 현실에서 받지 못하는 관심을 SNS에서 좋아요(하트♥)로 대신 받으면서 기쁨을 느낍니다. 더 많은 좋아요를 받기 위해 미호는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본인의 것처럼 차미(@Cha_Me) 계정에 업로드 하게 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SNS 속 완벽한 차미를 부러워하며, ‘이게 나였으면…’ 하고 되뇌는데요. 어느 날 미호의 휴대폰이 떨어져 액정이 깨지면서 SNS 속 차미가 현실 속 존재로 나타납니다. 차미는 소심하고 자신감 없는 미호와 다르게 완벽한 모습을 뽐내며 미호의 삶을 대신 살아주겠다고 제안합니다. 차미는 미호 대신 선배인 진혁과 연애에도 성공하고 취직에도 성공하며 거침없이 미호의 일상을 살아가는데요. 미호는 그 모습이 무척이나 기쁘면서도 알 수 없는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차미의 남자친구인 진혁은 본인의 바이블인 옹고집전을 품에 지니고 다니는데요. 뮤지컬 <차미>는 마치 2020년의 옹고집전 같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차미는 옹고집전 속 지푸라기 인형 같이 본체인 미호의 인생을 침범하는 존재인 것이지요. 알고 보면 진혁 역시 누군가의 인생을 차지한 지푸라기 인형이었는데요. 진혁은 차미에게 미호의 인생을 빼앗아 현실에 뿌리를 내리라 조언합니다.

반면, 미호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고대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고대는 이른 나이에 취업을 했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다시 찾기 위해 취준생으로 돌아와 있는데요. 고대는 누구보다 미호의 선한 심성을 귀하게 여기고 차미에 주눅든 미호가 스스로 본인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깨달을 수 있도록 힘씁니다. 고대에게 미호는 항상 ‘미안해 이런 나라서, 고마워 이런 나에게’라는 말을 했는데요. 그런 모습이 안쓰러우면서 사랑스러웠던 고대는 미호에게 ‘있는 그대로의 너를 원해, 다른 네가 아니라 내 눈앞의 바로 널 좋아해.’라고 고백을 하게 됩니다. 미호는 차미가 아닌 왜 이런 본인을 좋아할까 고민을 하게 되고, 비록 찌질하고 보잘 것 없는 자신이지만 사소한 것들도 특별하게 보는 본인의 선한 심성을 바탕으로 차츰 본인의 색을 드러내고 두려워하던 본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도 받아들이게 됩니다.

차미는 언젠가부터 본인의 결정에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미호의 모습에 당황하게 되고, 미호가 본인을 바라봐 주지 않는다면 본인 역시 의미 없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차미도 결국 미호의 인정을 받고 싶었던 또다른 존재였던 것이지요. 차미는 비록 힘있는 지푸라기 인형이지만 본체 없이 의미 없는 영원한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고 깨닫게 되고 미호의 모습을 같이 받아들이며 미호의 삶에 동화되어 갑니다. 누구 하나 사라지지 않고 본체와 지푸라기 인형이 하나가 되는 꽉 막힌 해피엔딩인 것이지요. 차미는 결국 참 미(ME), ‘참다운 차미호’를 나타낸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뮤지컬 <차미>는 한국 창작 뮤지컬답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감성에 맞는 요소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옹고집전뿐만 아니라 몇몇의 국내 소설들이 등장을 하는데, 손창섭님의 ‘비오는 날’과 채만식님의 ‘레디메이드 인생’이 그것입니다. 특히 레디메이드 인생은 미호와 고대가 취준생으로서 느끼는 좌절감을 노래하는 주제로 사용되는데, 어렸을 때부터 정해진 길을 따라 걸었지만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미완성의 기성품으로 어디에도 선택받지 못하는 우리 20대의 모습을 나타냅니다. 그 외에도 우리에게 익숙한 국악이라거나 랩을 활용해서 극에 재미를 쏠쏠히 불어넣습니다. 무대 역시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의 피드가 흘러가는 LED벽을 활용한 장치를 통해 쏟아지는 SNS 속에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나타냅니다.

미호는 차미가 취업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새로운 문을 열어 본인이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고대가 미호의 옆에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겠죠. 미호는 이제 본인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며 남이 듣고 싶은 말보다는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이러한 미호의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행복이란 것은 결국 내 마음에 기인한다고 하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은 물론 너무 어렵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차미>를 통해서 우리도 그 가치를 공감하고 깨달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 어깨춤을 추며 말해 보아요, 좋아요!


추신.

월간 경실련 3-4월호에 게재되었던 뮤지컬 <레베카>편 서두에 소개했던 뮤지컬 <모차르트!>가 10주년 기념공연으로 돌아왔습니다. 주인공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역으로 배우 박은태, 박강현, 김준수 배우가 캐스팅 되었습니다. 최근 연장 공연이 확정되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8월 23일까지 진행된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예매처를 참조해 보시기 바랍니다.


[같이 연뮤 볼래요]에서는 같이 이야기하고픈 연극과 뮤지컬을 소개해드립니다.
필자인 효겸님은 10년차 직장인이자, 연극과 뮤지컬를 사랑하는 11년차 연뮤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