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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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복원을 빙자한 파괴와 개발, 이제는 끝내야 한다

  지난 5월15일 청계천복원 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는 “서울시는 청계천 파괴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올바른 청계천복원공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청계천복원사업 진행과정에서 시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수렴하기 위해 조례로 만들어진 시민위가 사실상 서울시에 “이건 아니다”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한편으로는 청계천복원사업 과정에서 애초 목표로 내세웠던 역사,문화복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시민위 뿐 만이 아니라 시민단체와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거듭되는 요구에도 옛 모전교 앞 호안석축이 48m나 훼손되는 등 문화재 파괴가 잇따르자 지난 3월5일에는 역사문화 관련 전문가들이 이명박시장과 양윤재 청계천복원추진본부장을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데에까지 이르렀다.


  시민의 축복속에 시작된 청계천복원사업이 반쪽자리로 전락한 지금, 그동안 사업진행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올바른 역사문화 복원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9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렸다.


  경실련,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서울시지부 등 14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올바른 청계천복원을 위한 연대회의’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서울시의 불도저식 행정을 비판하고 진정한 역사문화복원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열린 자세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을 촉구하였다.



서울시의 독선 속에 ‘시민의 목소리’는 없었다

 먼저 발제에 나선 노수홍 연세대 교수(시민위 기획조정위원장)는 시민위에 대한 그동안의 서울시의 비협조와 외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였다. 노수홍 교수는 “시민위는 지난 2002년 조례제정을 통해 설립되면서 시민들과 서울시의 의견을 중재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오고자 노력해왔다”며 “하지만 2003년 기본계획(안) 조건부 승인이후 서울시가 시민위를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면서 시민위에 대한 지원과 협조가 줄어들기 시작하였고, 결과적으로 시민위가 제안한 사업들은 대부분 진행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노 교수는 “시민위가 제안한 내용들이 기본설계에 반영되지 않자 시민위는 2003년 7월 속초에서 이를 시정하고자 워크숍을 열었지만 서울시의 비협조로 파행으로 끝났다”고 말하고 “10월에는 서울시의회에서 양윤재 본부장이 워크숍에 참석한 시민위원들을 온천이나 하러 갔다고 비하하는 허위발언까지 나와 양윤재본부장의 직위해제, 시민위의 독립적인 활동 보장 등을 서울시장에 요구하였으나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2월24일 서울시가 제출한 최종실시설계(안)을 심의하였으나 시민위가 요구한 역사문화복원과 그와 관련된 하천단면이 설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시민위 전체차원에서 최종실시설계안을 거부했다고 밝힌 노 교수는 “이후에도 서울시는 시민위의 거부결정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계속하고 있으며, 이는 조례가 정한 시민위의 권한을 무시하는 서울시장의 독단적인 행위”라고 지적하고 “시민위는 서울시가 올바른 청계천복원을 하도록 관련 단체와 협력하여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계천 복원은 충분한 조사와 긴 호흡으로

  이어 청계천복원사업에 있어 역사문화복원의 문제점에 대해 발제에 나선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청계천복원은 충분한 조사와 긴 호흡으로 진행되어야 할 중요한 사업임에도 서울시는 필수적인 지표조사나 발굴조사마저도 시민단체가 요구하면 마지못해 수행하는 소극적인 모습만을 보이고 있다”며 서울시가 “역사문화복원이 아닌 파괴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황 소장은 ▲청계천복원과 관련, 정확한 일정과 복원계획을 밝힐 것 ▲호안석축 훼손 대조작업 즉각 실시 ▲청계천의 직강하천을 곡선하천으로 할 것 등을 서울시에 요구하고, 논란이 되고 있는 광통교 복원에 대해서는 광통교를 현재의 위치에서 옮겨 복원하되 광통로(현 남대문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현재 차도 한가운데 있는 광통교를 원래 위치에서 조금만 하류쪽으로 옮겨 조흥은행-광교약국 사이의 건널목(보행로)위에 놓을 것을 제안했다.


  “원형, 원위치 복원이 원칙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눈물을 머금고 제안을 한다”고 말한 황 소장은 “이 안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내놓은 도심부 발전계획과도 일치하며, 인근 보신각 일대를 역사공원으로 만들어 광통교와 연계시키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복원사업은 서울시의 ‘대사기극’… 지금이라도 열린 자세로 나와야

  토론에 나선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청계천복원사업의 경우 애초 시민과 함께 하는 ‘거버넌스’형식을 표방했지만 사업을 꾸려가는 과정에서 관 주도, 기술관료들의 주도하에 그 외 가치들이 모두 종속되는 ‘관료적 거버넌스’방식으로 변질되었다”고 지적하였다. 조 교수는 “과거 개발위주, 성장위주의 패러다임 속에 나타난 폐해들로 인해 우리가 대가를 치루고 있는 것처럼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우리 후세에 가서도 도시의 심각한 왜곡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조 교수는 서울전체를 환경친화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청계천뿐만 아니라 지천복원에도 역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하고, 황 소장이 제안한 광통교 이전문제에 대해서는 “광통교는 원형, 원위치에 복원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서울의 역사성을 대표하는 남대문로를 살려내고 그 주변의 역사문화적인 공간의 결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광교, 수표교 복원과 관련, 논란이 되고 있는 통수량(홍수)에 대해 토론에 나선 정동양 한국교원대 교수는 “서울시는 홍수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지만 서울시가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조도계수(하천의 표면거칠기)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의문이 든다”며 “필요한 경우 양쪽 석축 도로밑 공간에 부족한 통수단면을 확보하면 된다”고 밝혔다.


▲ 광통교 복원은 이렇게 – 광통교 현재위치 하천단면(상), 서울시 복원안(중), 시민위 제안(하)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쳥계천복원사업이 ▲ 서울시가 역사문화를 복원한다고 해놓고서 오히려 이를 파괴하고 있는 ‘대사기극’이며 ▲조례로 설립된 시민위의 결정을 무시하고 진행되는 ‘불법공사’이며 ▲도심재개발의 막대한 이권에 청계천을 부속물로 삼으려 하는 ‘또하나의 부패사업’이 될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하였다.


  홍 교수는 광통교 이전에 대해서는 “약간 이전을 하더라도 결국 역사유적은 변형되는 것”이라며, “원형, 원위치 복원이라는 원칙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앉아 계시기 힘든 자리일 것”이라는 사회자의 안내 속에 토론에 나선 황기연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원은 서울시와 시민위, 그리고 시민단체간의 신뢰구축과 대화채널 마련을 촉구하였다. 황 연구원은 “현 상황은 갈등의 최종적인 단계인 소송까지 이르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하고 “서로가 열린자세, 열린마음을 가지고 토론에 나서야 하며, 결국 사업주체인 서울시가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채널을 여는 커다란 스텝을 옮겨야 할 때”라고 강조하였다.


  황 연구원은 광통교 이전과 관련, “광통교가 자칫 쏟아지는 차량속에 묻혀버린 남대문, 동대문같은 모습으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역사적으로 중요한 남대문로의 복원과 연계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토론에 나선 심재옥 서울시의원(민주노동당)은 “역사문화 복원이 고대 뿐만이 아니라 근대도 포괄하는 만큼 근대사적으로 중요한 전태일열사의 역사를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심의원은 “황학동 벼룩시장을 노점상들의 생존문제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서울서민들의 고단한 일상사가 녹아있는 역사문화적 유물로 바라봐야 한다”며 “도심재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청계천변의 도시서민 생활사가 덮여지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의원은 “시민위가 서울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해 최소한 역사문화분야만이라도 진실을 알려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시민위가 이번에도 서울시의 행태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100여개가 넘는 여타 서울시 관련 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것”이라며 시민위의 분발을 촉구했다.


  토론회를 맺으면서 사회를 맡은 박완기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청계천복원을 가장 먼저 제안하고 열렬히 지지했던 분들이 지금은 한자리에 모여 복원사업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하고 “서울시는 지금이라도 열린 자세를 가지고 올바른 청계천복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의: 시민감시국 이민규 간사 766-9736]

<정리 : 커뮤니케이션팀 김건호 간사>